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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업들이 인도를 파괴하고 있다

corinalis님의 ["다국적기업으로부터 쌀과 콩을 되찾아 오다"] 에 관련된 글.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를 파괴하고 있다

[그린아시아2006]인도의 세계화 저항운동을 찾아서

얼마전 인도산 콜라에서 고농도의 농약 잔여물이 검출돼 전세계에 논란을 일으켰다. '농약 콜라' 파문은 지난 8월 초 뉴델리의 과학환경센터가 인도 12개 주에서 판매되는 코카콜라와 펩시의 57개 샘플 성분을 분석해 농약 잔여물이 정부 기준치 보다 24배 높게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케랄라주는 콜라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시켰고, 일부 주는 판매만 금지시켰지만 지난 22일 케랄라주 고등법원이 코카콜라와 펩시가 음료수 생산과 판매를 재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 '농약 콜라' 논란은 인도인들에게 코카콜라 등 다국적 기업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인도인들은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자본의 세계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대전충남 '생명의 숲' 유지현 간사,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백경원 간사, 대전시민환경연구소 최유정 연구원이 인도를 다녀왔다. 이들은 인도에서 한국의 미래일지도 모를 '세계화의 암울한 그늘'과 이에 맞서는 이들의 싸움을 살펴봤다. 유지현 씨가 그 소감을 정리해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편집자>
  
  지난해 모 TV 프로그램을 통해 다국적기업에 저항하는 인도농민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후에도 종종 인도의 '농약 콜라' 파문이나 자살하는 농민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를 듣게 됐다. 이 모든 것을 누가 지배하는 것인가. 이들의 일상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세계화는 어떤 모습인가.
  
  세계화가 인도의 '마실거리'에 저지른 일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자이푸르(Jaipur)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칼라데라(kaladera) 마을이다. 이곳에 인도의 코카콜라 보틀링 공장이 있다. 자이푸르 시내에서 칼라데라 마을을 향해 외곽지역으로 벗어나자 곳곳에 코카콜라, 펩시 홍보벽화들이 눈에 띈다. 도로 표지판이 아닌 코카콜라 공장 이정표를 따라 칼라데라 마을을 찾아갔다.
  

▲ 왼쪽 : 인도의 길거리에서는 어디서나 콜라 홍보벽화를 볼 수 있다. 오른쪽: 노점상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음료수. ⓒ환경재단


  경비가 삼엄한 코카콜라 보틀링공장에 도착해 둘러보니 공장을 둘러싼 담이 꽤 높다. 공장 주위에는 곳곳에 오염된 폐수의 흔적이 있고 하수구에는 시꺼멓게 물이 말라 있다. 공장 앞쪽으로도 큰 논이 앞에 있지만 풀 한포기 찾아 볼 수 없고 메말라 있을 뿐이다. 마을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공장을 지나 마을 쪽으로 향했다.
  

▲ 코카콜라 공장 앞 하수구의 모습 ⓒ환경재단


  한적한 시골마을을 찾은 외국인이 신기했던지 여기저기서 마을주민들이 다가왔다. 우리는 그들의 삶 속에 코카콜라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물어보았지만, 아쉽게도 언어의 장벽으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인도의 시골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이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려고 마을 음료가게에서 코카콜라를 찾았지만 코카콜라는 없었다.
  
  코카콜라 공장이 있는 마을에서 코카콜라는 팔지 않는다는 것. 이유는 단지 돈 때문이다. 부유층들이 많이 사는 대도시로 나가면 코카콜라, 펩시, 미네랄워터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돈만 있으면 마실 수 있는 음료이지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물도 콜라도 돈 있는 사람만 마실 수 있는 특권이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코카콜라 공장으로 인해 물도 자유로이 마실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상태다. 물론 도시의 부유층들은 극빈층의 물 문제에 관심조차 없다. 때문에 정작 코카콜라 공장 주변의 지역민들은 콜라와 무관한 삶을 살아간다는 역설이 생겨났다.
  
  "당신은 코카콜라가 아닌 농부의 피를 마시는 것이다"
  
  바라나시에서는 최근까지도 계속 코카콜라에 반대하는 단식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라나시에서 20km 떨어진 메디간지(Mehdiganj)에 코카콜라 보틀링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후, 이 지역은 공장에서 배출되는 각종 이물질로 인한 공해, 물 부족 문제와 건강문제로 고통 받고 있었다.
  
  이 투쟁을 진행하는 록 샤미티(Lok Samiti)와 아샤 포 에듀케이션(Asha for education, 아샤) 두 단체를 만나기 위해 메디간지(Medhiganj)를 찾았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초록색 교복을 입은 어린아이들이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시는 록 샤미티 활동가 찬드리카(36). 이 분은 놀랍게도 이 지역 활동가가 아니라 남부 뱅갈로르에서 4개월 전에 이곳 바라나시로 활동을 도와주기 위해 잠시 올라온 분이었다.
  

▲ 왼쪽 : 록 샤미티에서 만든 펩시-코크 반대 스티커, 오른쪽 : 펩시, 코크 반대운동 달력. ⓒ환경재단


  록 샤미티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위해 활동하고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이다. 전국적으로 주요 활동가가 1000여 명에 이르고 참여를 희망하는 이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어 인도 내에서 이른바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2003년도에 코카콜라 공장이 마을에 들어오면서부터 코카콜라, 펩시 반대운동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활동이 되었다.
  

▲ '아샤 포 에듀케이션'의 교육 현장 ⓒ환경재단


  아샤는 록 샤미티와 함께 같은 공간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간디의 사상을 기리며 1994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아샤는 인도의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을 통해 사회 경제적 변화를 만드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들은 교육이 사회 경제적 변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 하에 교육운동에 집중해서 활동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노동을 해야 하고 이 지역에서도 사리(인도 전통옷)를 만드는 작업에 많은 아이들이 저임금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아샤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모임으로서 보다 많은 지역민들을 설득해 참여시키고 있으며 세가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당신은 무엇을 마실 것인가?
  
  인도에는 길거리에서 과일주스를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코카콜라, 펩시가 들어오고 점차 이들 기업이 음료시장을 장악하게 되면서 지역주민들이 과일주스를 마시는 대신 코카콜라를 선택하게 됐다. 자연히 주민들이 직접 만든 음료는 줄어들게 되었다.
  
  코카콜라 공장이 처음 설립될 때에는 지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의 기아나 환경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물이 부족해지고 오염되어 식수가 고갈되었고 농사도 짓기 어려워졌다. 지역민에게 제공하기로 한 일자리는 병 청소, 병 수거 등의 저임금 작업일 뿐이었고 대부분의 코카콜라 생산에는 훨씬 더 낮은 임금으로 부릴 수 있는 외부지역의 노동자들을 부려 노동 착취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
  
  공장 설립 이후 하수처리 없이 폐수를 방출해 농장 지역의 지하수에서 화학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폐수를 방출할 별도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공간마저도 부족해지자 2004년부터 지역 주민 몰래 마을로 다시 방출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역주민과 록 샤미티가 연대해 코카콜라 반대운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 마다간지 곳곳의 개천들은 오염이 심각한 상태다. ⓒ환경재단


  2004년 9월 처음 방문 시위를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도 단식투쟁 및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역민의 요구에 부응할 생각도,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하는 계획도 없는 이들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에 그치고 있다. 이들은 또 기차역 중간지점에서 시민들에게 물을 제공하며 코카콜라 반대운동을 하 는 등 시민들에게 코카콜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화가 인도의 '공기'에 저지른 일
  
  바라나시를 떠나 10시간 기차이동 후 도착한 곳은 마디아프라데시주 보팔. 보팔은 유독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해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은 도시다.
  
  '보팔 참사'는 1984년 12월 3일 새벽 미국의 다국적기업인 유니언 카바이드(Union Carbide) 사의 공장 저장탱크에서 유독가스인 메틸 이소시안염(M.I.C:Methyl Isocyanate)가스 40여 톤이 누출돼 3500명이 사망하고 60만 명이 부상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였다. 그래서 보팔 시 곳곳에서는 공동묘지가 자주 보이는데 이곳들은 모두 보팔 사고의 피해자들이 묻힌 곳이라고 한다.
  

▲ 왼쪽 : 보팔 참사를 표현한 벽화 오른쪽 : 보팔 시민의 시위 현장 ⓒ환경재단


  이 사고로 피해를 입은 보팔시민들은 유니언 카바이드사를 상대로 30억 달러의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유니언 카바이드는 89년 4억7000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형사책임을 끝까지 회피했다.
  
  삼바브나 트러스트(Sambhavna Trust)는 보팔참사 유가족의 권리 찾기, 의료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다행히 사고 이후 전 세계에서 후원이 오고 있고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찾아 오는 편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사무실 한편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자원활동가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해주신 활동가 Satinath sarangi(60)는 사고 이후에도 가스에 노출된 50만 명 가운데 2만 명이 가스노출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12만 명이 실명과 호흡곤란과 위장장애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중추신경계와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한 중병을 앓고 있는 이도 많고 유전자 돌연변이도 출현하고 있다.
  

▲ 지역주민의 요구가 쓰여 있는 벽화 ⓒ 환경재단


  사고가 발생한 공장 주변의 주민들은 지금도 오염된 물은 마시고 있으며, 현장에는 위험천만한 산업 쓰레기가 아직도 치워지지 않은 채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2001년에 유니언 카바이드사를 인수한 다우케미컬에 대해 정화작업을 요구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위험천만한 공장이 왜 이곳에 세워진 것일까. 미국, 유럽 등의 선진 국가들은 1970년대 이후 환경적으로 유해한 위험산업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다국적기업들은 엄격한 안전관리시설과 공해방지시설 등의 규제를 피해서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로 진출하게 되었다. 이윤에 굶주린 자들 때문에 힘없는 약소국들만 피해를 보고 굶주리며 죽어가고 있는 셈이다.
  
  인도의 세계화 정책
  
  보팔을 떠나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델리. 델리에서는 어느 나라보다 빈부격차가 큰 인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게 볼 수 있다. 길거리 아무 곳에서 누워 자는 노숙자, 비오는 날인데도 자그마한 몸집으로 싸이클릭샤를 힘겹게 끌고 가는 릭샤왈라가 있는가 하면 경비원이 지키고 있는 대저택에서 큰 개를 몰고 산책하는 부유해 보이는 사람이 눈에 띈다. 인도사회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20년째 인도에서 살고 있는 델리대학교 동아시아학 김도영 교수를 만났다.
  

▲ 델리대 동아시아학 김도영 교수. ⓒ 환경재단


  인도 정부의 세계화 정책은 어떠한가? 김 교수는 "힌두 우파가 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겉보기에는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이 '인디아 샤이닝(India Shining)' 정책은 소수의 기업에게만 혜택이 돌아갔고 대다수 농민들은 박탈감에 시달리며 기아와 자살은 계속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야당이던 시절 이러한 문제점을 고민하게 되었고 지금은 빈곤한 농민에 초점을 맞춘 의제를 제시하면서 국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사실 빈부격차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인도를 하나로 묶는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고도 덧붙였다.
  
  세계화에 강요되는 나 그리고 우리
  
  "우리 대부분은 우두커니 앉아서 불필요한 '개발'과 우리가 원하지 않은 상품에 의해서 지구 생태계가 산산 조각나는 것을, 생태계 종들이 유전자공학과 독물에 시달리고 삶터에서 쫓겨나는 것을, 전 세계 문화집단의 대다수가 뿌리를 뽑히고 궁핍해지고 노예로 전략하는 것을 지켜볼 뿐이다. 우리 대부분은 우두커니 앉아서 효과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새로운 규제를 꿈꾸기만 한다." - 피터 몬테규 -
  

▲칼라데라 마을주민과 함께. ⓒ 환경재단


  최근 한국에는 한미 FTA 협상을 놓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세계화의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도의 여러 도시를 찾아다니면서 본 모습들이 어쩌면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우리가 모르는 사이 겪고 있는 현재인지도. 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세계화, 부의 권력이 독점되고, 계층 간의 불평등, 지역사회의 공동체 파괴 등 개인의 삶이 초국가적 차원의 질서에 의해 더욱 크게 영향을 받는 무서운 현실이 엄습하고 있다.
  
  97년 IMF외환위기 이후 대대적 개방의 결과는 심각한 양극화와 일자리 상실이라는 엄청난 고통들이 우리 곁에 다가왔던 것을 기억한다. 더 늦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세계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우리 모두의 노력들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유지현/대전충남 생명의 숲

 

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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