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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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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류은숙  (2006-06-15 14:29:02, Hit : 253, Vote : 34)
Subject  
   난민 블루스
*WH Auden이라는 사람이 쓴 시라는 제목 때문에 골라봤어요.


난민 블루스(Refugee Blues)

이 도시에는 천만명의 영혼이 살고 있대요
어떤 사람은 호화주택에 살고요, 어떤 사람은 형편없는 곳에서 살지요.
그런데요, 우리가 살 곳은 전혀 없어요. 여보세요. 우리가 살 곳은 전혀 없어요.

한때는 우리에게도 나라가 있었고, 우리는 그게 정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지도책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있지요.
우린 지금은 거기에 갈 수가 없어요. 여보세요. 우린 지금 거기에 갈 수 없다구요.

마을 묘지에는 오래된 주목이 자라고 있죠.
매년 봄이면 그 나무에서 새싹이 나오는데
옛날 여권은 그렇지가 못해요. 여보세요. 우리의 옛날 여권은 그렇지 못해요.

영사는 책상을 꽝꽝 치며 말했죠
“당신에게 여권이 없다면, 당신은 공적으로 사망한 겁니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살아있어요. 여보세요. 우린 아직 살아 있다구요.

위원회에 갔어요. 그들은 의자를 권했어요.
그리고 공손하게 내게 권유했죠. 내년까지는 돌아가라고.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나요? 여보세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공개 토론회에 갔어요. 연사가 일어나서 말했어요.
“우리가 그들을 받아들이면, 그 사람들이 우리의 밥그릇을 훔칠 겁니다”
그 사람은 당신과 나에 대해 말하고 있던 겁니다. 당신과 나요.

나는 하늘을 울리는 천둥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죠.
그건 유럽을 호령하는 히틀러의 소리였어요. “그들은 죽어야 한다”
그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 건 우리였어요. 우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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