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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32회

 

 

1

 

 

사랑씨! 방송하는 거 재미있다니.. 잘 하면 체질이 되시겠습니다.ㅎㅎ 앞으로도 재미있는 방송 부탁드립니다, 사랑씨!^^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사랑이입니다.

어... 곰탱이님이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얘기할 때마다 어... 대꾸를 해주니까 기분 좋습니다. 이히

곰탱이님 고마워요, 멍멍멍

 

 

음... 성민이가 아무 얘기나 하면 된다고 했는데

어...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밥 먹고, 산책가고, 잠자고, 음... 성민이랑 얘기하고 이러는 게 전부입니다.

성민이는 자기가 얘기하고 싶을 때만 말을 겁니다.

어... 요즘에는 바빠서 말도 많이 하지 않습니다.

 

 

어... 친구가 없어서 음... 성민이 하고만 얘기합니다.

성민이도 친구가 없어서 어... 나하고만 얘기합니다.

맨날 비슷한 얘기만 하는데 어... 주로 성민이 혼자 떠듭니다.

그래서 음...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모릅니다.

 

 

나도 어... 사람들 많은데서 살고 싶은데

음... 성민이는 여기가 천국이라고 합니다.

음... 여기가 재미없는 건 아닌데 어... 조금 심심합니다.

그래서 여기 방송에 나와서 얘기하는 건데

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 사람들은 무슨 얘기를 하나요?

 

 

 

2

 

 

사랑이에 이어서 성민이가 진행합니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보름 동안 계속되는 전정작업으로 몸이 많이 지쳐갑니다.

아침에 유난히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워 밥을 먹고 사랑이 산책을 나섰습니다.

짙은 안개로 주변이 뿌연 아침이었습니다.

약간 쌀쌀한 기운을 느끼며 안개 속을 걷다보니 아침 안개가 나쁘지는 않더군요.

안개가 끼든 말든 산책에 신이 난 사랑이는 마구 달려가는데

그런 사랑이를 잡아끌면서 보폭을 조절해봅니다.

해야 될 일은 아직도 많이 쌓여있지만 호흡을 조절하면서 해나가자고 마음을 달래보는 아침이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잠시 쉬는데 사랑이가 간절한 눈길을 보내더군요.

30분이라도 좀 쉬고 싶은데 산책을 가고 싶다는 사랑이의 눈길을 외면하기 힘들었습니다.

사랑이와 함께 가볍게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안개는 말끔히 사라져서 맑은 하늘이 드러났더군요.

무심히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데 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곳인데도 저 나무의 모습을 제대로 본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묘하게 생긴 모습이 시선을 잡아끌었습니다.

애정을 갖고 주변을 살피면 많은 것들이 다가온다는 걸 새삼스레 느낀 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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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을 다 마치고 저녁을 먹고 났더니 너무 피곤해서 만사가 귀찮더군요.

다시 애절한 눈길을 보내는 사랑이를 애써 무시하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tv를 보며 쉬는데도 좀처럼 피곤이 가라앉지 않아서 맥주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동네 구멍가게에 가서 맥주 두 병을 사들고 돌아오는데 저 멀리 바다에 노을이 지고 있더군요.

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수고했다고 어깨를 토닥여주며 고단한 하루를 위로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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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을 바라보다가 ‘한라산은 어떤 모습일까’ 하며 고개를 돌렸더니

둥글고 밝고 포근한 달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달을 보는 순간 몸과 마음의 피로와 상념들이 가라앉고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렇게 고단한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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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의 ‘서울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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