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2

수능이 다가오고 있다.

중앙광장에 있는 학교 입학처의 큰 d-day 게시판의 숫자도 하나씩 줄고 있다.

 

수능 일주일 전 나는 뭐를 했나.

수능 한 달 전부턴 오답노트만 봤다. 우선순위 영단어 체크 해놓은 단어만 외우고 새롭게 공부했던 건 없었다. 고3 1년 내내 미친듯이 했던 철권 태그의 실력은 당시에 학교 안에서 대충 10등 안에는 들었고 일주일 전부턴 자습도 안 하고 맨날 오락실에만 갔다. 오락실에 앉아 1945를 붙들고 있으면 공부해놓은 게 날아버릴 것 같은 걱정이 들긴 했지만 당시에는 정말 될 대로 되라는 마음 뿐이었다. 하루하루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수능이 다가오는 게 몸으로 느껴졌지만 집에 와 밤새도록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붙잡거나 모아놓은 공연 영상들을 보다 보면 정작 수능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수능 당일은 진짜 꿈같이 지나가 버렸고 집에 와서는 훈제 치킨에 맥주 세 병을 연달아 마시고 채점에 들어갔다. 음주 채점이라선지 몰라도 채점 할 때마다 점수가 들쭉날쭉이었고 첫 번째 채점 할 때는 원 점수보다 10점이나 더 높게 나와 서울대도 갈 줄만 알았다. 매년 그렇지만 대성과 종로의 입시 기생출들은 여지없이 허무맹랑한 컷 점수를 뉴스에서 자랑스레 떠들었다. 그 다음날부터는 맨날 학교 운동장에서 침이 말라 노랗게 되고 목에서 피가 나도록 축구를 해댔다.

 

아주 운이 좋게도 들어오고 싶었던 대학과 과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젠 졸업이다.

피 토할 때까지 술도 원 없이 마셨고, 연애도 해봤고, 돈도 좀 벌어봤고, 여기저기 기웃기웃 긁적이다 보니 대학 4년이 금세 지나가버렸다. 예전에 임지현 씨(선생님?)는 대학생을 기생계급이라 놀려댔는데 씨발 너무나 맞는 말이다.

 

맨날 인생을 어떻게 송두리째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나 하면서 잠이 드니 아직도 철이 들지 않은 거고 애인님에게 어린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싸다.

 

그나저나 장교 시험 준비는 참 힘들구나.

22살. 씨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