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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의 자멸

통합진보당에 대한 기사들이 자주 나오고 있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이후 이에 대한 기존 당권 세력의 반발과 반비판이 이어지고 보수 세력들은 거기에 끼어들어 통합진보당을 간첩단을 몰고 가고 있으며, 통합진보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실망과 냉소를 흘리며 돌아서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통일을 추구하는 민족주의적 정당, 온건한 좌파정당으로서 평화통일에 기여하고, 좌파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없애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던 내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진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변명의 여지가 없는 통합진보당 스스로가 자초한 문제이다. 누구를 욕할 수도 없다. 검찰의 수사도, 당의 분열도 모두 당권파가 자초한 것이다.

 

당권 세력은 물론 억울할 수도 있다. 부정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모든 비례대표가 사퇴하는 그런 상황은 잘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차에 약간의 하자가 있다면 정당성을 잃어버리는 게 정치의 영역인 것 같다. 특히나 비주류인 진보세력은 더더욱 이에 해당한다.

 

과거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의 분당에도 불구하고, 당의 명맥을 비교적 충실하게 이어왔다. 이렇다 할 인물도 없고, 종북이라는 딱지가 붙었음에도 대단한 역량이 아닐 수 없다. 범NL 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인물을 앞세우고 민주당과 연대하면서 당의 영역을 조금씩 확장시켜 나갔다. 그리고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과감하게 뛰어듬으로서 좌파세력의 비난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권정당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다. 진보적인 대중정당..이것이 통합진보당의 기본틀이었다.

 

이런 역량은 범NL 세력의 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통합진보당에서 범NL세력은 다수의 세력을 가지게 되었고, 통합진보당 건설의 승리자는 구 민주노동당 사람들이었다. 비행기의 좌우 날개를 진보신당 통합파와 국민참여당으로 하고 몸통은 철저하게 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몸통 중에서도 지금 당권파라고 언급되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하였나 보다. 그리고 자주세력은 진보신당과의 분당과정에서도 드러난 패권적인 문제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나 보다.

 

자주세력의 패거리적 행태는 이번 비례대표 부정 사건으로 전 국민이 알아버렸고, 이에 대한 대응은 정말 어린아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추악한 것이었다. 유례 없이 높은 득표율로 10여석 이상을 차지하면서 좋은 출발을 보인 통합진보당은 이렇게 개작살 나버렸다. 이것은 외부의 탄압도 뭤도 아닌, 그냥 자멸이고 공멸이다. 자주세력의 자멸이고 NL의 공멸이다. 물론 이 사건으로 범NL 세력이 한국 정치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적어도 진보당이 주류정치에서 나와 활약할 수 있는 시간이 3~5년 늦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일은 민주노동당의 분당 과정에서 이미 나온 일이기 때문에, 자주세력은 이를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NL세력이 진보의 적으로 완전히 낙인찍힌다 해도 사실상 변명의 여지가 없어져버렸다. 80년대 운동권의 다수를 차지하던 그들이 내부가 썩을 대로 썩은 조폭같은 단체로 비춰지게 된 것은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이다.

 

이번 일이 범NL의 내부적인 반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는 어떠한 상황이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통합진보당이 공중분해된다면 진보정치는 향후 적어도 5년간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며,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화해하고 끝나버린다면 당은 존속하겠지만 더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지는 못할 것이다. 내 칠 세력은 내쳐버려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자주세력이 보여온 북에 대한 온정적 태도의 후퇴를 가져오고, 진보적 색채의 후퇴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라면 이것은 소 잃고 외양간도 망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NL의 몰락으로 그간 좌파세력이 비난했던 대로 당의 우경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 이것은 온건좌파정당이 아니라, 그냥 국민참여당이 될 뿐이다.

 

나는 여기에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보신당, 사회당을 비롯한 좌파세력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위기는 진보라는 가치에 대한 보편적인 위기이다. 통합진보당은 좌파세력을 찾아가 우리를 도와달라고 싹싹 빌어야 한다. 변혁운동의 역사에서 숫적으로나 규모면으로나 가장 큰 세력이었던 NL이라는 거목이 쓰러진 이때, 살기 위해서 남아있는 자주, 진보세력은 좌파어르신들을 찾아가야 한다. 물론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사회에서 북한에 온정적인 당 하나는 통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대중적인 온건좌파정당도 우리 정치사에서 중요하고 타당한 시도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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