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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6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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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뉴스를 보는데
제주지역 농가소득이 가구당 평균 5천만원을 넘었다며 농협이 행사를 가졌다고 합니다.
행사장 밖에서 농민단체들이 “가구당 농가부채가 전국 1위인데, 무슨 헛소리를 하냐”며 항의를 했답니다.


그 뉴스를 보며 저를 생각해봤습니다.
작년까지 천평 정도 되는 땅을 빌려서 밭농사를 지었는데요
겨울에는 브로콜리를 재배하고, 여름에는 참깨나 녹두 같은 걸 재배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마늘이나 양파도 재배하는 등 이것저것 배우면서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부지런히 농사지어서 한해 결산을 해보면 200~300만원의 수입이 잡힙니다.
거기에서 소작료와 농약값, 수도세 등을 제하고나면 순수익은 200만원 안팎이 됩니다.
물론 저는 초보이고 배우는 입장에서 소득이 비교적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천평 농사를 지어서 1년에 500만원 벌기가 어렵다는 걸 알았습니다.
밭농사로 연수입 5천만원을 넘기려면 만평 정도는 해야한다는 얘긴데
그 정도 땅을 갖고 농사를 짓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는 의문입니다.


개발 열기에 밀려서 주인이 밭을 팔아버리는 바람에 그나마의 밭도 없어져버렸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부모님이 감귤농사를 짓고 있어서 그걸 맡아서 하기 시작했습니다.
700평 조금 넘는 비닐하우스에서 감귤을 재배하고 있는데
6년생 나무들이 한참 자라고 있고
신품종인데다가 품질도 좋아서 비교적 수입이 괜찮은 편입니다.
1년 동안 열심히 하면 2000~2500만원 정도의 수입이 들어옵니다.
거기에서 농약값과 기름값, 시설 유지비 등을 제하고 나면 2000만원 안팎의 수익이 남는데
그걸로 부모님 생활비를 드리고나면 제가 쓰는 돈은 600만원 정도입니다.
그나마 수입이 괜찮은 편이라는 게 이 정도인데
연수입 5천만원을 넘기려면 제가 하는 비닐하우스 2개는 더 해야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우리집이 평균에서 한참 모자라는 농가인가를 생각해봤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밭농사보다는 시설재배농사가 훨씬 나은 편이고, 우리집 규모면 그렇게 작은 편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농가부채에 허덕이는 비참한 농민도 아닙니다.
비닐하우스 지을 때 시설지원금으로 장기저리 융자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건 그리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것 말고는 딱히 부채가 없으니 이 정도 수준에서 그럭저럭 살아갈만 하지요.


한해 동안 열심히 해서 제가 쓸 수 있는 돈이 600만원이면 그걸고 어떻게 사나싶지만
시골에서 살면 돈 쓸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리 쪼달리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동생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힘들지도 않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열심히해서 연수입 3천만원만 되면
제가 쓸수 있는 돈도 천만원은 되기 때문에 그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1년에 천만원이면 여유있게 살수 있어서 그 이상은 바라지 않을 생각입니다.


뉴스에서는 농민들이 살만한 나라인것처럼 말하고 있고
민중소설에서는 농민들이 농가부채에 허덕이며 술에 쩔어 사는 것처럼 그려지는데
제가 실제로 살아가는 현실은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저는 형편이 비교적 좋은 경우인 것도 사실이지요.
개발과 투기 광풍 때문에 농사를 짓고 싶어도 농사지을 땅이 없는
이 미친 제주도에서 이렇게 여유롭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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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박근혜 몰아내는 촛불집회 이후 2년만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겨울에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겨울 집회가 좋습니다.
추울 때 촛불을 들어야 그 온기가 더 간절해지거든요.
그리고 겨울에는 방안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촛불집회 나가서 세상사람들 얘기 듣는 것도 좋습니다.


2년전 촛불과 달리
지역문제로 좁혀질 가능성도 높고
대중적 열기를 확 끌어올리는 것도 만만치 않고
제도적인 소환절차까지는 시간도 걸린다고 하니
어려운 싸움이될 것 같기는 하지만
투정을 부리는 게 아니라 투쟁을 벌이는 거라면
할 수 있는 건 해봐야겠지요.
투쟁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전에
제 자신을 먼저 변화시키니
변화의 겨울을 보내봐야겠습니다.


영리병원 철회 온라인 서명도 진행되고 있네요.
여기도 한번씩 들러주세요.
http://medical.jinbo.net/no-profithospital/?fbclid=IwAR1YzoB28LcDeeblyUbV-U7Fw-L8KtIUr7eqTIWInBjZ1t6Bbm99UKOfKf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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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하는 송년회라......

 


지난 방송에 ‘지나가다’님이 달아주신 댓글입니다.
저의 송년회 얘기가 마음에 와닿았나보네요.
어떤 의미로 와닿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은의 ‘삶은 여행’이라는 노래 가사 중에
“이젠 나에게 없는 걸 아쉬워 하기보다 있는 것들을 안으리”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범능스님의 ‘무소의 뿔처럼’이라는 노래 가사 중에는
“좋은 벗 있으면 둘이서 함께 하고, 좋은 벗 없으면 버리고 홀로 가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올해는 저랑 같이 술 한잔 하며 얘기를 나눌 사람이 없네요.
그래서 혼자 송년회를 한건데
저는 송년회를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나에게 없는 것에 집착을 하게되면 그 집착이 나를 잡아먹는데
나에게 없는 것을 버리면 나에게 있는 것들이 보입니다.
나에게 있는 것들에 집착하면 나에게 없는 것들이 필요해지는데
나에게 있는 것들을 버리면 또 새로운 것들이 보입니다.


하하하, 잘난 척하는 이 멘트가 좀 낯간지럽기는 하지만
지난 주에 송년회를 하고난 후 제가 느낀 겁니다.
‘지나가다’님에 남겨주신 댓글로 인해 이런 멘트도 만들어졌네요.
고맙습니다.


오늘 방송을 마무리하는 노래로 뭐가 좋을까 생각해보다가
이 노래가 갑자기 훅 들어옵니다.
방송 내용이랑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농가소득 5천만원이라는 건 니 생각이고
영리병원이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도 니 생각이고
혼자하는 송년회가 좋았다는 것도 니 생각이고


하하하
장기하와 얼굴들의 ‘그건 니 생각이고’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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