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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함께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습니다.
오전에 하우스에서 땀 흘리며 일을 하고난 후
오후에는 에어컨에 켜진 방에서 편안히 누워 이런저런 영상들을 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주로 유튜브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상들을 즐기는데요
요즘에 즐겨보고 있는 유튜브 영상들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가장 즐겨보는 채널은 ‘컨션스9’이라는 인터뷰 채널입니다.
노숙인들의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다루는데요
7년 동안 운영하고 있어서 정말로 다양한 분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IMF금융위기 때 회사가 부도나서 일자리를 잃은 이후 길거리로 나오게 된 분
배를 타면서 힘들게 일하다가 만난 다방 종업원에게 헌신적으로 마음을 바쳤지만 팽 당한 후 씁쓸하게 거리를 헤매고 있는 분
건설회사 사장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다가 갑작스러운 부도로 이혼과 함께 거리로 나앉게 되신 분
잘나가는 요리사로 행복하게 살아가다가 부인과 자식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떠나가자 모든 재산을 기부하고 길거리에서 공허한 마음을 달래고 있는 분
고아원 출신으로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며 살아왔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분
주먹세계 행동대장으로 힘 좀 쓰며 살다가 징역살이를 하게 된 후 기댈 곳이 없어져 수시로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며 살아가시는 분
백댄서로 나름 꿈을 안고 살아가다가 성폭력을 당한 후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거리를 헤매시는 분
일찍 기술을 익혀 기술직으로 잔뼈가 굵었지만 술과 도박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해 결국 거리에서 생활하게 되신 분
어느 한 순간 삐끗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지면 인간관계들이 단절되고 사회시스템도 빈약해서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밑바닥 생활을 계속 이어가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겁니다.
노숙인의 삶을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그 언저리까지 가봤던 저로서는
그분들의 얘기 하나하나가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어떤 분의 얘기에서는 짜증도 나고, 어떤 분의 얘기에서는 한숨도 쉬고, 어떤 분의 얘기에서는 감탄을 하기도 하면서 지금의 제 삶을 좀 더 겸손하게 돌아보게 됩니다.
그분들의 인터뷰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남들의 호의에 의지에 적당히 살아가는 부랑인들의 비굴한 삶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도 삶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는 존엄성을 느끼게 됩니다.
비록 세상의 밑바닥에서 살아가고 있는 삶이지만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잃지 않겠다는 모습이 저를 숙연하게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를 그분들에게 그렇게 배웁니다.
PD : 노숙생활은 해보니까 지낼만하십니까?
노숙인 : 힘들 때도 있고, 지낼만할 때도 있고, 사람 마음먹기 달린 거 같에.
PD : 노숙생활이 만만치는 않죠?
노숙인 : 아이, 만만치 않지. 여름에 더우면 더워 죽겠고, 겨울에 추우면 추워 죽겠고.
중국집 쉐프 출신 62살 남성은 도박으로 4억 잃고 전과7범 노숙인 된 걸 후회할까? (유튜브 채널 컨션스9 중에서)
2
‘할매식당’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즐겨봅니다.
나이 든 노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가 그분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짧은 영상 속아 담아놓은 채널입니다.
채널에서 소개하는 식당들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길가 한 모퉁이나 시장 구석에 자리 잡은 허름하고 작은 식당들이 대부분입니다.
백반, 튀김, 분식, 전, 호떡 등 평범한 메뉴들을 파는 식당들입니다.
허름하고 작은 식당이다 보니 혼자 아니면 부부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문드문 찾아오는 손님들도 대부분 단골들이고요.
나이 든 주인들이 묵묵히 식당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중간 중간 짧은 인터뷰를 집어넣습니다.
그분들이 하시는 얘기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식당일이다.”
“묵묵히 하다 보니 아이들도 다 키웠다.”
“이제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단골들이 와줘서 좋다.”
“건강이 허락되는 한까지 하고 싶다.”
“이렇게 매일 일할 수 있는 것이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
특별할 것 없고 비슷비슷한 그분들의 얘기에는
꾸미지 않는 솔직함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그 나이가 되도록 식당일을 하다보면
몸과 마음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있겠지만
사연 팔이 하거나 신세 한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의 삶에 감사하며 덤덤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짧은 영상 속에서
그 분들이 겪어왔던 삶의 풍파는 담아내지 못했지만
그 풍파를 견디며 살아온 삶의 내공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삶에 대해 또 배웁니다.
열심히 살면 돼, 남한테 나쁜 짓 안 하고. 그냥 내가 열심히 해서 돈 벌어서 살고,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살면 되지.
뇌출혈로 미각 잃어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식당 만든 69세 용산 감자탕 할머니 (유튜브 채널 할매식당 중에서)
3
세상 돌아가는 소식들도 듣고
이런저런 분들의 살아가는 얘기도 듣다가
머리를 식히고 싶으면 보는 채널이 ‘ONDO STUDIO’입니다.
도자기 공방에서 다양한 형태의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채널입니다.
특별한 효과음이나 내레이션, 자막 같은 것 없이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만을 심플하게 보여줍니다.
물레에 올려 진 흙 한 덩이가 손놀림에 의해 서서히 모양이 만들어지고
조그만 도구로 쓱쓱 자국을 내다보면
어느 순간 아름다운 항아리, 접시, 찻잔, 그릇 등이 만들어 지는데
멍 때리면서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보면 감탄사로 절로 나옵니다.
그렇게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네 삶도 조심스러운 손끝의 움직임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감귤나무도 도자기를 빚는 것처럼 정성스러운 노력으로 아름다운 열매를 빚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멋있게 도자기를 빚어내기까지 무수한 실패와 노력이 있었을 테고
도자기를 빚으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는 또 다른 고민과 힘겨움이 있을 테고
무생물이 아닌 생물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삶은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법이니
그저 아름다운 영상을 편하게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추다혜 차지스의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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