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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01
1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날에는 뭔가를 하는 것이 힘이 들지만
뭐라도 하면서 땀을 흘리고 있으면 오히려 가뿐해집니다.
물론 덜 더울 때 적당히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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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하우스 뒤편 물탱크와 텃밭이 있는 공간입니다.
여름에는 이 공간에 작물을 심지 않아서 풀이 왕성하게 자랐는데
이틀에 걸쳐서 하우스 안과 주변 텃밭의 풀들을 정리했습니다.
깔끔해진 공간을 보니 마음이 개운해지는데
이 공간을 그대로 놀리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일을 하나 벌였습니다.
여름의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릴 락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로 한 겁니다.
저 앞에 보이는 물탱크 위가 무대이고요
풀을 깎아 놓은 그 주변이 공연장입니다.
락 공연이기에 기본적으로 스텐딩 공연이지만
작은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즐기셔도 됩니다.
주변 공간이 그리 넓지는 않지만
어차피 찾아올 사람도 많지 않으니 여유롭게 즐겨주시면 좋겠네요.
조명 시설이 없기 때문에 해가 지는 저녁에 시작해서 어두워지기 전에 끝내야 합니다.
공연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이제 바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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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옆으로 보시면 무덤 두 기가 있습니다.
제주도에는 밭에 무덤이 있는 경우가 흔한데
이곳도 오래 전에 누군가의 조상을 모셔놓았더군요.
자손이 끊겼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방치돼서 지금은 보시다시피 잡초만 무성합니다.
그런 곳 옆에서 공연을 하자니
무덤 주인들에게도 양해를 구하며 같이 즐기자고 부탁했습니다.
귀신과 인간이 함께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볼까요?
차다혜차지스의 신묘한 에너지로 오늘 공연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작두’와 ‘사이에서’를 연속으로 듣겠습니다.
2
귀신분들이 들을만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요즘 애들이 나름 고민해서 만든 노래이니 귀엽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곡들은 더 시끄럽고 요란할 텐데 괜찮으실까요?
조용한 시골마을에 요란한 음악이 울려 퍼지니
무슨 일인가 해서 나와 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곳이 마을에서 조금 떨어져있기는 하지만
주변에 사시는 분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아서 사전에 양해를 구하기는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해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공연 보러 오실 때 개들도 같이 와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사랑이가 친구들이 생겨서 아주 즐거워하네요.
개들에게 이 요란한 음악들이 어떻게 들릴지 살짝 걱정이기는 하지만
그냥 사람과 개와 귀신이 함께 어우러지는 즐거운 자리였으면 합니다.
다음 밴드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벤드는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아주 유명한 밴드라고 하는데
저는 얼마 전에 이 분들의 연주와 노래를 처음 들었습니다.
드럼과 베이스와 기타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하드록 밴드인데
그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어서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뭔가를 강렬하게 뿜어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에너지를 안으로 삭히면서 단단하게 다지는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이 분들의 음악을 제가 자세히 설명할 능력은 안 되니
그냥 여러분과 함께 듣고 느껴보는 게 좋겠네요.
저 멀리 멕시코에서 이 조그만 시골 마을까지 와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며
The Warning의 ‘Hell You Call A Dream’ 듣겠습니다.
3
파워풀한 에너지를 만끽하셨나요?
개들이 조금 놀라서 짖기는 했지만 보호자분이 잘 달래주셔서 지금은 진정이 됐나 봅니다.
사랑이는 읽는 라디오를 직접 진행하며 여러 음악을 들려드리기도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차분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사랑아, 기분 좋으면 꼬리라도 한 번 흔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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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로 보시면 취나물 밭들이 있습니다.
겨울동안 수확을 마친 취나물 밭을
봄에 갈아 없고 다시 씨를 뿌려서
요즘은 새순이 왕성하게 올라오는 때입니다.
고랑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무리를 지어 올라오고 있는 취나물 순들을 보고 있으면
힘찬 생명력이 오롯이 전해져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취나물이 저렇게 활기차게 자라게 하려면
이 폭염 속에 사람들이 잡초를 뽑아줘야 합니다.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 그늘 한 점 없는 밭에 쭈그려 앉아 일하는 모습은
일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보는 사람도 힘들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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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나물 밭을 보면서
목가적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하고
초록 식물의 강한 생명력을 느끼기도 하고
향긋한 나물의 향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노동의 힘겨움도 같이 느꼈으면 좋겠네요.
그런 마음을 담아서 허클베리핀이 노래합니다.
‘사막’
4
락 음악의 정신으로 흔히들 자유니 저항이니 하는 말을 합니다.
뭔가 규정되고 강요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자신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려는 것을 얘기하겠죠.
앞에서 들려드렸던 The Warning은 ‘네가 꿈이라고 부르는 이 지옥’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었고
헤클베리핀은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서서히 미쳐가는 자신’을 저주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힘차게 뿜어내는 에너지 속에는 이런 치열함이 녹아있기에 더 강렬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보면 속에 있는 것을 내지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꾸역꾸역 가슴속에 담아두고 살아가야 합니다.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가득 차도 다시 생기는 쓰레기를 어떻게든 쑤셔 넣으면서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는 거죠.
물론 그렇게 살면 병들어 서서히 죽어가거나 통제되지 않는 괴물이 돼서 미쳐 날뛰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마음 속 쓰레기들을 버려야 하겠죠.
“마음 속에 쓰레기가 차면 버려야 한다”는 이 간단한 말이 쉽지 않은 이들에게 오늘의 공연을 마치고 싶습니다.
마음 속에 응어리진 것들을 뿜어내고 던져버리지 못한다면 그것을 붙들고 울부짖기라도 해보는 건 어떨까요?
누구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말이죠.
(빌리카터의 ‘We Can Fight’)
5
오늘 함께 듣는 이 노래들이 여러분에게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설까요?
한여름의 락 페스티벌이니만큼 시원하게 내지르는 노래들을 기본으로 했지만
락 음악의 정신을 생각하면서 나름 의미 있는 곳들로 준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편안한 마음으로 왔다가 필요 이상으로 무거워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만약 그렇게 느껴지시는 분이 계시다면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음악은 현실을 위로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현실을 마주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니까요.
앞에서 들려드렸던 곡들처럼 강렬하면서도 치열한 노래를 듣다보면
“나는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부끄러워지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동시에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나는 치열하게 살았고, 지금도 나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거야”라고 말이죠.
여러분 중에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죠?
이번에는 저와 그런 여러분을 위로해주는 노래를 한곡 들어보려고 합니다.
치열했던 나의 청춘을 품어주면서 지금의 내 자신도 함께 보듬어 안는 노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그룹은 오래 전에 해체돼서 이 자리에 초대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라이브가 아닌 LP로 감상해보려 합니다.
락 음악이지만 지긋이 눈을 감고 마음으로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들국화의 ‘행진’입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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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고개를 돌려서 바다 쪽을 한번 보시겠습니까?
서서히 석양이 지고 있는 모습이 보이시죠?
이곳이 주는 선물 중에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이 석양입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구름도 보이시죠?
새 한 마리가 여유롭게 날아가고 있는 것 같네요.
사람과 개와 귀신과 식물만이 아니라
바다와 산과 구름과 새도 오늘 이 자리를 함께 즐기고 있었네요.
이렇게 다양한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정겨운 시간을 갖게 된 것이 너무 좋네요.
이제 분위기가 막 무르익어갈 시점이지만
조명시설이 없기 때문에 오늘 공연은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살짝 아쉬운 감이 있는 분들은 공식 공연이 끝난 후
그 자리에서 가볍게 뒤풀이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래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오늘 공연의 마지막 곡은 강렬한 전자음악으로 준비했습니다.
예전에 산울림이 불렀던 노래를 이디오테잎이라는 전자음악밴드가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산울림 노래 중에서 가장 락적인 곡 중에 하나인데요
이 노래를 빠른 비트의 전자음악으로 편곡해서 아주 강렬한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산울림의 노래는 워낙 뛰어난 곡들이 많아서 많은 이들이 리메이크를 했는데요
산울림의 리메이크곡들에서 이 곡이 가장 뛰어난 곡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이 자리를 마무리하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가지말라고 하네요.
이디오테잎과 김창완이 함께 합니다.
‘가지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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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편해지는 사진과 공연 모두 잘 봤습니다. 다음번 공연에 초대해 주신다면 해금통과 모기향을 준비해 가겠습니다. 준비한 연주곡은 섬집 아기 와 누이의서신 고향 두곡인데.. 혹시 앵콜이 나온다면 김애라님의 하얀등대를 연주하겠습니다. 물파스같은 모기약을 발랐더니 금세 괜찮아지네요 ^^- 일하는 해금연주자 별많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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