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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톡톡 튀는 리듬감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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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어진 멜로영화라고 해서 봤다.
얼마전에도 잘 만들어진 멜로영화라고 해서 봤는데 너무 뻔해서 보다가 말았는데...
이것도 그러면 보다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보기 시작했다.


시작은 여자 둘의 얘기였고 밝고 톡톡 튀는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자 하나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멜로가 시작됐다.
그런데 세 명의 주인공이 너무 예쁘고 잘생긴 거다.
멜로영화가 다 그렇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예쁜 주인공을 아주 예쁘게 포장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주인공들이 도드라지게 예쁘면 그 얼굴에 집중하느라 현실의 무게감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역시나 이 영화도 그랬다.
예쁘고 잘생긴 세 명의 주인공 사이에서 벌어지는 현실감없고 뻔한 얘기가 이어지는게 아닌가.


계속 볼까말까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조금 더 참고 보는데
영화의 스토리가 낮익은게 아닌가.
가만히 생각해봤더니 예전에 읽었던 어떤 소설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영화 시작할 때 소설을 각색한 영화라고 소개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 읽었던 소설은 단편이었는데 세 남녀간에 벌어지는 관계의 꼬임과 풀림에 대한 얘기였다.
술술 읽히기는 하는데 특별히 좋았다는 기억은 없고 그 셋의 관계가 조금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저 그런 소설이었다.


원작 소설에 대한 기억까지 떠올랐으니 이제 그만 중간에서 멈출만도한데
멈추어지지가 않았다.
특별한 것 없는 얘기를 술술 읽어갔던 소설처럼
얼굴 반반한 세명의 현실성없는 얘기에 슬슬 빠져들게 되는거다.
현실성이니 시대성이니 하는 건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주인공들의 반반한 얼굴로만 대강 퉁쳐 먹을려고 하지도 않았다.
세 명의 캐릭터가 톡톡 튀면서 살아움직이는게 묘한 즐거움을 줬고
각각의 감정이 움직이는 것도 톡톡 튀면서 나름의 리듬감을 줬고
얽히고 꼬이고 풀리고 다시 얽히고 하는 과정도 리듬감이 있었다.
그 톡톡 튀는 리듬감이 좋아서 영화를 따라가다보니 어느 순간 셋의 미묘한 삼각관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셋이 서로 밀당을 하면서도 감정에 휘말려서 질벅해지지 않고 쿨한 척 상대에게 감정들을 톡톡 던져버리면서 특유의 리듬감을 놓치지 않는 게 좋았다.


영화가 후반으로 가면서 꼬여버린 셋의 관계들을 풀어내려다보니 조금 무리한 설정이 나오고 신파로 흐르기는 했지만 끝까지 리듬감을 놓치지 않아서 몰입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셋이 벌이는 관계와 감정의 핑퐁게임을 두시간 가까이 즐기다보면 영화는 깔끔하게 마무리되고, 영화가 끝나면 남는 것 별로 없이 현실에서 사라져버린다.
잔득 멋을 부려 차려입은 밴드가 연주하는 가벼우면서도 분위기 있는 스윙재즈공연을 보는듯한 그런 영화였다.
제이레빗이 멋을 부려서 ‘낭만에 대하여’를 재즈풍으로 부른다면 이런 느낌일까.


영화를 보면서 이와이 슌지의 냄새가 자꾸 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 말미에 ‘러브레터’의 유명한 한 장면을 노골적으로 들여놓는 게 아닌가.
‘감독이 이와이 슌지를 좋아하는구나’하고 생각하면서도
관계의 꼬임과 신파를 줄이고 조그만 더 담백하게 만들었으면 이와이 슌지의 영화처럼 여운이 남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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