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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83회 – 겸손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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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감귤선과장에 있는 강아지입니다.
겨울철 바쁘게 돌아가는 선과장을 지키기 위해 데려온 강아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린 티가 많이 나지만
지난 겨울 선과장을 홀로 잘 지켜냈습니다.
사랑이와 산책을 하고 있으면
자기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듯이 앞다리를 들어 올리며 격하게 반응을 보이곤 해서
산책할 때마다 잠시 들러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했었습니다.
눈이 많이 내려서 선과장도 문을 닫은 날에는
혼자서 춥고 외롭고 배고픈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안쓰러워
사료를 들고 가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했었습니다.
산책 한 번 하지 못하고 묶여 지내고 있는 녀석의 눈에
매일 산책하는 사랑이가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미안해지고 안쓰러워지기도 했었는데...
겨울 동안 이래저래 마음을 나누며 정이 들었는데
이제 선과장이 문을 닫을 때가 됐습니다.
이 녀석은 앞으로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얼마 남지 않은 인연이라도 좀 더 마음을 전해봐야겠습니다.
2
날씨는 아직도 어수선하고
세상은 그보다 몇 배는 더 어수선하지만
매화가 피고 주변 밭들이 정리되는 걸 보면
봄이 오기는 왔습니다.
저도 서서히 텃밭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겨울동안 미뤄뒀던 집안 정리도 하나씩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날씨가 좋아지면 이불과 담요 같은 덩치 큰 빨래들을 하나씩 하고
창문이나 싱크대 같이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들도 닦아내야 하고
쌓아놓기만 하고 쓰지 않는 오래된 가구와 이불과 옷들도 과감하게 버려야겠습니다.
구석구석 쌓여있는 묵은 것들을 덜어내고 닦아내면서 조금은 홀가분하게 봄을 만끽해야겠네요.
텃밭에는 이제 곧 봄작물과 여름작물을 심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물의 종류와 가짓수를 계획하고
조심스럽게 새로운 작물도 몇 가지 도전해보고
여유 있게 심어서 주위에 좀 더 많이 나눌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올해도 풍요롭고 여유롭게 텃밭농사가 될 수 있기를.
3
정밀아라는 가수는 친한 누군가와 소곤소곤 대화하듯이 노래를 합니다.
그 내용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소소한 얘기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그 얘기가 은근슬쩍 귀를 타고 들어와서는
제 마음속을 여유롭게 거닐다가 조그만 불빛 아래 자리를 잡고 앉으면
제 마음이 포근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그의 노래를 가만히 들으며
이 방송도 그렇게 되길 바래봅니다.
나는 혼자인 듯 혼자 아닌 사람입니다 수많은 우주와 함께 있으며
조금씩 음악의 언어를 배우고 제법 긴 말의 노래도 하고
나의 노래가 또 어디까지 흘러갔는지 누구의 어깨 위를 맴도는지
희미한 바람에도 흘러 흘러서 다정하게 내려앉기를
(정밀아의 ‘서술’ 중 한 부분)
(정밀아의 ‘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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