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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4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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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살자 백 어... 마흔 음...

아,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읽는 라디오 살자 어... 백마흔일곱번째 방송 시작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사랑입니다.

에고 에고, 멋있게 시작하려고 했는데 크크크

처음부터 실수하고 말았습니다.

저한테는 숫자가 힘듭니다.

 

 

여러분, 잘 지내고 계신가요?

많이 덥죠?

저도 많이 더운데 어... 에어컨이 있어서 조금 괜찮습니다.

하지만 에어컨이 있어도 어... 조금 덥습니다.

그래서 어... 오늘은 더우니까 음... 시원한데 가려고 합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든데 음... 저랑 같이 재미있게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 오늘은 저 혼자만 진행을 합니다, 와~

그러니까 어... 여러분이 같이 재미있게 놀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어... 같이 놀러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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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름이 멋있게 펼쳐졌습니다.

낮에는 더우니까 저기 구름 위에서 놀아요.

어... 저는 몸이 가벼워서 폴짝 뛰면 구름 위로 올라갈 수 있는데

음... 여러분도 그렇게 할 수 있나요?

구름이 많이 있으니까 저기 올라가면 무섭지는 않을 겁니다.

바람도 불어서 시원할 거고 어... 푹신푹신해서 뛰어놀기도 좋을 겁니다.

혹시 무서운 분은 제 꼬리를 잡고 따라오세요.

음... 제 몸에서 꼬리가 제일 민감하니까 너무 세게 잡지는 마세요.

그럼 구름 위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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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구름 위에 올라오니까 기분이 좋죠?

와~ 바람도 시원하고 너무 좋아요.

저기 아래를 보세요, 마을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어요.

저기 뒤로는 오름들도 쭉 늘어서 있네요.

여기서 이렇게 보니까 기분이 좀 이상하다, 그쵸?

아직도 무서우세요? 어... 무섭지 않으면 제 꼬리는 그만 놔줄래요?

여기 구름 위에 잠시 누워보세요. 구름이 몸을 감싸니까 살살 간지럽죠? 크흐흐 그래도 기분 좋아요. 아~ 이런 기분 너무 좋아. 내가 누워있을 때 성민이가 살살 쓰다듬어주는 거랑 비슷해요. 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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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보세요, 엄청 큰 나무가 세 개 있어요.

신기하다, 그쵸?

이렇게 큰 나무가 같이 있는 걸보니까 사이가 좋은가 봐요.

그런데 성민이는 이걸 보고 뭐라는지 아세요.

“겉으로 보기에는 사이 좋아 보이지만 땅속에서는 뿌리들이 영양분을 나눠 먹으려고 서로 얼마나 경쟁을 하겠냐? 가운데 나무를 봐, 큰 나무 사이에서 경쟁에 밀리니까 눈에 띄게 야위었잖아.”

성민이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아무 말도 못했지만

그래도 어... 저는 나무 세 개가 서로 친한 거 같아요.

서로 친하니까 가운데 나무가 약해도 어... 죽지 않고 버티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지 않았으면 어... 가운데 나무는 벌써 죽었을테고 음... 나머지 두 나무도 서로 싸우다가 상처만 남았을 거 같은데...

내 얘기가 성민이 얘기보다 더 좋죠,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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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많이 낡았죠?

사람이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섭지는 않아요.

제주도에는 돌이 많아서 옛날에는 이렇게 돌로 지은 집이 많았데요.

집도 돌로 짓고 담도 돌로 만들고 크흐흐

이걸 보니까 여기가 제주도라는 게 실감이 난다, 그쵸?

자, 그럼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을래요?

저도 찍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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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면 뭐니 뭐니 해도 바다죠.

그래서 가까운 바다로 왔습니다.

시원하세요?

사실 어... 저는 아까 구름 위에 있을 때가 더 좋았는데...

저는 성민이랑 중산간마을에서만 살다 보니까

음... 바다는 잘 모릅니다.

그래도 어... 여기는 냄새가 완전 달라요.

바위들이 많아서 다니기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 냄새는 좋아요.

이게 바다냄새구나.

저기 배도 보이네요.

히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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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가까이 오니까 냄새가 더 좋아요.

와~ 이 냄새 아주 강렬한데...

그리고 어... 바다 색깔도 너무 멋있어요.

매일 나무하고 풀들만 보다가 이런 색깔 보니까 너무 멋있어요.

시원한 바람도 살살 불어와서 좋아요.

와~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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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얘는 뭐죠?

처음 보는 녀석인데...

움직였다가 안움직였다가 하는데요.

냄새는 바다냄새랑 비슷하고...

나를 공격할 거 같지는 않은데

밭에서 보는 녀석들처럼 만만하지는 않은 것 같고...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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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닷가에서는 낭만과 사랑을 얘기한다고 해서

저의 낭만과 사랑에 대해서 얘기해볼까요.

어... 예전에 제가 밖에서 살 때는 줄에 묶여서 지냈거든요.

여름에는 더우니까 성민이가 집 뒤쪽에 그늘 있는데 데려다줬어요.

그런데 어... 어느 날부터 한 녀석이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걔는 근처에 사는 여자얘였는데 풀어놓고 자유롭게 다니던 얘거든요.

성민이랑 산책할 때 반갑다고 인사를 하면 새침데기처럼 쌀쌀하게 굴었는데

음... 어느 날부터 제 집으로 찾아와서는 다정하게 구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었는데 그래서 어... 금방 친해졌어요.

성민이도 얘를 귀여워해서 우리 집에 놀러 와도 편하게 지냈죠.

그렇게 친하게 지내다가 서로 눈이 맞아서 뜨겁게 사랑을 나눴고 저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어... 얘가 놀러오는 시간을 항상 기다리곤 했었는데

어... 어느 날부터 얘가 오지 않는 거예요.

성민이랑 산책할 때 마주쳐도 가까이 오지도 않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

너무 너무 서운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배가 불러오더라고요.

성민이가 임신을 해서 그런 거니까 섭섭해 하지 말라고 얘기는 했지만

멀리서 저를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하는 게 너무 서운했어요.

그리고 어... 우리의 사랑은 그걸로 끝났습니다.

그 후에도 산책 할 때 자주 마주쳤지만 저를 반갑게 대해주지 않았어요.

이제는 귀엽게 뛰어다니던 새끼들도 보이지 않고 그 얘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죠.

저의 짧았던 여름날의 추억과 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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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눈이 왔어요!

와, 와, 너무 신난다.

빨리 오세요, 멍멍멍멍

우리 여기서 신나게 놀아요.

눈썰매도 타고, 달리기도 하고,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눈강아지도 만들고 와~

지난 겨울에는 너무 따뜻해서 눈을 별로 보지 못했는데

여름에 이렇게 눈을 보니까 너무 좋아요, 와~ 신난다~

눈 위에서는 쉬면 안돼요, 저랑 같이 더 놀아요, 더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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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에고, 너무 뛰어다녔더니 목이 다르네요.

저기 고드름 있는데 누가 따주실래요?

한여름에 먹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처럼 저 고드름 먹으면 시원할 것 같은데.

고드름이 세 개니까 같이 나눠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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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여기 나무에는 눈꽃이 피었어요.

어... 이 나무는 매실나무인데 겨울에 꽃이 피는데

어... 눈이 오니까 눈이랑 꽃이랑 같이 피었어요.

와~ 진짜 이쁘다.

눈이 꽃을 덮어주니까 꽃은 따뜻할까요? 아니면 시원할까요?

음... 저는 시원하다고 생각해요, 히히히

이렇게 이쁜 꽃이 피었는데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어주세요.

얼짱 각도로 이쁘게 찍어주세요.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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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신나게 놀다보니까 벌써 해가 지내요.

조금 더 놀 수 있는데, 아깝다.

아, 그런데 여름에는 해가 지고나면 시원해지기 때문에 더 놀기 좋아요.

우리 이제부터 더 신나게 놀아요.

어... 그런데 뭐하면서 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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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밤에도 놀 수 있어요.

어차피 더워서 잠도 못자니까 그냥 같이 놀아요.

저기 보세요, 바닷가에 배들이 가득해요.

멋있죠? 도시에는 밤에 네온사인들이 환하다는데 여기는 배들이 환해요.

여름 밤바다도 좋아요.

 

 

그런데 벌써 지쳐버렸어요? 자꾸 집에 들어가려고 하네...

나는 더 놀 수 있는데...

그래도 괜찮아요, 피곤하면 들어가서 샤워하세요.

그리고 맥주도 한 잔 하면 아주 상쾌해질 거예요.

저는 그 옆에서 맛있는 간식 먹으면서 오늘 재미있게 놀았던 것들을 기억할래요.

제가 태어나서 이렇게 재미있게 놀아본 건 처음이에요.

여러분 덕분에 오늘 정말 신나게 놀았어요.

맨날 성민이랑 그렇고 그렇게 지내다가 여러분이랑 같이 놀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가끔 이렇게 놀러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아~ 이제 조금씩 졸리기 시작하네요.

여러분은 술 마시면서 더 얘기 나누세요.

저는 먼저 잘게요, 안녕.

 

 

 

 

(이치현과 벗님들의 ‘사랑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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