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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EX, 대만영화의 감수성이 깔끔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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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죽었다.

그런데 아빠 보험금의 수령인이 불륜여로 돼 있었다.

그런데 그 불륜여가 남자였다.

 

 

엄마는 보험금을 되찾기 위해 그 남자를 찾아갔고

그 남자는 자기 알바 아니라면서 시큰둥하고

고등학생 아들은 그 사이에서 어지럽다.

 

 

의지할 곳은 아들 하나뿐인 엄마는 아들을 더 억척스럽게 대하고

그런 엄마가 싫은 아들은 가출해서 아빠의 애인을 찾아가고

자기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힘든 아빠의 애인은 모든 게 귀찮고

그럴수록 셋의 관계는 점점 엮어들게 된다.

 

 

이러면서 이야기는 흘러갔다.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얘기를 가볍게 술술 풀어나가는데

그러다보니 다소 뻔할 수 있는 얘기가 되어갔지만 그 역시 무리하지 않고 요령 있게 풀어갔다.

 

 

그렇게 이야기가 풀려나가면서

아빠의 선택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하나씩 드러났고

그 과정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야 했던 아빠, 사랑에 버림받은 엄마, 인정받을 수도 이뤄질 수도 없는 사랑을 선택한 아빠의 애인의 욕망과 갈등이 설명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입장을 서서히 이해하면서도 쉽게 같은 입장이 될 수 없는 그들은 서로에서 상처를 주면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욕망과 갈등도 이미 죽은 사람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것이기에 살벌하지 않고 가볍게 넘실거릴 뿐이었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각자의 이야기도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롭고 넘나들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그들의 감정은 한곳으로 모여들었고 서로의 감정이 모여든 그곳에서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해왔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하나의 줄기로 엮인 이야기는 막판에 약간 신파조로 흐르기는 했지만 그 역시 넘치지 않고 적절하게 조절된 채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별로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다분히 계산적인 영화적 스타일로 끌어가서

적당한 감동과 즐거움을 안겨주면 끝났는데

뒷맛이 아주 개운했다.

잘 모르는 식당에서 백반을 먹었는데

독특하거나 뛰어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손맛이 괜찮아서

기분 좋게 식당을 나서게 되는 그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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