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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58회

 

 

 

1

 

 

읽는 라디오 살자 시작합니다.

저는 성민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이명이 생겼습니다.

가끔 귀에서 이명이 들린 적은 있지만 금세 사라지곤 했는데

이번에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귓속에서 소리가 맴돌더군요.

초기 증상이라 심각한 건 아니지만 더 심해지기 전에 치료해야할 것 같아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간단히 진단하고 약을 처방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은 검사를 하더군요.

의사는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이렇게 저렇게 설명을 하는데

청각기능이 아주 나쁘다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이명의 원인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몇 가지 질문을 했지만 똑부러진 답을 듣지는 못했고

그냥 처방한 약을 받아들고 나왔습니다.

 

 

병원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짜증을 다시 느껴야했습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고가의 검사를 받고나서

의사는 전문가스러운 얘기를 늘어놓지만

명확한 진단은 없이 불안감만 안고 병원을 나서는 거죠.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제 자신을 살펴봤더니 온통 결함투성이입니다.

눈, 귀, 코, 치아, 손가락, 무릎까지 곳곳이 크고 작은 이상을 보이고 있고

속을 봐도 위, 폐, 생식기, 항문에 경보신호가 들려온지 오래됐습니다.

평소에 관리하지 못한 탓도 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나빠지는 것도 있는데

대부분이 좋아지기를 바라지 못하고 더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겁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마음만 더 심란해져서

보왕삼매론 첫째 구절을 중얼거려봤습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서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났더니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고 있는 걸 느끼고 있던 참입니다.

바쁜 일들이 줄어들면서 몸이 여유로워지니까 마음이 자꾸 딴 곳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이곳에서 특별히 마음을 달랠 묘책은 없다보니

마음은 슬며시 들썩이게 되고 몸은 게을러지는 요즘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내온 겁니다.

 

 

몸에서 보내온 신호를 접수하고

마음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니가 어디로 간다고 한들 몸이 그걸 받아들여주질 못해. 그냥 여기서 이 결함투성이랑 그럭저럭 지내면 안 되겠니? 나는 이제 너랑 투닥거리면서 지내는 게 적응돼서 재미있는데...”

그랬더니 마음이 제게 윙크를 하더군요.

 

 

 

2

 

 

안녕하십니까, 사랑이입니다.

날씨가 조금씩 추워지고 있는데 여러분은 추위를 많이 타나요?

저는 털이 있어서 추위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집안에서 살기 때문에 더 괜찮습니다.

그래도 많이 추울 때는 웅크리고 지내지만 요즘은 그렇게 안 해도 괜찮습니다.

 

 

성민이도 몸에 털은 없지만 추위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저녁이 되면 날씨가 쌀쌀하다고 하면서 방에 보일러를 켭니다.

나는 보일러를 켜지 않는 마루에 있어서 괜찮은데

벌써 춥다고 하는 성민이를 보면 조금 웃깁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성민이가 잠을 잘 때 방문을 닫아버립니다.

새벽에 추워서 안 되겠다고 하면서 방문을 닫아버립니다.

나는 보일러도 켜지 않은 마루에서 자도 괜찮은데...

 

 

방은 바닥이 미끄러워서 잘 안 들어가려고 합니다.

방 입구에 누워있어도 성민이가 잘 보이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그래서 주로 방 입구에서 지내고 잠도 거기서 잡니다.

성민이가 제 잠자리를 마루 소파 앞에 만들어줬지만

저는 성민이를 볼 수 있는 그곳이 좋습니다.

그런데 성민이가 방문을 닫아버리니까 밤에는 성민이를 볼 수가 없습니다.

 

 

아쉽지만 그냥 그렇게 잠을 잤다가

아침에 성민이가 일어나서 방문을 열면

얼른 성민이방으로 들어갑니다.

보일러 때문에 방이 따뜻한 것보다

성민이를 보면서 같이 있을 수 있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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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능스님의 ‘나는 강이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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