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명선의 빨간장화_김정헌위원장, 마을을 지키는 김씨를 꿈꾸다


 

 

 마로니에 공원 안 쪽에 자리한 아르코 미술관. 미술관 3층 창고 옆에는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의 임시 거처가 있다.

 

 적막한 위원장 사무실 창 밖으로 마로니에 공원이 한 눈에 들어왔다. 따사로운 봄 볕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모여 들었고 창가에는 복귀를 축하하는 화분이 놓여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위원장님"
 "아냐. 혼자서 심심하던 참인데 오느라고 수고했어."

 

 갓 내린 커피를 건내는 김정헌 위원장의 손은 하얗고 가늘었다. 붓을 잡고 그림을 그려야 할 손이 펜을 잡고 문서에 치이는 생활을 한 지 언 2년 반. 그러나 그는 아직 붓을 잡을 수 없다.

 

 

    김정헌1.jpg

 


 큰 그림을 그리다

 

 공주교도소 벽화(꿈과 기도_1985년 作 http://www.outsideart.net/archives/000288.html )를 그릴 당시 화가가 캔버스 위의 자기 생각에 갖혀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30m x 3m 크기의 큰 그림을 겁도 없이 그렸다는 김정헌 위원장.

 

 초대 문화예술위원장을 지낸 김병익 위원장이 '원 월드 뮤직 페스티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자, 위원회 활동을 하던 김정헌 위원장은 호선이 아닌 공모를 통해 두 번째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 오르게 됐다.

 

 그 때가 2007년 9월 7일. 따라서 그의 임기는 2010년 9월 6일까지다.  

 

  그는 2년 반 동안 위원장 직을 맡으면서 지역 정부와의 협력형 사업을 통해 문화예술 기금을 마련하는 큰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이 로드맵을 문광부에 보고하려 할 때마다 일선 담당자들이 누락시켰다고 한다. 그러다 유인촌 장관이 보게 됐는데, (이 방법이 옳다며) 맞장구를 쳤다고 한다.

 

 "그 사람이 힘이 있어서 맞다고 판단하고 밀어붙이니까 내가 하는 것보다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더라. 그러나 빠른 대신에 준비가 안 된 채로 (중앙의 지원금이 지방으로) 내려 보내지는 것이다. 그것을 어느 정도 해놓고 나오고 싶었던 생각이 있었는데, 그것만 잘 만들어 놓으면 재원도 늘릴 수 있고 지역의 여러 가지 일들을 지방 정부가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지 않았겠나. 그게 역점사업이었는데 해임되는 바람에 (하지 못했다)"

 

 

 김정헌3.jpg

 


 유인촌 장관의 결단과 최문순 의원의 결단

 

 현 정권은 지난 정권에서 선출돼 임기가 보장된 정부 부처의 위원장들을 보란듯이 해임시켰다. 문화부 감사라는 압력 행사에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전 총장도 지난해 5월 결국 사퇴했다. 

 

 문화예술위원회 수장 자리도 비슷한 명목으로 갈아 엎은 상태.

 

 유인촌 장관은 2009년 1월 담당 실무자를 동원해 약 50억 원(48.60%)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문예 진흥기금 100억 원 투입되었던 펀드를 서둘러 환매하고, 환매가 안 된 펀드의 잠재적인 손실을 확정해 김정헌 위원장에게 기금 운영의 책임을 물어 위원장 자리에서 내쫒았다. 뿐만 아니라 김정헌 위원장 개인을 상대로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올해 1월 효력정지를 받은 상태에서 유인촌 장관의 부당 해임에 불복. 낙하산으로 새로 임명된 오광수 위원장에게 방을 내준 채 지금은 아르코 미술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문화예술위의 사태에 대해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김정헌 위원장 개인에 대한)감사를 이 잡듯이 했지만, 결정적인 하자나 비리를 찾을 수 없었고 결국 국민의 혈세인 기금(50억 원)의 손해를 확정지음으로써 그에게 경영책임을 묻고자 한 것입니다.

 

-사람 한명 쫓아내기 위해 50억 원의 손실을 확정했다. 자신의 돈이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이쯤되면 유인촌 장관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소당해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출처)최문순의원 블로그 http://blog.daum.net/moonsoonc/8495297

 

 인터뷰를 끝내고 김정헌위원장과 늦은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고 있는데 최문순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러지. 내 나가지"
 "위원장님 어딜 나가신다는 건가요?"
 "19일 날 문방위에 문화예술위 업무보고가 있는데 나오라네. 나한텐 공식 참석 요청이 안 왔거든"
 "그럼 지금 오광수위원장은?"
 "요청받고 나가겠지. 그런데 최 의원이 내 자리도 마련한다고 꼭 나오라고 하는군"

 

 한 지붕 아래 두 위원장 사태. 2월 19일 YTN돌발영상은 당시 문방위장을 한 편의 코메디로 묘사했다.

 

  YTN돌발영상 '자리 다툼-코믹 버전'

  http://www.ytn.co.kr/_comm/pop_mov.php?s_mcd=0302&s_hcd=01&key=201002241426321327

 

 

김정헌2.jpg

 

 

 마을을 지키는 김씨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화가의 얼굴에 그려진 주름은 햇살이 됐다, 밭고랑이 됐다, 이내 담배 연기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민중미술 1세대로 불리우는 김정헌 위원장의 꿈은 작업실이 있는 경기도 가평으로 돌아가 마을단위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옛날 자료를 찾아보니 엽서로 만들어서 연하장 비슷하게 돌렸던 카드가 있다. 그 제목이 ‘마을을 지키는 김씨’다. 마을이라는 게 한국 사람들에게 안전한 이상향으로 마음 속에 누구나 남아 있다. 그것을 잘 활용해보자. 이상향을 정말 실패할 경우도 있겠지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가평 두밀리 마을 이장을 꿈꾸는 65살 김씨.
 그가 꿈꾸는 마을이 어서어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 날이 오면, 함박 웃음 지으며 김씨와 막걸리 한 잔 하러 가야겠다.

 

 

 

 <칼라풀 인터뷰_문화예술진흥위원회 김정헌 위원장>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