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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34회 – 추워진 날씨, 따뜻한 이야기

 

 

 

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서른네 번째 문을 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들풀입니다.

 

 

지난주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몸을 많이 웅크려야 했습니다.

가을 날씨답지 않게 더운 날씨가 이어지다가 닥쳐온 추위라서 더 춥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두툼한 외투도 꺼내고 보일러도 틀었습니다.

이렇게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었는데 세상에서 들려온 따뜻한 소식들이 제 마음을 활짝 펴게 만들더군요.

그래서 오늘 방송은 세상에서 전해지는 그 온기를 담아볼까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사람도 차도 많지 않은 서울 명동의 밤거리에

한 줄의 문장이 광고판에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황진원님이 이걸 보고 마음에 느껴진 것이 있었는지

sns에 사진을 올리셨습니다.

덕분에 제 마음으로 따뜻한 기운이 오롯이 전해졌습니다.

 

 

나는 빛나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내가 누군가를 빛나게 해줄 수 있는 존재였다는 걸 알게 해줬습니다.

그렇게 빛나는 이가 나의 존재를 몰라줘도 할 수 없지만

이렇게 내 존재를 알아준다면 그것 이상으로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춥고 외로운 이 밤에 이유 없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문장이었습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날씨가 추워졌다고

두툼한 외투를 꺼내 놓고

방에 보일러를 돌리면서

sns를 들여다보는데

이 사진과 글이 보이더군요.

 

 

추워진 날씨에

두툼한 외투 한 벌이 없고

보일러를 돌릴 기름이 없어

몸보다 먼저 마음이 움츠러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그때야 생각하게 됐습니다.

 

 

옷장을 열어

파커 한 벌, 목도리 하나, 장갑 한 벌, 수건 두 개

이렇게 챙겨서 상자에 넣었습니다.

무겁지 않은 상자를 들고

편의점에 가서 택배를 보내고는

가뿐한 발걸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다가오는 겨울이 얼마나 혹독할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한 명에게는 아주 조금 견딜만한 겨울이 됐으면 합니다.

 

 

 

3

 

 

1995년, 스무 살에 삼풍백화점에서 일당 3만 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겼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몹시 아팠다. 밖에서는 멀쩡히 웃고 떠들고 잘 지내고 돌아와 가만히 손목을 긋기도 했고, 일하다 말고 갑자기 집으로 가 수면제를 한 움큼 집어삼키고 누워 있기도 했다. 그 후로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았고, 그 일을 잊고 살려고 노력했다.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세상은 생존자가 침묵하는 딱 그만큼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는 침묵하지 않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에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의 생존자가 말한다>를 썼고, 이를 계기로 딴지일보에 <저는 삼풍의 생존자입니다>를 정식 연재했다.

앞으로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지난날의 상처를 통해 무엇을 보고 또 느꼈는지, 특히 상품 사고가 생의 지축을 어떻게 뒤바꾸어 놓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산만언니 씀, 푸른숲 펴냄)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표지에 글쓴이를 소개하는 글은 이렇게 강렬했습니다.

강렬한 만큼 힘겨운 글이기도 했습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산만언니의 글들을 소개하려합니다.

삶과 고통을 바라보는 눈이 아주 조금은 깊어지지 않을까 하는 바램입니다.

 

 

 

 

가끔은 ‘나를 괴롭히며 쓰는 글이 타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의문까지 든다. 하지만 내게는 이 글을 통해 세상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 모든 일들을 겪어왔지만, 그럼에도 내가 살아온 세상은 따뜻했다고. 눈물 나게 불행한 시절도 있었지만, 가슴 벅차게 감사한 순간들도 많았다고. 그러니 당신들도 살아 있으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냥 살아만 았으라고. 그러다 보면 가끔 호사스러운 날들도 경험하게 될 거라고. 이 말을 하고 싶어 쓰는 것이다. 다른 것은 없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LO$ER=L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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