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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64회)

~들리세요? (64회)

 


1


안녕하세요, 꼬마인형이에요.
겨울이 시작됐는데 조금 어수선하죠?
눈이 왔다가 해가 쨍쨍했다가 다시 비가 오고
1주일 사이에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그러나?
뭐,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니까 건강관리는 잘 하세요.
그렇다고 너무 움츠러들지 말고요.


저 멀리 바다 건너 따뜻한 곳에 살고 있는 성민이는 겨울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궁금하죠?
푸~ 아니에요?
사실 저도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은데
성민이가 사연을 보내왔네요.
들어보세요.

 


제가 사는 동네는 겨울이 되면서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사는데요
요즘 가장 바쁜 곳은 감귤 농사를 짓는 분들입니다.
한참 수확을 해야 할 때에 비가 자주 와서 걱정인데
그나마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이곳저곳에서 감귤을 따느라 바쁩니다.
감귤을 딸 때 일손이 부족해서 하루 일당도 6만원씩 한다고 하고
덩달아 선과장으로도 차들이 자주 드나들어서 동네에 활기가 넘칩니다.


밭농사를 짓는 분들도 바쁜 건 마찬가지입니다.
겨울 작물 수확이 시작됐거든요.
제가 사는 동네는 브로콜리, 콜라비, 양배추, 쪽파 같은 것들을 주로 하는데요
요즘은 브로콜리와 쪽파 수확이 한창입니다.
브로콜리나 쪽파는 적당히 자란 것을 골라서 수확하기 때문에
일손은 빌리지 않고 주로 부부가 매일 밭에 나가서 일을 합니다.


저는 울금을 재배하는데요
저도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저희도 일손을 빌리지 않고 부모님이랑 같이 일을 하는데
울금이 뿌리 작물이기 때문에 일일이 땅을 파서 다듬어야 하는 게 만만치는 않지만
서두르지 않고 매일 조금씩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겨울에 야외 작업을 하는 게 춥기는 하지만
적당한 추위는 적당한 열기로 견뎌내는 게 좋습니다.
1년 동안 가꿔온 작물을 수확하는 기분도 괜찮고
일을 하면서 부모님과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판로가 조금 걱정이기는 하지만
조금씩 팔려나가는 것에도 기분이 좋아지고
주위에 조금씩 나눠주는 기분도 괜찮습니다.


추워서 관광객이 많이 줄어든 겨울의 제주는 이런 모습입니다.

 


성민이가 또 자기 자랑을 잔득 늘어놓는 사연을 보내왔네요.
청년 실업이 심각하고, 추워지는 날씨에 마음도 시린 요즘에
꼭 이런 사연을 보내서 다른 사람들 속을 뒤집어놔야 하겠습니까!
그것도 제주도에서!


이 사연 보고
“제주도에 가서 농사나 지으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시는 분 많죠?
요즘 제주도 땅값이 너무 비싸서 그것도 아무도 못한데요.
거기다가 성민이가 사는 애월이라는 곳은 제주도에서 노른자라던데...
그렇게 보면 성민이는...
아~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고시원에서 하루하루 버티면서 취직 준비하는 사람들이 널렸는데
이런 금수저 같은 얘기를 들어야 합니까!


푸~흐흐흐 좀 오버가 쌨나요? 크흐르르르
뭐, 부러운 건 사실인데.


이 방송을 꾸준히 보시는 분 중에 혹시 작년 이 맘 때를 기억하세요?
제가 성질을 이기지 못해서 방송을 때려치우고
성민이 혼자서 외로움과 무거움이 잔득 깔린 방송을 진행했잖아요.
그때 성민이와 지금 성민이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밝아지지 않았어요?
저는 그게 부럽네요.


지금의 성민이를 위해 박수를 보내고
1년 전 성민이를 위해서도 박수를 보냅니다.
그 두 명의 성민이게 이 노래를 들려드립니다.


‘sing (it's ma life style)’
애쉬 그레이가 부릅니다.

 


그렇게 살려면 살아 멋대로
생각하고픈대로 생각해 근데 말야 제발 꺼져줄래
거슬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고 불안한 내 다린 춤을 춘다


외쳐라 singing song, singing Free
힘껏 외쳐 ma muzik
신나게 go let it out
나와 함께 let me dance dance dance
외쳐라 sing sing sing
신나게 dance dance dance
문제없어 yes yes
it's ma life style


던져진 주사위 답은 이미 나왔어
룰렛의 룰은 너무 간단해 떨지마 어차피 한번이야
단순한 문제야 답은 모두가 알아
깨어나 어서 너만 출발선을 붙잡고 있잖아 지각이야


외쳐라 singing song, singing Free
힘껏 외쳐 ma muzik
신나게 go let it out
나와 함께 let me dance dance dance
외쳐라 sing sing sing
신나게 dance dance dance
문제없어 yes yes
it's ma life style


외쳐라 singing song, singing Free
힘껏 외쳐 ma muzik
신나게 go let it out
나와 함께 let me dance dance dance
외쳐라 sing sing sing
신나게 dance dance dance
문제없어 yes yes
it's ma life style

 


2


안녕하십니까, 시각장애인 양병수입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요.
날씨가 추워지면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겠지만
장애인들도 겨울이 되면 걱정이 많아집니다.
오늘 제법 눈이 내려서 쌓이기도 했는데
이런 날은 밖에 나가기가 많이 힘듭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나가지 않고 집에서 지냅니다.


저는 꽤 활동적인 편이라서 집에 있을 때도 가만히 있질 못합니다.
집안 정리를 말끔히 하고, 해야 될 일도 미리 해놓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창문을 열어놓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십니다.
그러면 기분이 무척 상쾌해지는데 그런 기분으로 숲속 산책을 합니다.


제가 가는 숲은 항상 봄입니다.
푸른 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고
이름 모를 꽃들이 듬성듬성 피어 있는 그런 숲입니다.
제가 자주 다니는 곳으로 작은 길이 만들어져 있지만
저는 항상 그 길 옆으로 걸어갑니다.
그러면 땅과 풀에서 나오는 신선한 기운이 몸으로 올라오는 기분이 듭니다.
신성한 기분으로 걸어가고 있으면 여러 가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립니다.
그러면 저는 그 새들에게 고맙다고 기도를 합니다.
가끔은 다람쥐나 노루 같은 동물들이 지나가다 마주치기도 합니다.
그때는 동물들이 놀라지 않게 가만히 서서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숲속에 커다란 향나무가 있는데요 그 향나무에게 다가가서 팔을 두르고 얼굴을 갖다 댑니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나무의 냄새도 맡을 수 있고, 나무의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나무의 숨결도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이 숲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하루 종일 많은 일들을 했더니 조금 피곤합니다.
오늘은 신청곡을 하나 부탁드립니다.
영사운드의 ‘등불’이라는 노래를 듣고 싶습니다.
좋은 방송 잘 듣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양병수님 사연이 너무 좋죠?
그 숲속에 같이 걸어갔다 나온 듯한 그런 느낌이 그냥 팍팍 전해집니다.
향나무 냄새랑 소리랑 숨결이 양병수님이 느끼시는 거랑 같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는 건 아주 은은하고 부드러웠어요.
눈을 감고 그 기분을 느껴보니까 저는 그 숲을 흐르는 도랑물 속에 있었어요.
한번 따라와 보실래요?


어느 숲속을 흐르는 도랑물이 있습니다.
아이들 걸음으로도 폴짝하고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들여다보면 자기 얼굴이 보일정도로 맑은 도랑물이지요.
그 도랑물 속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었고
한쪽에는 심술쟁이 가재가 물고기들을 놀래키고 있었어요.
가끔 나뭇잎이 도랑물을 따라 흘러가기도 하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은 유리구슬 같은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유리구슬 위에는 더 작은 꼬마요정이 앉아서 피리를 불고 있어요.
물고기들은 그 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던 겁니다.
꼬마요정의 피리소리가 얼마나 좋았던지
도랑물 옆에 있는 향나무가 좋은 냄새를 숲 전체에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헤헤, 양병수님, 마음에 드셨어요?
왜 옛날 선비들이 시조를 읊으면 그 옆에 있던 선비가 시조로 응답을 하잖아요.
저도 그런 거 해봤어요.
이히~ 이 정도면 수준급이죠? 크크크크


양병수님이 신청하신 영사운드의 ‘등불’ 들려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6fPqqAtyEw


그대 슬픈 밤에는 등불을 켜요
고요히 타오르는 장미의 눈물


하얀 외로움에 그대 불을 밝히고
회상의 먼 바다에 그대 배를 띄워요


창가에 홀로 앉아 등불을 켜면
살며시 피어나는 무지개 추억


그대 슬픈 밤에는 등불을 켜요
정답게 피어나는 밀감 빛 안개


황홀한 그리움에 그대 불을 밝히고
회상의 종소리를 그대 들어 보아요


창가에 홀로 앉아 등불을 켜면
조용히 들여오는 님의 목소리
님의 목소리
님의 목소리

 


3


이번 순서는 ‘착한 엄마의 밥상 비법’인데요
오늘은 ‘고사리무침’을 소개합니다.


성민이가 별다른 설명 없이 고사리무침 레시피만 보내왔기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까 고사리는 봄에 나는 거더라고요.
뜬금없어서 갑자기 왜 고사리무침이냐고 물어봤더니
엄마가 냉동실에 넣어뒀던 고사리를 꺼내서 만들어줬대요.
그게 이유랍니다. 하하하
요즘 마트에서 고사리를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소개해드릴게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고사리를 넣어줍니다.
고사리는 20분 정도 푹 삶아줘야 한데내요.
그렇게 삶은 고사리를 찬물에 담가서 24시간 후에 건진답니다.
그런데 중간에 물을 한 번 갈아줘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그렇게 하루 동안 담가둔 고사리의 물기를 짜내고
다진 마늘, 참기름, 깨를 넣어서 10분 정도 볶아주면
고소한 고사리무침이 완성됩니다.


어려운 요리는 아닌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고사리무침을 직접 만들어보실 분들은 한 번 해보세요.
아휴, 저는 사양합니다.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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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입니다.
부모님이 4남매를 키우던 집이 자식들이 하나 둘 씩 떠나면서 휑해져버렸습니다.
그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리모델링해서 민박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밭에 콘테이너를 갖다놓고 살게 됐고요. 하하하
민박집 컨셉이 ‘부모님과 제주여행’이랍니다.
블로그를 만들었으니 한 번 구경와보세요.
여기 -> http://joeun0954.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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