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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39회 – 이 겨울, 민주주의는 멀어져가고

 

 

 

1

 

읽는 라디오 서른아홉 번째 불을 밝힙니다.

안녕하세요, 들풀입니다.

 

백기완, 노태우, 전두환 세 분이 몇 달 사이에 연이어서 돌아가셨습니다.

1987년 뜨거웠던 그 해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열하게 부딪혔던 분들이죠.

이분들만큼 치열했던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씨도 이미 돌아가셨고요.

이렇게 역사에 큰 자국을 남겼던 분들이 다 사라졌습니다.

 

제가 1987년에 선거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린 나이에도 그때 선거가 매우 치열했다는 기억은 있습니다.

물론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에 참여한 것도 아니지만

전국에서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났던 것도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그때의 대선은 모두의 관심사였습니다.

 

이제 30여 년이 흘러서

그때 대통령이었거나 후보였던 이들은 모두 돌아가셨고

그들의 적통을 자임하거나 부정하는 이들이 새롭게 등장해서

다시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저도 관심을 가졌던 당시 대선과 달리

어른이 된 저는 지금의 대선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네요.

민주주의는 발전했다는데 그 민주주의가 나의 민주주의로 다가오지 않는 것을 왜일까요?

몇 년 전 촛불을 들었을 때는 분명히 그 투쟁이 나의 투쟁이었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추상적로 이야기할 때가 많습니다. 그저 투표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란 종종 일종의 경험입니다. 공적 공간에서 육체적으로 한데 모이는 경험,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경험,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걸어가는 경험입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아름다운 힘의 경험입니다.

 

 

라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거리에서 경험했던 우리의 민주주의가 선거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지켜보는 요즘

내 마음 속에 민주주의를 끄집어내 닦아봅니다.

촛불이 한창 뜨거울 때 누군가 했던 얘기가 생각납니다.

“민주주의여, 너는 나를 잊을지 모르지만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느 집 대문 앞에 이런 문구가 붙여져 있더군요.

대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야 현관문이 나오는 구조여서

택배를 현관문 앞까지 갖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충분히 느껴지게 적어놓은 마음씨도 좋았는데

무거운 택배는 대문 안쪽에 놔두라는 작은 메모가 더 좋았습니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은

배려는 받는 사람과

배려를 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까지

덩달아 즐겁게 만듭니다.

 

 

3

 

2011년 12월 16일 읽는 라디오가 처음 시작됐습니다.

2021년 12월 16일이 되면 읽는 라디오가 10주년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읽는 라디오 10주년 특집방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0주년 특집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할 것은 별로 없겠지만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관심 가져달라고 미리 얘기합니다.

 

12월 16일이 목요일이어서

10주년 특집방송은 12월 13일에 방송될 예정입니다.

이곳이 작고 초라한 곳이기는 하지만

열 번째 생일을 정성껏 준비하는 만큼

손님들도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읽는 라디오 10주년에 여러분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읽는 라디오를 어떻게 접하게 되셨는지

읽는 라디오를 접하면서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아쉬운지

읽는 라디오에 궁금한 것은 없는지

읽는 라디오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는지

읽는 라디오의 느낌은 어떤지

이런 얘기들을 보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10주년 기념 경품이나 깜짝 이벤트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저 오랜 세월 같이 해온 그 의미를 축하해주고 싶을 뿐입니다.

 

오늘 방송을 마치며 들려드릴 노래는 파두로 준비해봤습니다.

방송 내용과 연관되는 곡은 아니고 이 겨울에 따뜻한 노래 한 곡 들어보시라고 골라봤습니다.

Mariza이 부른 ‘Meu Fado Meu’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같이 시간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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