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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삶 12회 – 지치지 말고 여유롭고 풍요롭게

 

 

 

1

 

많이 팔리고 안 팔리고는 그날의 복인데, 뭐, 허허허.

그게 제일 편해. 마음이 편해요.

많이 팔리는 게 겁난다니까, 왜?

욕심이 생겨버리면 나중에 조금 팔리면 서운할 거 아니에요.

(오일장 상인 오영주)

 

뭔가 하면서 “아, 내가 이걸로 승부를 보고, 평생 살아야 할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절박함이 아니고, 그냥 세상이 만만하게 보이니까, “저런 것 정도는 내가 할 수 있겠지”하는 그런 마음으로 시작해놓으니까 진짜 힘들고 이런 고비가 오니까 못 견디겠더라고.

지금이야 완전 목숨 걸고 하지. 절박하게 마음을 갖죠, 이제는.

우리는 어떨 땐 그냥 대충하기도 해요. 그런데 마음가짐은 이제 죽기 아니면 살기라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하는 거죠, 이제는.

(오일장 상인 문민철)

 

 

‘길 따라 장 따라 - 제주도 오일장 72시간’(KBS 다큐3일)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두 분의 얘기가 귀에 쏙 들어왔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다른 두 분이었습니다.

한 분은 70대이고, 바늘귀에 실을 쉽게 걸 수 있는 조그만 도구를 파는 분이었습니다.

또 한 분은 40대이고, 각종 생선을 파는 분이었고요.

나이도 그렇고, 파는 물품도 달라서 장사하는 마음가짐이 저렇게 다를 수 있겠나 싶었습니다.

 

두 분의 중간쯤인 나이에, 감귤을 재배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두 분의 얘기가 같은 말로 들렸습니다.

농사를 오래 지어오신 분들은 “나이 들어서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하는 얘기를 가장 싫어하십니다.

육체적으로 그리 힘들어 보이지도 않고, 대단한 기술이 필요해 보이지 않고, 큰 자본이 들어갈 것 같지도 않아 쉽게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것이 농사입니다.

저도 처음에 시작할 때는 병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수단 정도로 가볍게 생각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처리해야 될 일도 의외로 광범위하고, 자본도 적잖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농사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어렵고 힘들기만 합니다.

 

그에 반해 수입은 너무도 초라합니다.

재배 면적이 그리 넓지 않아서 애초에 큰 수입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예상 목표로 잡은 수익에도 아직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는 저의 재배기술이 미숙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해마다 들쑥날쑥 하는 농산물 시세는 안정적 수입을 계산하기 어렵게 하고, 농업이라는 산업 자체가 구조적으로 취약해서 애초에 고수익을 바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농사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바꿔가고 있습니다.

주위에서 얻어들은 통밥으로 적당히 경험을 쌓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문민철씨 말처럼 “아, 내가 이걸로 승부를 보고, 평생 살아야 할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농사라는 것이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것이어서 항상 조심하고 섬세하게 해나가야 제대로 된 결실을 얻을 수 있더군요.

 

그런 노력과 투자에 비해 초라한 수입은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tv에 나오는 여러 농부들의 사례를 보면 과감한 투자와 신기술 도입 등으로 억대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제게는 언감생심입니다.

그러려면 땅도 아주 넓어야 하고, 시설 투자도 많이 해야 하고, 인력도 고용해야 하고, 온가족이 일에 매달려야 하고, 그나마 시장상황도 몇 년 간 좋아야 합니다. 그럴 여력도 능력도 의지도 없는 저는 그냥 제 분수에 맞게 살아가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수입과 지출을 맞춰보면 겨우겨우 살아가는 형편이지만, 그런 형편을 기꺼이 받아들이면 더없이 편안하고 행복한 직업이 농사입니다.

오영주씨의 얘기처럼 ‘욕심을 버리고 마음 편하게 살아가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배우고 있네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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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나무 여름 전정을 했습니다.

여름 전정은 봄 전정과 달리 가지가 어지럽게 뻗어있는 것들만 가볍게 정리해야 하는데

열매가 거의 달려있지 않은 나무들이 많아서 봄 전정처럼 과감하게 가지 정리를 해버렸습니다.

어지러운 가지들을 과감하게 쳐냈더니 휑한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들이 많습니다.

지금쯤이면 가지마다 탁구공만한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리고 잎사귀들도 풍성해야 하는데...

 

지난 번에 수확량이 너무 많아서 올해는 해거리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됐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몇 년 동안 이런저런 노력들을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해거리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병충해 때문에 병든 가지들도 정리하고 났더니 몇몇 나무는 장애를 가진 나무처럼 한쪽 가지들이 싹둑 잘려나가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나무들에게 너무 미안하더군요.

 

이파리 상태를 보니 검푸르던 봄의 모습에 비해 조금은 힘이 없어 보입니다.

영양분이 딸려서 그런 것 같으니 조만간 비료도 줘야할 것 같습니다.

여름 비료는 봄 비료보다 조금 적게 주라는 말도 있고, 나무 상태를 보며 부족하지 않게 줘야 한다는 말도 있고, 토양분석을 통해 적정시비를 해야 한다는 말도 있어서 비료를 어느 정도 줘야 할지도 고민이네요.

열매를 키워내는 여름에는 물을 충분하게 줘야하지만, 열매가 적게 달리면 수확할 때 비대과가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에 수분이 너무 과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도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쉽지는 않지만

나무가 제게 보내는 신호를 잘 해석하면서

조심스럽게 노력을 얹어봐야겠습니다.

 

 

3

 

새벽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때

하늘을 자주 봅니다.

날이 밝아오기 직전의 어스름한 모습은

하루를 시작할 신선한 기운을 안겨줍니다.

 

요즘은 구름 낀 날이 잦아서

신새벽 하늘에도 여러 형태의 구름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다양해서

매일 새벽마다 수채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길게 이어지는 더위에 지치지 말고

여유로우면서도 풍부한 삶을 살아가라고

제게 주는 선물입니다.

그 선물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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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열X레마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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