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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83회 – 겸손한 삶
- 11/26
지난 여름 기륭투쟁 과정에서 삭제했던 메일링리스트를 오늘 복구했습니다.
200명에 이르던 사람들이 40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메일링리스트를 삭제하는 시점에 나의 진정성을 다시 생각하면서 복구합니다.
정말로 간절하게 기륭 앞으로 촛불 들러 가는 50일의 시간이었습니다.
사그라지는 목숨 앞에서 내가 버릴 것이 정치적 목숨이라면 버리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에서 메일링리스트를 삭제했고, 다시 그런 생각에서 메일링리스트를 복구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김소연 분회장이 단식을 풀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결정인지를 느낄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거기까지가 제 역할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더 솔직하게 얘기한다면
촛불 들러 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기륭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기륭투쟁은 이어지고 있지만
그 몫은 그들의 몫이라고 애써 자위하면서 저는 가을을 만끽했습니다.
추석 때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것도 있고 해서 뒤늦게 제주도에 갔습니다.
그리고 쉽게 다스려지지 않는 마음을 애써 달래면서 몸을 추슬렀습니다.
돌아오고 나서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공연도 보고, 산책도 하면서 오래간만에 가을을 만끽했습니다.
그 사이에 기륭에서는 한 사람이 죽었고, 한 사람이 결혼했더군요.
그 슬픔과 기쁨도 그들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오랜 방황을 갈무리하면서 이후 활동에 대한 고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구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지옥이더군요.
90일 넘는 너무나 끔찍한 단식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간절하게 바라면 어느 정도는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 간절함을 우습게 짓밟아 버렸습니다.
끔찍스러운 장기 단식에 뒤를 이른 것은 더 끔찍스러운 폭력이었습니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 가슴이 미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숨이 막히는 느낌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숨이 막힌 상태에서
여유로운 음악을 들으면서 일산 호수공원을 산책했습니다.
참으로 여유로웠습니다.
그런데 막힌 숨이 트이질 않았습니다.
이 빌어먹을 지옥에서 나는 여유로운 천사가 될 수 없나 봅니다.
지난 여름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애써 멀리하고 싶었는데...
내가 지옥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실감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작은 결심을 했습니다.
내일부터 다시 기륭 앞으로 촛불 들러 가기로...
그리고 사람들에게 다시 그 힘겨운 얘기를 하기로...
동지여러분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기륭 동지들에게 힘을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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