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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투쟁은 민주노조운동 현주소의 적나라한 압축"

"열사투쟁은 민주노조운동 현주소의 적나라한 압축"  

  '박일수 열사 투쟁 평가와 우리의 과제' 토론회 열려
  
  
   참세상 뉴스  

  24일 오후 7시 철페연대 사무실에서 '박일수 열사 투쟁평가와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철페연대 구미영 정책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자리에는 금속연맹, 민주노총,kt비정규,시설관리노조,서비스연맹,철폐연대 일반회원, 노동자기업경영연구소,사회주의노동자신문(준), 학생 등 25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박일수 열사투쟁기간 '연대회의 울산상황실'에서 상근을 했던 철폐연대 조혜연씨와 금속연맹 조직부장 김태정씨가 평가 발제에 나섰다.

철폐연대 조혜연씨는 "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처음부터 하청노동자의 문제뿐만 아니라 노조민주화와 현장복원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정규직 활동가들과 함께 논의하는 속에서 노조를 건설했지만, 자본의 탄압과 어용노조의 방관, 얼어붙은 현장 등의 조건 속에서 박일수 열사는 분신을 선택한 것"이라고 지난 과정을 정리했다. 그렇기 때문에 "열사의 분신은 동떨어진 사건이 아니라 현장복원을 통한 노조민주화라는 과제를 지닌 하청투쟁의 연장선상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열사투쟁의 의의를 말했다.

조씨는 "그러나 울산지역본부와 지역의 대공장 정규직 노조로 구성된 대책위는 처음부터 열사투쟁을 단순히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로 바라보고 사태의 수습만을 목적으로 어떻게든 교섭을 성사시키려 했다"고 비판했다. 조씨는 이어 "결국 하청노조원들의 필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중노조를 대책위 주체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했다"고 말하고 "따라서 대책위 내에서 하청노조는 투쟁의 주체이기보다 대책위의 일 구성원에 불과했고 신생노조인 하청노조의 발언권은 미약할 수밖에 없었으며 대책위를 비판하는 하청노조 동지들은 과격분자로 지역에서 고립되어 갔다"고 평가했다.

조씨는 이어 "반면에 현중하청노조는 현장에 투쟁의 불씨를 뿌리고 투쟁을 전국화하고 투쟁의 주체로 서기 위해 크레인 고공농성투쟁, 공개조합원 활동 등을 끊임없이 이어갔다"며 "이런 현중하청노조의 노력에 대해 현대중공업 사측은 무자비한 폭력과 음해를 일삼았고, 현중노조 역시 사측과 똑같은 행태로 유가족을 납치하고 빈소를 침탈하며 선전물을 탈취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조씨는 열사투쟁의 과제에 대해 "더이상 시혜적 관점으로 비정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주체가 스스로 싸울 수 있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비정규문제가 전체노동자의 총체적 과제임을 인정하며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하고 최근 몇몇 정규직노조가 단협시 비정규 문제를 포함시켜 일정 성과를 얻은 사례에 대해 "그자체로서 어는 정도 의미가 있으나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주체화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씨는 또 "열사투쟁은 민주노조운동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투쟁이었다"고 평가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 과제가 중요하게 남겨져 있고, 이는 현중노조 제명의 강제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정규직 노동자들과 자본간의 이상하나 강고한 연대

김태정씨는 "박일수 열사 투쟁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모순을 폭로하는 투쟁이었고 이 후 진행 양태는 정규직 노조가 보여 줄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숨김없이 드러낸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그럼에도 아직까지 대책위나 지역본부 혹은 지부 단위차원의 평가조차 이루어 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그 원인으로 "이 투쟁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분석했다. 김씨는 "대책위가 주체로 나섰지만 자기역할의 한계가 있었고, 연맹 또한 2003년 열사정국에서 보였던 적극적 자세와 대조적으로 박일수 열사 투쟁에서 실질적으로 투쟁을 지도하거나 이끌어가기에 부족한 수준의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김씨는 "열사투쟁에서 현중노조는 어용노조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최고치로 보여주었다"고 말하고 "현자노조의 경우 분신직후 공장대의원별로 영안실을 지키고 상당규모 지원금을 전달하였으며 영안실 난입직후 전공장 잔업거부 투쟁을 진행하고 집회에 결합하는 등의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투쟁이 결정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시기에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87년 이래 비약적으로 성장해온 민주노조 운동은 외형적 성장에 맞는 내적 성장을 이루어내지 못했고, 자신들의 위상에 걸맞는 연대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를 인정하고 조장해온 연맹과 총연맹 단위의 책임도 명확히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한 "연맹과 민주노총 그리고 금속노조의 역할이 미비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지도부가 비정규직 운동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비정규 문제를 풀기 위해 조직된 노동자의 힘을 빌려야하고 조직된 노동자들이 어떠한 행보를 취하든 간에 기본적으로 그들을 안아야만 사업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2000년 이후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 대분분의 원청 노조는 적당한 선에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고,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원청 노조에 기대는 방법으로 조직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연맹에서조차 정규직 노조에 기대는 방식이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또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비정규 독자노조 고민, 직가입이나 정규직화 주장, 비정규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총파업 주장등 다양한 각론이 존재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정규직과 자본의 이상하나 강고한 연대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에서 고민을 시작하는 것"이라는 지적으로 발제를 마쳤다.

성과를 받아안는 장기적인 고민 필요

발제 후 참가자들간의 자유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현중직영노조의 반노동자적 행태에 대해 연맹이 책임을 방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고 이에 대해 "적극적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징계건만으로 본다면 절차를 거쳐 최대한 민첩한 대응이었다"는 반론과 "이미 대중에게 제명당한 상태에서 어용노조라는 낙인만이 중요한 문제가 아닌데 제명이라는 형식에만 매달려서 정작 노조에 휘둘린 감이 있다"는 반론도 있었다. 또한 "대책위가 초반부터 협상에만 급급했다"는 지적과 "처음부터 교섭에 메달린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 있었으나 "3월 8일 이후 대책위가 협상일변도였다"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가 되었다.

한편 "연맹과 총연맹이 매우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평가가 주되게 이루어졌고 이에 대해서는 "비정규 투쟁이었고 총선과 맞물린 일정 속에서 사회전반적 분위기나 현장 분위기가 계속 동력이 떨어지는 상태"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이에 대해 "연맹과 총연맹이 무엇을 했는냐는 생산적인 평가가 아닌 반복이며 오히려 그 시기 운동진영이 무엇을 했어야 하는가가 고민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이미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태에서 현대중공업의 야만적 노무관리등 예각화된 쟁점을 만들기 보다 비정규직 문제의 사례로만 다루려는 안이한 사고가 있었다"는 평가가 있었고 이에 대해 "그렇다해도 비정규직 문제로 각을 세울 수 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었다.

이런 평가들 속에서도 소지공 노동자들의 집단노조 가입등의 성과를 바라보며 "열사투쟁의 연속성을 가지고 동지적 관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는데 대체로 의견을 공유했다. "이런 나름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는 장기적 고민이 나와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한편 "사측의 압도적 공세속에서 하청노동자들만으로 돌파할 수 없는 상황이며 연맹이 이미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연맹에 무언가를 계속 요구하기 보다 외부 운동단위들의 장기적인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지적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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