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호 3면] 이 모든 게 이명박 탓이다?

이 모든 게 이명박 탓이다?
- 아니다. 신자유주의의 문제다.


청 http://smallaction.tistory.com


용산철거민들의 저항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생명을 앗아가는 살인진압이 벌어졌고 이에 대해 '과잉'진압이라는 비판여론이 높다. 하지만 이것을 단지 이명박 정권의 몰상식함 때문에 일어난 일로 치부하기보다, 왜 이명박 정권이 그런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타당한 접근이다.
경찰특공대는 용산철거민 투쟁에만 투입되었던 것이 아니다. 가깝게는 작년 가을에 경찰특공대가 기륭전자 앞에서 임시구조물을 쌓고 고공농성을 하던 노동자를 강제로 끌어내린 적이 있다. 이 때 구조물 위의 노동자는 단지 맨몸으로 철난간을 붙잡고 매달려 있었을 뿐인데도 특공대가 투입된 것이다. 이렇듯 특공대의 투입여부는 폭력의 유무로 결정되어온 것이 아니다. 용산철거민의 투쟁이 폭력적이이서 특공대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경찰의 변명은 궁색해졌다.

경찰 스스로도 잘 모르는 것은 용산철거민과 비정규여성노동자는 테러리스트가 맞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명박정권은 경찰특공대가 대테러부대인 만큼, 굳이 거짓말과 변명할 필요 없이 특공대의 투입은 정당했다고 항변해도 된다. 화염병을 들었기 때문에, 높은 구조물 위에 올라갔기 때문에 테러리스트인 것이 아니다. 이들은 기업의 돈벌이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다. 이들의 행위로 용산의 재개발 공사가 반년 가까이 지연되어 삼성, 포스코 기업의 돈벌이 계획은 막대한 차질을 빚었고, 기륭전자는 회사 사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특공대의 투입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바로 기업의 이익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줬느냐에 있는 것이다.

같은 그림 찾기 - 2008년 10월 21일 기륭전자와 2009년 1월 20일 용산
표면상 국가와 기업은 별개로 활동하고, 때로는 서로 적대적인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국가의 법·제도와 공권력은 결국에는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되어 왔고, 기업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국가의 권한을 강화시키는데 협조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이전에 자본주의 국가이고, 기업의 안위가 곧 국가의 안위이다.(대한민국은 자본주의국가다.x2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기업으로부터 나온다.) 국가의 입장에서 기업의 이윤을 침해하는 행위는 자신들에게 공격을 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의 경찰들은 쉽사리 특공대 투입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단지 통념상 국가는 중립적이기 때문에 경찰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설명하는데 곤혹스러웠을 뿐. 그러니 경찰여러분들은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데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기업의 용역으로서의 역할을.

 

 

- 이것을 단지 이명박 정권이 친기업정책을 펴기 때문으로, 이명박 정권의 관료들 중 강부자가 많아서 때문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기업의 이윤생산을 위해 국가가 개입해왔던 것을 보여준다. 교과서적 통념대로 국가는 기업의 활동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안의 다양한 장치들-군대, 경찰, 학교 등-을 통해 기업활동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영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움직인다.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지금 시기의 자본주의 형태에서도 국가의 작용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국가의 간섭을 없애야한다는 소위 시장만능주의자들의 논설은 기업의 규제에만 해당할 뿐, 기업의 활동에 장애가 될 것들을 억압ㆍ통제하는 국가적 장치는 더욱 강화된다.(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인 국가정보원법, 인터넷실명제법 등을 보라. 좀 더 민주적이었던 마냥 언급되는 노무현 대통령도 국가보안법을 폐기하지 않았다. 힘이 부족했다고? 천만에, 의지가 없었던 것일뿐. 최근 쟁점이 되는 집시법 개정은 노무현 정권에서 먼저했다.) 용산철거민들의 죽음도 이런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와 직접 연관되어 있다. 철거민들에 대한 탄압,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개발정책은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다만 그때는 이명박 정권과 같이 무식한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덜 알려졌을 뿐이다.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되겠다.

이렇듯 기업의 이윤은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본래 역할이고, 저항하는 노동자․빈민은 국가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존재라고 인식해야만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자국민을 보호해야할 국가와 경찰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본질을 짚어내지 못한다. 오히려 지금 이명박 정권은 본래 국가와 공권력의 역할이 어떠한 것인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철거민들의 죽음에 머리를 조아려야할 것은 김석기ㆍ이명박보다 삼성과 포스코의 총수들이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움직이는 세상에서 못가진자들의 죽음은 반복된다. 그것이 이번과 같이 극단적인 살인으로 재현되지는 않는다 해도, 그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 역시 지금의 경제질서이고,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삶이 붕괴될 가능성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삶이 붕괴된 사람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그대로 사라지거나, 마지막 힘을 모아 소리 지르거나. 그러므로 이들의 외침이 '불법행위'라고 탓해서는 안 되고, 그들이 '불법'을 택할 수밖에 없도록 내몬 질서를 먼저 탓해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생계를 요구하는 이들이 국가에 그토록 위협적인 것이라면, 이 국가가 지탱하고 보호하는 질서자체가 애초 모든 이에게 인간으로서 삶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던져보자. 모두에게 생계를 보장하게 될 때 스스로 붕괴되는 질서라면, 그래서 그것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테러리스트가 되어 이 질서를 붕괴시켜야 한다 - 삶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통해!!

따라서 철거민들의 죽음에 분노한다면, 비판을 하고 싶다면, 이러한 사회구조를 생산해내는 신자유주의에 주목하고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활동에 동참해야한다. 그것은 불안정노동 철폐를 외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 언론자유를 요구하는 방송인들의 투쟁,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학생들의 투쟁, G20을 반대하는 활동가들의 투쟁, 이외에도 삶의 현장에서 싸우는 전 세계 곳곳 민중들의 투쟁과의 연대이다.

 

우리는 이렇게 외친다.
1. 철거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야만적인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
1. 신자유주의의 대리인 이명박 정권은 퇴진하라.
1. 다주택보유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해 집을 투기대상으로 삼지 못하도록 하라.
1. 재개발된 주택은 공공임대주택으로 하여 임대료를 정부가 보증하고 주택이 없는 서민들에게 우선 입주할 권리를 주라.
1. 재개발 이익을 환수하여 공공시설 확충에 쓰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