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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전사2 - 김남주

전사 2


                                   김남주


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많은 사람이 실로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수천명이 죽어갔다
수만명이 죽어갔다
아니 수백만 명이 다시 죽어갈지도 모른다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세계도처에서 나라 곳곳에서
거리에서 공장에서 산악에서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어떤 사람은 투쟁의
초기단계에서 죽어갔다
경험의 부족과 스스로의 잘못으로
어떤 사람은 승리의
막바지에서 죽어갔다
이름도 없이 얼굴도 없이 죽어갔다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아내는 지하의 고문실에서
쥐도 모르게 새도 모르게 죽어갔다
감옥의 문턱에서
잡을 손도 없이 부를 이름도 없이 죽어갔다
그러나 보아다오 동지여!
피의 양분 없이 자유의 나무는 자라나지 않느니
보아다오 이 나무를
민족의 나무 해방의 나무 민족해방투쟁의 나무를 보아다오
이 나무를 키운것은 이 나무를 이만큼이라도 키워낸것은
그들이 흘리고 간 피이다 투쟁의 한가운데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전투적으로 죽어가면서
그들이 흘리고 간 피이다
자기 시대를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자기 시대와 격정적으로 싸우고
자기와 시대와 더불어 사라지는데
기꺼이 동의 했던 사람들이다
오늘밤
또 하나의 별이
인간의 대지 위에 떨어졌다
그는 알고 있었다 해방 투쟁의 과정에서
자기 또한 죽어갈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자기의 죽음이 헛되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다, 그가 흘린 한 방울 한 방울의 피는
어머니인 대지에 스며들어 언젠가
어느 날엔가
자유의 나무는 결실을 맺게 될 것이며
해방된 미래의 자식들은 그 열매를 따먹으면서
그가 흘린 피에 대해서 눈물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것이다
마치 우리들이 갑오농민에 대해서 이야기 하듯
마치 우리들이 한말의병에 대해서 이야기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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