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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 수당(?) 10만원???

 

입양 가정에 대한 정부의 양육 수당 논의에 대해 한 입이라도 거들고 싶어 적습니다.


개인적으로 수당(?) 이라는 단어가 거슬리지만 언론에서 양육 수당이라는 단어가 쓰여지고 있어 이 글에도 수당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수당이라는 단어보다는 입양 아동에 대한 보육료 지원 이라는 단어들이 사용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는 최근 딸을 입양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집으로 온 것은 지난 6월 15일이고 입양 절차에 대한 서류가 대충 정리된 것은 7월 10일이기에 정부에서 양육 수당을 준다면 받겠다는 글을 쓴다는 것이 낮 간지럽지만 정부에서 양육 수당을 준다면 받아야겠기에 글을 씁니다.


처음 입양을 결정하고 입양 기관과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아이를 출생신고를 해야 할지 아니면 입양 신고를 해야 할지 고민 끝에 아이를 만나러 가던 6월 15일 입양 신고를 하겠다는 결정을 하고 입양 기관에 관련 서류를 부탁한 후 위탁 형식으로 아이와 함께 집으로 왔습니다.


연장아가 아닌 신상아인 경우 대부분 출생 신고를 하고 호적에 올리는데 우리 부부는 딸을 입양 신고를 하기 위해 호적 서류를 시청 호적계에 접수 한 후 서류 접수증을 받아 동사무소에서 전입 신고를 했기 때문에 현재 주민등록 등본에는 아버지와 성이 다르게 올라 있습니다. 조만간 호적 정리가 끝나면 아이는 아버지와 같은 성이 될 것이고 그 후 법원에 개명 신청을 해서 이름까지 바꾼 후에야 아이는 현재 불리우고 있는 이하경이라는 이름으로 서류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백 걸음 걷는 것 보다 백 사람이 한 걸음씩 걷기를 원합니다.


보석이 아름답고 특별하지만 발에 밟히는 모든 것이 보석으로 되어 있다면 보석의 아름다움은 존재하겠지만 특별하다는 생각은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입양이라는 것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입양 가정이 눈에 띌 만큼 많지 않을 뿐더러 입양 가정에서 입양 사실을 밝히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해외 입양에 비해 미약하지만 국내 입양 역시 꾸준하게 이어져 왔건만 많은 이들이 공개 입양보다는 비밀 입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에는 입양 가정이 희귀한 것으로 보이고, 각종 언론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 보다는 유명 인사들이나 특별한(?) 사람들의 입양 소식을 접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있어 입양은 남다른 사람들이 하는 뭔가 평범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편견이 사라지려면 입양에 대한 신비를 벗겨내고 그 희소성을 없애는 일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입양 신고를 하고자 하니 하경이를 입양한 기관에서도 처음 사례라 담당자분과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서류 작업을 했고 담당 공무원들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까지는 연장아가 아닌 신생아인 경우 입양 신고 자체가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아이를 입양하고 동네 동사무소에 가서 출생신고하면 10분이면 끝날 일을 입양 기관도 담당 공무원도 생소해하는 입양 신고 절차를 그것도 수 개월씩 걸리는 절차를 누가 밟으려 하겠습니까? 출생 신고를 한 아이든 입양 신고를 한 아이든 입양한 아이에 한 해 동사무소 복지담당자에게 입양 기관에서 받아온 입양 확인서를 제출하면 의료보험 1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몇 명이나 알고 있을까요?


입양 기관도 담당 공무원도 잘 모르는 입양 신고를 궂이 하려고 한 이유는 다음에 누군가 입양을 할 때 좀 더 쉬운 길을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딸 하경이가 성장하며 겪을 편견들을 없애고자 하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


얼마전 입양 신고까지의 당황스러움을 인터넷 모 신문에 올렸다가 수정하라는 글도 아니고 편집 방향과 다르다고 올려보지도 못하고 삭제된 일이 있습니다. 만약 글을 올리려면 입양의 절차보다는 입양으로 얻을 수 있었던 보람을 적어보라는 편집기자의 글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아이를 입양한 후에 우리 가정은 웃음꽃이 피었다. 우리 부부의 금실이 더 좋아졌다.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입양을 하면 현실적인 어려움들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편견, 사회 제도적 장치들의 허술함 등을 넘어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돕고 싶은 것이 입양 부모들의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국내 입양을 활성화 하기 위해 입양 수당을 주겠다고 합니다. 10만원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돈이지만 분명한 것은 입양 가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금액입니다. 입양된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의료보험 1종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 자기 아이를 키우는데 궂이 1종 의료 혜택을 받을 이유가 있느냐고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데 정부의 도움을 받는다고 내 아이가 남의 아이가 되지 않습니다. 하경이는 내 딸이고 그 딸은 날 아빠라 부를 것입니다.


하경이를 입양하려 하니 입양 기관에서 입양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이들의 수가 줄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최근 정부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고자 불임 가정에 대한 시험관 아기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원을 자기 자식 낳는데 정부에서 돈을 대주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양육 수당에 대해 말할 사람은 없습니다. 양육 수당을 지원 받지 않아도 되는 가정은 지원 받지 않으면 됩니다. 하지만 수당 지원에 대한 입양 부모들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어야 정부 정책에 반영될 것입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 부부는 징검다리라는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문고 설립 신고를 어린이 도서관이라고 했는데 최근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기 위해 징검다리 어린이 문고라는 이름으로 변경했습니다. 징검다리는 15평 인데 도서관 및 도서관진흥법 제 13조는 약 80평 이상 만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결국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문고라 변경했습니다.


우리 도서관을 좋게 여긴 담당자가 지자체에서 지원을 꾸준히 받을 수 있을 수 있는 새마을 문고로 등록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했지만 새마을 문고가 아니더라도 문고라는 이름으로 잘 활동하는 곳도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새마을 문고로는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문고 설립을 할 때에도 지자체에서 그리 큰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터라 큰 기대도 하지 않고 있던 차에 지원 대상에 올랐다는 말에 고민 끝에 비록 도서관이라는 글자를 빼고 문고라는 이름으로 변경했습지만, 이번에 지원이 있은 후 또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또 다시 지원 대상이 될지는 모르지만 하나의 전례를 남길 수 있기를 바라며 새마을 문고에는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양육 수당 받는 것을 남의 자식 키워주는 댓가로 돈을 받는것이냐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도 계시겠지만 입양 부모들이 정부에게 받을 것은 받고 타협할 것은 타협을 해야 시간이 흐른 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가 진정 국내 입양의 활성화를 바란다면 입양을 먼저 한 부모들은 뒤를 따를 많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입양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이기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할지라도 한 아이라도 더 부모와 함께 편견없는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먼저 입양한 부모들과 입양된 아이들에게도 좋기 때문입니다.


입양 아동의 수는 줄어야 합니다.


아이를 입양 보내는 부모들이 스스로 자신의 자녀들을 양육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구성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회 안전망 중 하나가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성장하거나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이 한명이라도 더 같은 문화 속에서 새로운 부모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일 수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자녀를 입양 보낼 수 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은 입양 가정에 대한 편견과 같은 선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입양 아동에 대한 지원은 입양 아동에게만 주어진 혜택이 아닌 이 땅에 질곡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밟고 서 있는 이 땅 위에서 다양한 가정을 인정하고, 한 부모와 그 자녀에 대한 편견, 경제적, 문화적, 의료적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것이 입양 아동의 수를 줄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입양에 대한 편견은 입양 가족에게만 들려진 십자가가 아닌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안고 씨름해야 할 십자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떠나 난 정부에서 10만원 준다면 받겠습니다. 그 10만원을 받아 하경이와 잘 먹고 잘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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