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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50회 – 브로콜리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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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면 감귤을 수확해야 하는데

감귤 껍질이 부풀어 오르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품종의 특징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부피과는 상품성이 없기 때문에 걱정이 됩니다.

 

해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마음을 쓸어내렸지만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재작년 병충해 피해가 너무 심해서 타격이 컸었기에

작년에는 유난히 신경을 많이 쓰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감귤도 많이 달리고 상태도 좋은데다가 요즘 감귤시세도 좋다고 하니

조금 흐뭇한 마음으로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데

수확을 코앞에 두고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겁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농사라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다시 느낍니다.

일 년 내내 정성스럽게 보살피며 키워왔지만

어느 한 순간의 실수나 미묘한 차이들로 인해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하는데

막판에 이런 문제가 생기면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남은 기간 나무를 잘 달래면서

수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농사는

식물과 함께 자연을 호흡하는 과정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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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이 끝난 브로콜리 밭에 노란 꽃이 피었습니다.

크기가 작거나 상품성이 없어서 수확하지 않고 내버려둔 브로콜리들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활짝 꽃을 피운 것입니다.

요즘 한창 화사함을 자랑하는 유채꽃에 비하면 볼품없는 모습일지 모르지만

겨울농사가 끝나서 삭막하게 방치된 밭에 나름대로의 멋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화려해서 일부러 심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 가치가 있어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할 일을 다 마친 끝에 스스로 마무리를 할 뿐이지요.

서 너 개만 조촐하게 피어있으면 그 맛이 제대로 나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모두가 함께 무리지어 있으니 지난 겨울의 힘겨움을 위로해주는 것도 같습니다.

 

이곳에는

브로콜리 꽃이 피었습니다.

 

 

3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진실한 마음을 담아 위로를 전해봤던 적이 언제였을까요?

 

이러저러한 마음의 상처들도 이제는 아물어서

웬만한 과거의 아픔들은 흘려보냈는데

그 뒤에 남는 것은 오롯이 혼자라는 현실입니다.

혼자라는 것이 여유롭고 자유로워서 좋기는 한데

제 마음을 들여다봤더니

푸석푸석한 황무지 같아 보였습니다.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진실한 마음을 담아 위로를 전하는 노래는

어쩌면 판타지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런 판타지가 푸석푸석한 마음에 습기를 넣어줄 수 있다면

잠시 그 판타지에 빠져보렵니다.

 

 

 

(이설아의 ‘친구야’ feat. 김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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