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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생각

 

 

 

젊었을 때에는 젊은 놈 답지 않게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정치권과 노동계, 그리고 북한 관련 뉴스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 돌아가는 일에 거의 관심을 꺼버렸다. 나는 거꾸로 가는 것 같다. 이상하게 요즘은 세상 일이 도무지 재미가 없다.

관심을 갖고 생각하고 논의하고 비판해봤자 내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 큰 것 같다. 그렇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내가 대학 때 했던 일들, 내가 무슨 큰 일이라도 했었던가? 훅 하고 지나가는 뉴스 가십거리처럼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하고 끝나고 마는 일이다.

또한 내가 신념을 갖고 응원했던 일들, 응원하고 지지했던 정당들도 요즘 너무너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한때 꿈꾸었던 이상들이 당장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무관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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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진보당은 완전히 세미 조선로동당으로 대내외적으로 각인된 것 같다. 주요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악의적인 기사들을 차치하더라도 통합 진보당은 진보로서의 미래를 잃어버린 것 같다. 통합 진보당 내홍 과정에서 주류 세력이 보여준 한나라당 못지않은 폭력성, 그리고 조직성은 일반 사람들로 하여금 뜨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비례대표 선거를 둘러싼 그 내홍이 자주 계열의 NL 세력에게 얼마나 억울한 일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것이 그들이 주장하듯, 당 내 비주류 세력들의 음모라고 보는 것은 마땅히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해가 있으면 풀면 되지 오히려 이를 음모라고 보고 화를 내는 것은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것과 같다. 그래 그들 말대로 방귀는 누구나 뀌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혁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걸 얘기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 그들의 고집대로 나가게 됨으로서 통합 진보당을 구성한 세력이 당을 이탈하였다. 비주류 NL(언론에서 말하는 인천연합), 그리고 구 진보신당 세력(심상정, 노회찬), 그리고 구 참여당 사람들(유시민)이 이들이다. 또한 계급정당으로서 통합 진보당을 지지했던 민주노총도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였다.

이놈의 진보정당의 역사는 참으로 기구하다. NL, PD 연합정당으로 출발한 민주노동당이 분당으로 인하여 NL정당 민주노동당, PD 정당 진보신당 / 사회당으로 나뉘었다가, 진보신당이 점점 몰락하고, 민주노동당은 살기 위해 야당과의 연대를 모색하면서 천천히 당의 진로를 개척해 나갔다. 물론 이에 대해 계급성을 버린 것이라는 좌파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이 논의가 되어 NL세력은 민족주의 향수를 공유하는 자유주의 좌파와의 밀월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거기에 진보신당 탈당파(심상정, 노회찬)가 참여함으로서 진보좌파로서의 계급적, 정치적 색채가 어느정도 보완되었다. 남아 있는 진보신당은 두 번 죽은 셈이 되었다.

그렇게 출발한 통합 진보당은 결국 NL의 자멸로 공중분해 되었다. 그리고 NL스스로도 분열되었다. 권영길, 문대현과 같은 인물은 진보연합정당 민주노동당 시절 당의 지도자로서 나섰던 사람들이다. 강기갑은 민주노동당의 명맥을 유지하는 데에 기여했던 인물이다. 현 통합 진보당 지도부는 그런 사람들의 비판 마저 무시하였고, 이들 인천연합은 통합 진보당으로부터 탈당하였다.

현재 통합 진보당은 주류 NL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며, 나머지 NL계열은 당을 탈당한 좌파들과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것으로 NL의 사회적인 진보성은 그 의미를 많이 잃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존 통합 진보당은 계급성을 잃어버림으로서 사실상 '종북'이라는 딱지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현 지도부는 아직까지는 계급적 색채를 유지하려 하겠지만 결국 현 통합 진보당은 순수한 민족주의 정당으로서 결국에는 한단고기, 대제국 고조선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같이 민족주의 우파 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정당이 나중에 독일 나치스와 같은 광기어린 정당이 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그렇게까지 매도당할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탈당파가 올곧게 자신의 모습을 바로세워야 한다. 당이 내홍에 빠져있을 때 진보의 가치를 위해서는 좌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했다. 탈당파는 남아 있는 진보신당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가서 우리를 도와달라고 빌어야 한다. 다시 진보연합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구 참여당 사람들, 즉 자유주의 좌파를 수용할 만큼의 유연함도 발휘해야 한다. 나는 유시민을 비롯한 구 참여당 사람들을 내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통합 진보당의 공중분해로 진보정당은 이번 대선은 물론 향후 4년 동안(다음 총선까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 할 것이다. 한국의 사민주의 실험은 그만큼 지체되었다.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이 세 사람이 대한민국의 사활을 건 경쟁을 하는 동안 진보세력은 뒤에서 장기나 두면서 담배나 빨 수 밖에 없다. 초라하다.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프랑스 좌파, 이탈리아 좌파라고 하면 이들 좌파들은 나라별로 독특한 특색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한국의 좌파를 만들어 본다는 생각으로 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인한 계급적 정황과 분단으로 인한 민족적 정황을 유연하게 종합하고 이에 대한 올바른 대안을 고민한다는(당장 대안 제시는 못하더라도)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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