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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뇨: 소녀, 엄마가 되다

  • 분류
    이야기
  • 등록일
    2008/12/26 09:11
  • 수정일
    2008/12/26 09:11
  • 글쓴이
    파란꼬리
  • 응답 RSS

영화를 볼 생각인 분은 이 글을 읽지 마세요.

주관적인 감상에 줄거리 소개도 있으니 읽으면 화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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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뇨, 예고편만 보고도 흥분이 됐다.

'뽀뇨, 인간이 될끄야~~~~~'

꺄오 귀여워. 심작이 발딱발딱.

 

영화를 보니 미야자키 하야오는 참 사랑이 많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저런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뒷심도 든든하고.

갈등이나 스토리 측면에서는 전작보다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난 이런 만화도 참 좋다.

 

보면서, 익숙하지 않구나, 하고 느꼈던 점은

(이 때문에 반하기도 했으나)

캐릭터.

 

5살 짜리치고는 참으로 의젓한 소년 소스케

(앞부분에서 포뇨가 바다로 돌아가고 으앙~ 울어버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그 나이 소년이었지만)

물고기가 인간이 되었다는데 그냥 받아들이는 엄마

운전도 엄청나게 터프하게 하는 엄마

너의 집에서는 걱정 안 하니?하고 묻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는 엄마

5살 짜리 아들과 낯모르는 소녀를 집에 두고 폭풍우에 양로원에 가는 엄마

포뇨가 인간이 되고 싶어하니 어쩔 줄 몰라 하며 방해를 하려는 아빠에게 '포뇨가 그걸 원하나요? 그럼 그렇게 하면 되죠.'라고 말하는 포뇨의 엄마

얼굴은 얄상해 보였는데 몸매가 풍만해서 바다의 여신 이미지를 풍성하게 만들어 준 엄마

 

새삼 느끼게 되는 건, 난 참 걱정이 많구나.

내가 소스케의 엄마였다면 폭풍우에 운전도 안 할 테고,

포뇨의 부모가 아이가 이런 때 여기 있는 걸 아는지 걱정할 테고,

풍랑에 몸을 맡긴 남편을 무지하게 걱정할 테고

양로원의 할머니들은 뒷전일 텐데.

 

내가 포뇨의 엄마였다면

행여 소스케의 마음이 바뀌어 아이가 거품이 될까 염려를 하고

아이가 남편이 그간 모은 마법의 물을 다 마셨다니 혼을 내고 싶었을 텐데.

 

난 참 걱정이 많은 엄마가 되겠구나, 하니 또 걱정이 되었다.

 

그러고 생각해 보니

<원령공주>에서는 부모가 없었고,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엄마 아빠가 욕심을 부리다 돼지가 되고

<이웃집 토토로>에서 엄마는 아프고, 아빠는 큰 역할을 하지 않고

<천공의 섬 라퓨타>에서도 부모는 안 나왔던 듯 한데,

 

이 영화에는 씩씩한 엄마들이 등장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엄마들의 이해와 노력으로 포뇨는 꿈을 이루게 된다.

 

그간 나왔던 씩씩한 소녀들이 자라 이런 엄마가 되었구나, 싶다.

좀 감동적이다.

 

그래, 나이 먹어서도 이렇게 살 수 있어.

(다 따라하자면 좀 위험하겠지만 >.<)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가 늙지 않게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

자신을 잃지 않으며 세월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게 된 듯 하여

흐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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