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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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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살자’의 아홉 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성민입니다.
이 방송에서 사랑이의 연애에 대한 얘기를 몇 번 했었는데요
오늘도 그 얘기를 이어가볼까 합니다.


사랑이가 여자친구가 생겨서 달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까지 했었는데요
여자친구가 발정기가 돼서 사랑이와의 사랑이 아주 뜨거워졌습니다.
3~4일 정도 둘이서 아주 뜨거운 사랑을 나누더군요.
제가 민망해서 서둘러 자리를 피한 적도 있습니다. 헤헤헤


그렇게 뜨거운 며칠을 보내고 나더니 둘의 관계가 조금씩 이상해지더라고요.
사랑이가 묶여있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찾아와야 하는데
사랑을 나눈 이후 여자친구의 방문에 조금씩 간격이 생기더니
찾아와서도 사랑을 나누지 않습니다.
사랑이는 여자친구가 오면 너무 좋아서 덤벼들려고 하는데
여자친구는 사랑이에게 다가섰다가도 덤벼드는 사랑이를 피합니다.
어느날은 사랑이와 여자친구가 실랑이를 벌이다가 제가 나타나자
뜨금없이 여자친구가 제게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서 고개를 내미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고개를 쓰다듬어줬더니 가만히 있더라고요.
뒤에서 묶여 있는 사랑이는 막 낑낑거리는데...
그게 그 여자친구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처음이자 마지막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랑이와 여자친구의 관계가 서먹해지면서
여자친구의 방문이 사라져가기 시작할 즈음
사랑이랑 산책을 하다가 여자친구와 마주쳤습니다.
반가워서 격하게 꼬리를 흔들어대는 사랑이와 달리
여자친구는 멀리서 사랑이를 지켜보다가
사랑이가 가까이 다가오니까
옆으로 살짝 피해버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 여자친구를 향해 사랑이는 계속 꼬리를 흔들어댔지만
여자친구는 사랑이를 몇 번 쳐다보다가 그냥 가버리더라고요.
아~ 둘의 사랑이 끝났다는 걸 알게됐지요.


평소와 달리 자주 흥분하던 사랑이는
여자친구가 찾아오지 않자
이제 평소처럼 차분해졌습니다.
날씨도 선선해지면서 사료를 먹는 양도 늘었고요.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서 걱정했는데
이제는 맛있는 것도 자주 주고
산책도 더 자주 시켜줘야겠습니다.


사랑이를 피하는 여자친구에게도 이유가 있을테니
산책하다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해줘야겠습니다.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니 친하게 지내자고요.
아, 물론, 사랑이를 찾아오는 건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얘기해줘야겠네요.
사랑이도 그런 마음이라고 생각해봅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름 정도된 부르콜리 모종입니다.
8월 중순부터 한달 정도 이렇게 모종을 키워서
9월 중순에 정식을 합니다.


모종을 키우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하루에 두 번 물을 주고
열흘 간격으로 약을 해주고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다가 어느 정도 자라면 밖으로 내놓으면 됩니다.


그런데 초짜인 저에게는 모든 게 긴장의 연속입니다.
물을 적당히 줘야하는데 ‘적당히’라는 게 문제입니다.
수시로 모종 상태를 보면서 물이 모자란지 과한지 살펴야 합니다.
농약을 칠때도 어느 정도 타서 얼마나 뿌려야 하는지 긴강하고
적당히 자란 모종은 밖으로 내놓아야 하는데
그 ‘적당히’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신경쓰면서 나름 정성껏 했는데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모종이 자란 상태가 고르지 못합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어린 생명을 키우는 과정은
이렇게 정성이 필요한가 봅니다.

 

3


지난 방송에도 여러 분이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모억거님
그래요~


강성신님
잘 있어요?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네요.
후텁지근한게 기분 썩 좋지 않았네요.
그래도 여름가고 가을 오겠지요.
목소리라도 듣고 싶네요.
괜찮하면 전화해요.
010-0000-0000
강성신

 


이 방송이 세 곳의 블러그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전해지는데요
그중 두 곳의 블러그에 정말 오래간만에 댓글이 달렸습니다.
더군다나 이분들은 10여년 전에 함께 활동하던 분들인데
오랜 시간이 흘러서 이렇게 댓글로 만나게 되네요.


아마도 이분들은 일선에서 조금 밀려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선에서 한참 바쁘게 활동하시는 분들은 저를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아주 드문 제 블로그를 이렇게 찾아와주신 것은
열정적이었던 옛 기억을 더듬었기 때문이었을텐데
그 말은 지금의 현실이 차갑고 무겁다는 얘기겠지요.


자, 잘 오셨습니다.
이 방송은 그런 분들을 위한 방송입니다.
이 방송에서 무엇을 더듬고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그래요~”라는 한 마디 남길 수 있다면
저는 더 없이 기분이 좋습니다.


강성신님, 목소리 듣고 싶다고 했는데 들려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그냥 이렇게 방송을 통해서 살아가는 얘기를 편하게 나누자고요.
목소리를 직접 듣는 못해도 교감을 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김영진님
달라지지 않은건지 누군가의 의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조만간 갈수 있겠죠!


Kil-Joo Lee님
매주 들려주는 소식, 자신의 변화에 대한 관찰이 흥미롭습니다. 똥이야긴 제가 제일 못하는 이야기인데 똥을 통해서 몸의 변화를 관찰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네요.

 


이분들은 최근 들어 매 방송마다 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입니다.
최근에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를 지지하는 모임을 통해 알게 된 분들인데요
저를 응원하기 위해서 매번 이렇게 적극적으로 교감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이런 교감이 있어서 방송에 활력도 생기고 제 삶에도 생기가 돌아갑니다.
그 활력과 생기가 멀리 펴져나가 오래된 이들과도 교신이 이뤄졌습니다.
소통과 공감의 힘을 새록새록 확인하고 있습니다.
고맙고 감사하고 땡큐입니다.


악동뮤지션의 ‘galaxy’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칩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만나서 얘기 더 나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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