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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공화국의 폭력과 현대공화국의 폭력 - 이경호 (현대자동차 노조 조합원)

 

▲드라마 "제5공화국"의 한 장면(왼쪽)과 14일 현대자동차 정문 앞의 모습(오른쪽)

요즘 ‘제5공화국’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박정희가 암살된 이후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는 과정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항쟁을 진압하는 과정에서의 폭력성이 그대로 보여지면서 새삼스럽게 광주항쟁의 처참함에 많은 이들이 치를 떨고 있다. 나도 우리 집사람과 같이 그 드라마를 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그런데 며칠전 회사 정문 앞에서 대덕사 조합원들에게 경비들이 자행한 폭력난동을 보면서 나는 다시 그 폭력의 잔인성에 치를 떨어야 했다.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마구 짓밟아대는 모습을 보면서 드라마를 통해서 본 80년 광주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쩌면 저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TV 드라마는 배우들의 열연과 사실적인 촬영으로 그 섬뜩함이 전해졌지만, 현실은 경비들의 잔혹한 발길질과 주먹질 속에 너무도 냉혹하게 다가왔다.

제5공화국의 폭력과 현대공화국의 폭력은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가?

1980년대에는 정권이 직접 군대를 동원해 노동자와 국민들을 폭력으로 짓밟았다면, 2000년대에는 자본이 직접 경비와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동자와 국민들을 폭력으로 짓밟고 있다. 권력욕에 의해 움직이는 군인들의 폭력에서, 이윤욕에 의해 움직이는 경비들의 폭력으로 변했다. 군인이 주인인 나라에서 자본이 주인인 나라로 세상이 변한 것이다.

쫓기던 학생 시위대들과 함께 이유도 모르고 군인에게 얻어맞아야 했던 노동자들은 정권에 맞서 총을 들고 싸웠다. 졸지에 길거리로 내몰린 대덕사 조합원들은 경찰의 비호 속에 활개치는 현대자동차 경비들에게 개처럼 두들겨 맞고 있다.
아무 두려움 없이 날뛰는 경비들을 앞에 두고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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