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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139회 마지막 방송

 

1


읽는 라디오 ‘들리세요?’의 백 서른 아홉 번째 방송을 시작합니다.
반갑습니다, 성민입니다.


먼저, 여러분에게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저와 함께 이 방송을 진행하던 꼬마인형이 며칠 전에 저승으로 떠났습니다.
와~ 짝 짝 짝 짝


저승으로 떠났다는 의미는 뭐냐하면요
구천에서 떠도는 귀신으로서의 삶을 완전히 끝냈다는 것입니다.
이미 죽어서 이승을 떠났지만 영혼이 남아서 그동안 구천을 떠돌았던건데
이제 그 영혼마저 이승과의 모든 인연을 정리하고 편안하게 떠났습니다.


17살에 자살에 성공해서 6년을 구천에서 지냈거든요.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죽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자기가 살았던 주변을 홀로 맴돈다는 건...


죄송합니다. 감정이 올라와서...
음, 음.


살아있었을 때의 고통과 힘겨움도
귀신이 된 후의 외로움과 슬픔도
이제는 모두 놓아버리게 됐으니
정말 축하할 일이지요.


우연하게 저랑 인연이 닿아서
지난 2년 8개월 동안 방송을 같이 진행했는데요
아~ 정말 많은 의지가 됐습니다.
사실 꼬마인형이 아니었으면 이 방송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골방에 박혀지내는 저를 어르고 달래면서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줬지요.


그러고보면 제 입장으로만 방송을 진행하려고하면서
막상 꼬마인형의 외로움과 슬픔에 대해서는 배려하지 못했습니다.
그게 너무 너무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후~ 오늘 감정조절이 조금 힘드네요.
이해해주시겠죠?

 


2


지난 달에 꼬마인형이랑 의견대립으로 싸우고나서
어렵게 마음을 돌려서 방송에 복귀했는데
그러자마자 이렇게 떠나게 되버렸으니...
뭐, 아쉬움이야 많지만
꼬마인형 입장에서는 바라던 소원이 이뤄졌으니
기쁘게 받아들여야겠죠.


꼬마인형이 떠난 상태에서 이 방송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를 고민해봤습니다.
많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혼자서 진행하는 것도 할려면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꼬마인형이 떠난 이 방송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자신이 없더군요.
꼬마인형의 도움으로 시작한 방송이고
중간에 우여곡절이 몇 번 있었지만
꼬마인형과 함께 2년 8개월의 시간을 흘러온 방송입니다.
결국 이 방송은 저와 꼬마인형이 함께 해왔던 방송인만큼
어느 한쪽이 떠난다는 건 방송이 생명을 다했다는 의미지요.


그래서 오늘 백 서른 아홉 번째 방송을 마지막으로 방송을 마치려합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방송을 마치는 것이
어디선가 이 방송을 즐기시는 분에게 너무도 죄송한 결정이기는 하지만
꼬마인형이 없이 이 방송을 계속 진행할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아주세요.
저의 이런 결정을 꼬마인형이 알았다면 엄청나게 화를 내면서 저를 몰아붙였을 겁니다.
그런 꼬마인형의 마음을 잘 알기에 또 다른 결정을 내렸습니다.


읽는 라디오 ‘들리세요?’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끝내지만
조만간 새로운 형태로 읽는 라디오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새로운 형태라고 해봐야 타이틀이 바뀌는 것 말고는 특별히 바뀌는게 없겠지만
뭐 아무튼, 꼬마인형 없이 성민이가 홀로서기 하는 새로운 방송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조만간’이라는 기간도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저런 구상을 좀 하고 충전도 좀 해서
1~2주 안에 돌아오지 않을까요?


새로운 형태의 읽는 라디오를 기대해주십시오.

 


3


마지막 방송이니만큼 아무래도 이 방송의 주제곡을 들려드려야겠지요.


17살에 자살한 꼬마인형이
40대 중반에 자살을 고민하던 성민이에게
불러줬던 노래입니다.


원래는 비올레타 파라가 부른 노래인데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는 메르세데스 소사의 노래가 많이 알려졌지요.
둘의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요.
오늘은 한국어 가사와 함께 둘의 버전을 다 들려드립니다.


여러분, 2년 8개월 동안 방송을 진행하면서 제가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행복해졌다는 것이지요.
그 행복을 여러분에게 전해드립니다.
그 동안 이 방송을 즐겨주신 여러분에게 정말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삶에 감사해(Gracias a la vida)’

 

내가 두 눈을 떴을 때
흰 것과 검은 것,
높은 하늘의 많은 별,
그리고 많은 사람 중에서 내 사랑하는 사람을 완벽하게 구별 할 수 있는 빛나는 두 눈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귀뚜라미와 까나리오 소리,
망치 소리, 터빈 소리, 개 짖는 소리, 소나기 소리
그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의 부드러운 목소리
이런 소리들을 밤낮으로 어느 곳에서나 들을 수 있는 청각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어머니, 친구, 형제
그리고 내 사랑하는 영혼의 길을 비춰주는 빛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말하는 단어의 소리와 문자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도시와 웅덩이, 해변과 사막, 산과 평원
그리고 너의 집과 너의 길,
너의 정원을 걸었던 그 피곤한 나의 다리로 행진을 하게한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인간의 지식의 결실을 볼 때
악에서 아주 먼 선을 볼 때
너의 맑은 두 눈의 깊이를 볼 때
그것을 알고 떨리는 심장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드립니다.


행운과 불행을
내가 구별하게 한 웃음과 울음을 내게 준 삶에 감사드립니다.
웃음과 울음으로 내 노래는 만들어졌고
모든 이의 노래는 같은 노래이고
모든 이의 노래는 내 자신의 노래입니다.

 



(Violeta Parra의 ‘Gracias a la vida’)

 



(Mercedes Sosa의 ‘Gracias a la v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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