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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의 삶

"일한만큼 댓가 받고 싶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 송영민(전주114번호안내부)

올 겨울은 정말 많이 춥습니다. 저는 전주번호안내국에서 근무한 지 4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해고통지서를 받았습니다. 단지 3년이 넘었다는 이유(정규직 채용을 피하기 위해)로 말입니다. 저뿐만이 아니고 같이 근무하던 30명이 해고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한숨만 나오더라구요.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납니다. 처음에 저희는 114안내업무로 들어왔는데 청소도 하고 살았습니다. 100개가 넘는 책상도 닦고 의자도 닦고 바닥도 닦고 유리창도 닦고 정규직 직원들은 다 일하는데 그 안에 들어가서 청소하는 그 기분 아마 당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그 수치심 그래도 참고 참았습니다. 일이 많아서 바쁜 날이면 저희 계약직만 남아서 더 일을 해야 했지요. 시간외수당요? 어림도 없는 소리죠. 중요한 약속이 있어도 취소하고 일을 해야 했으니까요. 왜 그랬냐구요? 계약직이라 행여 불이익이 돌아올까봐서요. 쉬는 날인데도 나오라고 하면 그냥 나가서 일을 하고 그러다 보니까 한달에 3번만 쉴 때도 있었어요. 정규직은 7∼8번 쉴 때도 말입니다. 휴일날 일하면 1.5배 더 줘야 한다는데 우리는 그냥 하루 일급만 받고 일했어요. 그것이 옳은 것인줄 알았거든요. 야간자 모집할 때도 야간으로 안가면 다음에 계약 못할수도 있다는 말때문에 다들 야간으로 가서 일을 했습니다. 진짜로 그때 야간으로 안간 사람들은 재계약을 못했으니까요. 유니폼도 선배님들이 버린 것 주워서 줄여서 입고 늘려서 입고 그렇게 일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유니폼이라도 나오니까 나아진 걸까요.

하루 9시간 950건 채우기 위해 쉬는 시간에 쉬지도 못해
지금은 '포커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서울본부에서 친절도를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건데 저희 계약직 점수만 발표가 됩니다. 직원들은 친절하지 않아도 되어서 그러는건지… 당연히 저희 계약직들 점수가 월등히 높고요 하루 처리 건수도 저희가 1∼2백건 정도 더 많이 합니다. 저희 계약직들 하루평균 950건(번호안내)을 넘어야 하거든요. 그 건수 채우기 위해서 쉬는 시간에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합니다. 나중에 건수 모자라서 불이익 안당할려구요. 그러다 보니 목과 귀가 아파 이비인후과에 한 달에 한 번 이상 안다니는 사람이 없습니다.
계약직들만 근무하는 날이면 쉬는 시간도 반절입니다. 15분 쉬는 시간 10분 주고 20분 쉬는 시간 15분 주고 그래도 아무 말 않고 다들 열심히 일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국에 성과급이 나와도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습니다. 5년 동안 한두번 받아본 것이 고작이거든요. 그러면 월급이 올랐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IMF이전보다 단가는 더 떨어졌고 지금은 차등제로 D-60만원, C-70만원, B-80만원, A-100만원으로 나눠서 주는데 A, B등급은 몇% 되지도 않고 대부분이 C, D등급을 받고 일을 합니다. D등급을 받으면 의료보험 빼고 고용보험 빼고 나면 60만원도 안되구요. 그래도 다 참고 정말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자격증(정보처리기사·인터넷검색사) 하나씩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좋은날 올거라고 해서 다들 없는 시간 쪼개어 학원 다니고 자격증 따놓았더니 이젠 해고통지서에다 도급전환이라니 정말 화가 납니다. 하라면 하라는대로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한 것 밖에는 없는데 단지 3년이 넘었다는 이유로 저희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남아있는 후배들까지도 해고될 위기에 있습니다.

따뜻한 미래를 위하여 투쟁!
저희가 많은걸 바라는건 아닙니다. 부당해고 철회하고 고용안정 시켜 달라는 거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싶다는 거죠. 정리해고를 한다면서 일 잘하고 월급 덜 나가는 우리들에게 왜 칼날을 휘두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옳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추운 겨울이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미래는 더 추울 것입니다. 따뜻한 미래를 위하여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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