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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스라엘의 레바논침략

사진으로 보는 이스라엘의 레바논침략

 

일 레바논 남부 가지예의 한 병원 시체안치소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3살짜리 소년 마날 알-후세인의 사체가 안치돼 있다.

전쟁은 이 아이의 삶의 꽃을 밟아버린 것이다. 레바논이 밟히고있다. 

 

레바논 구호요원들이 7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레바논 남부 가지예의 건물 잔해 속에 파묻힌 사망자의 손을 잡고 있다.

마지막으로 잡은 손은 레바논의 운명일 수 있다.

 

이스라엘군 전함이 9일 새벽 레바논 최대 팔레스타인 난민캠프를 포격, 최소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고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관리들이 전했다. 사진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8일 대레바논 야간 군사행동을 실행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

 

한 이스라엘 군인이 9일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과의 국경지대에서 아침기도를 올리고 있다.

그가 기도하는 神은 이 살륙의 현장을 어떻게 보실까?

 

4일 레바논 남부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크게 부상한 한 여성이 항구 도시 티레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져 의사의 진찰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30일 밤 사이 레바논 남부 도시 카나를 공습,

어린이 37명을 포함해 최소 6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한 가운데 레바논군 병사들이 피해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던 도중 갓난 아기 시체를 발견하고 침통해 하고 있다. 이날 공습은 19일째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서 하루 희생으로는 최다 규모다. 게다가 아직도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매몰돼 있는 것으로 전해져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군 탱크부대가 2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가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생후 8개월 된 아기를 다른 시민이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이날 가자지구에서는 무장대원 9명과 장애인, 어린이 등을 포함, 팔레스타인인 19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병사들이 이스라엘 마을 키리야트 시모나에서 레바논을 향해 155mm포를 쏘면서 귀를 막고 있다.

막을 것은 귓청이 찢어지는 包聲이 아니라 끔찍한 전쟁이다.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하이파 국립묘지에서 거행된 이스라엘군 병사 아사프 나메르의 장례식에서 동료 병사들이 오열하고 있다. 나메르는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작전을 수행하던 도중 전사했다. 같은 날 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도시 카나를 공습, 잠자고 있던 어린이 37명을 포함해 민간인 60여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나서 카나 사태를 규탄하고 즉각적 정전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열하는 눈물에도 값이 있는가? 죽음에도 따로 값이 있는가? 레바논의 눈물은 이보다 더하다.

http://wnetwork.hani.co.kr/vnfmsshdmf/view.html?blog_board=29&log_no=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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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미국과 이스라엘은 아랍의 말살을 원하는가?

필진] 미국과 이스라엘은 아랍의 말살을 원하는가?

 

미국이 레바논 공습에 나선 이스라엘에 정밀유도폭탄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공급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습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체결한 무기공급계약에 따라 정밀유도폭탄을 신속하게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를 수용했다면서 계약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나 요청을 받고 수일 만에 정밀무기를 내준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이스라엘과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GBU-28 폭탄 최대 100개와 위성유도무기 등을 포함하는 수백만달러 상당의 무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연일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각국의 침묵은 늘상 그들이 말하는 전쟁없는 평화와 상관없는 이기적인 침묵이고 암묵적인 지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 미국의 이라크침략에 대해 미국내 에서도 거세게 일었던 흔하디 흔한 반전시위도 없다. 이것은 미국과 서방 각국이 정부차원의 침묵일뿐 아니라 국민들 조차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에 침묵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자국의 이라크 침략에 대해서도 거센 반대시위가 일었으며 유럽 각국의 반전시위는 국민들을 포함한 정부차원의 반대까지있었던 것을 기억하는 선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침묵하는 현상들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중동지역의 반이스라엘 정서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결국 전 유럽과 미국을 상대하는 것이고, 얼마나 고단한 현실인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을 상대하는 것도 벅찬 상황에서 거의 전세계를 상대로 저항하는 팔레스틴 근방의 피압박 민족들의 수난은 인류 역사이래 이런 수난이 드물고, 이렇게 버거운 상대와의 투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주변 국가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가는 이스라엘에 첨단 공격무기를 신속하게 공급하고 있으니 아예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통해서 중동지역의 아랍민중들의 씨를 말리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내비친것과 다름없다.

 

이미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안보를 지킬 군사적 역량이 차고도 넘치는 나라다. 그들이 상대하는 인근국가에서 이스라엘과 군사력으로 겨룰 나라가 없고, 연합을 해도 이스라엘과 무력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란의 재래식 무기는 이스라엘과 한판 붙어서 이길 전력이 아니고, 설혹 전쟁을 불사한들 이란이 이스라엘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까지 상대해야 한다는 현실앞에서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선택 할 수도 없고 위협적인 적수가 될 수 없다. 다만 이스라엘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억지력을 보유하는 정도의 의미일 뿐이다.

 

시리아의 군사력이 규모면에서 상당하다고 하지만 이미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무참하게 패한 나라고, 시리아의 재래식 전력은 이스라엘의 상대도 못되지만 이란의 수준도 못 따라가는 군사력이다.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잇단 첨단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아무리 무기 팔아서 먹고사는 군산복합체의 힘이 강한들, 미국이 말하는 평화와는 거리가 먼 기만적인 행동이다. 도대체 이스라엘이 상대하는 세력이 얼마나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기에 미국이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을 침략할 때 사용되었을 무기들을 공급한다는 말인가? 이스라엘이 미국처럼 특정 중동국가를 궤멸시키기를 바라는 것일까? 그야말로 무기 팔아서 돈 챙기고 남의 손을 빌어서 코를 풀겠다는 수작인가?

 

이스라엘은 얼마나 많은 인명을 살상하기 위해서 이런 최첨단 공격무기들이 필요한 것일까...

미국으로부터 신속하게 도입하는 최첨단 공격무기들은 이스라엘이 중동지역에서 전쟁의 불씨를 끄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레바논 공격을 간단하게 마무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이미 자국 병사 2명의 납치라는 명분은 무수한 살육에서 퇴색된 변명일 뿐이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1,000명을 넘었고, 60만명이라는 난민이 발생했다. 아직 살아있는 그 2명 때문에 종교에 관계없이 잘 어울려서 살고있는 레바논의 아름다운 땅이 불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희생이 이스라엘 병사 2명의 납치상태보다 못하다는 것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판단이라면 더 이상 말할 이유는 없겠다. 그러나 이것은 공존의 법칙을 무참히 깨는 행위고, 가장 야만적인 전쟁이다.

 

서방 각국과 미국의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들은 더 이상 이런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규모 살육을 위한 거대한 계획에 침묵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치열하게 반전시위를 이끌었던 미국인들의 양심이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살육에 입을 다무는 것은 그들이 미국인, 또는 미국의 건국정신에 기초한 미국적인 사람이 아니라 이스라엘인 이라고 고백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유럽은 자신들이 만들었던 역사의 비극을 강 건너 불구경할 셈인가? 전 아랍인들을 몰살하기 위한 침묵인가? 나찌의 대학살과 코소보에서의 인종청소를 비난하던 양심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의 전범재판에 밀로세비치를 세웠던 인도주의적인 의식은 왜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앞에 침묵하는가?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앞에 양심과 지성을 꼭꼭 숨기는 사람들은 수치를 알아라. 수치다. 그 수치는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 민주의봄날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437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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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제를 가장한 상업주의의 화신

월드컵, 축제를 가장한 상업주의의 화신

2006월드컵이 독일사회에 미치는 영향들

2006년 독일 월드컵 개막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의 열기를 다시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은 확실치 않다. 하지만 기업과 언론이 당시의 열기를 다시 끌어내려고 하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왜일까? 월드컵은 이제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월드컵은 엄청난 규모의 상업적 이해관계가 걸린 행사가 되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응원의 주무대가 될 시청 앞 광장 이용의 '독점권'
을 KBS, SBS, 조선일보가 동참한 'SK 텔레콤 컨소시엄'에 팔아넘겼다. 붉은 악마의 티셔츠는 독점계약을 맺은 특정업체만이 만들어 팔 수 있다. 이를 두고 월드컵이 상업주의를 부추기고 있으며 더 나아가 민족주의를 이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최국인 독일의 사정은 어떨까? 아래의 글은 2006 월드컵이 독일사회에 미치는 정치·경제·사회적 영향을 짚어보고 있다. 필자는 '월드컵이 모두를 위한 축제'라는 표현은 현실을 덮는 수사일 뿐이라고 말한다. 월드컵을 통해 이득을 보는 이들은 결국 거액을 투자한 다국적기업, 사회문제를 감추려는 정치가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월드컵이 독일과 세계인들을 '친구'로 만들어준다는 것은 독일 현실과 정반대되는 말이며 오히려 월드컵 개최가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안보의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필자는 월드컵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정부의 주장도 정반대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는다.
  
  아래 글은 세계 사회주의자 웹사이트(World Socialist Web Site)에 실린 마리안느 아렌스의 글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원문은 <세계 사회주의자 웹사이트>(
http://www.wsws.org/articles/2006/may2006/cup-m31.shtml)에 실려 있다. <편집자>
  
  2006 독일월드컵- 수백억 유로의 사업
  
  월드컵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월드컵 마니아들의 유례없는 열기는 독일의 일상을 압도하고 있다. 사람들은 도심의 공공장소, 상점 진열대에서는 물론이고, TV 방송의 작은 프로그램, 신문의 작은 구석에서조차 월드컵과 관련된 '무엇인가'를 발견한다.
  
  그러나 실제 월드컵은 광고와 상업주의의 축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국적기업과 FIFA 사이를 오가는 자본
  
  월드컵은 수천억 유로의 이권이 결린 거대사업이다. TV 중계권료만 해도 10억 유로 이상이 오간다. 또한 4억 유로 이상이 광고권을 판매하는 데에서 창출된다. 이는 입장권 판매액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액수다.
  
  한때 대중들은 TV 중계 프로그램의 상업 광고에 반대했다. 그러나 이제 광고는 방송중계의 주목적이 되었다. 전 세계에 중계되는 경기를 통한 홍보효과를 아는 공식 후원업체들은 이제 이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월드컵 주관단체인 FIFA는 축구팬들이 20억 유로의 상품을 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에 비해 20% 증가된 액수다. 판매액의 15~20%는 FIFA 몫으로 돌아간다. FIFA는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상품판매에 대한 세금의 4.25%만을 부담한다. 15개의 공식 후원업체는 광고독점권을 따내기 위해 FIFA에 수백만 유로를 지불한다.
  
  FIFA는 '2006 월드컵 축구(Football World Cup 2006)'이라는 문구의 독점사용권을 따내기 위해 독일 연방법원에 찾아갔으나 허가되지 않았다. 쥐트도이체 차이퉁(Suddeutsche Zeitung)은 이 사건을 두고 마치 BMW사가 "차를 운전하세요"라는 문구를 독점하겠다는 경우와 똑같다며 비꼬았다.
  
  공식 스폰서업체는 아디다스, 코카콜라, 맥도날드, 야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엔호이저부시, 어바이어, 도이체 텔레콤, 컨티넨탈, 도시바, 필립스, 현대자동차, 마스터카드, 후지필름, 에미레이트 항공, 질레트다. 또한 독일 내의 6개의 프로모터사가 있다.
  
  FIFA는 공식 후원업체들에게 '2006 월드컵'이라는 문구사용에 대한 독점권만을 제공하는 게 아니다. 무료 입장권이나 VIP 관람석 이용권 제공은 물론이고 계약을 새롭게 체결할 때도 우선순위를 제공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의류와 축구공의 공식 지정업체인 아디다스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2014년 월드컵 후원과 관련해 이미 계약을 끝냈다. FIFA와 코카콜라의 계약 역시 25년간 유효하다.
  
  공식 후원업체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그 위력을 발휘한다.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시작된 경기장 명칭 사용권의 영향을 받은 독일의 축구 경기장들은 수익증대를 위해 경기장의 이름을 광고주에게 파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겔젠키르헨 아우프 샬케(Gelsenkirchen's Auf Schalke)라는 이름의 경기장은 벨트린스(Veltlins) 라는 맥주 상표로 이름을 바꿨으며 프랑크푸르터 발트슈타디온(Frankfurter Waldstandion)이라는 경기장은 현재 이지크레디트(easyCredit)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그러나 이 상표들은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월드컵 기간에는 다시 경기장 이름을 프랑크푸르트(Frankfurt), 겔젠키르헨(Gelsenkirchen) 등으로 변경해야 한다.
  
  제대로 즐기기엔 너무 비싼 월드컵
  

▲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설치된 대형 축구공과 독일 월드컵조직위원회 위원장 프란츠 베켄바워(Franz Beckenbauer) ⓒ연합뉴스


  지역 축구팬들이 월드컵기간에 경기장에 갈 기회는 거의 없다. 시민들은 월드컵이 '모두가 참여하고 즐겨야 할 가장 중요한 행사'라고 외치는 홍보물 세례를 받지만, 실제로 입장권을 사려면 엄청난 돈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을 통해서는 입장권 중 3분의 1만을 구매할 수 있다. 예약은 오래 전에 해야 하며 예약 시 상세한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함은 물론이다. 입장권을 선물로 받았거나 제3자를 통해 구한 이들은 경기장 입구에서 거절당할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 입장권의 재판매도 금지되었으나 수많은 항의가 있은 후에 허가됐다.
  
  주요 도시들은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수많은 이들을 위해 넓은 장소와 대형 스크린을 준비한다. 아디다스는 베를린 국회의사당 앞에 '미니 올림픽 경기장'을 개설해 1만 명의 관중들이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아디다스는 한때 주민들이 즐겨 공놀이를 하던 넓은 평지에 '축구세계'라고 이름 붙여진 4만 평방미터 규모의 거대한 축구공원을 지었다.
  
  9일 경기가 시작되는 뮌헨의 북부에는 3억4000만 유로를 들여 경기장을 신축했다. 알리안츠(Allianz)라 이름이 붙은 이 경기장은 '건방진(arrogance) 경기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친구가 되는 시간'이라고?"
  
  2006 독일월드컵의 공식 슬로건은 '친구가 되는 시간'이다. 이는 현재 독일의 현실과 극명히 대조되는 문구로서 외국인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다'는 몽상만을 심어줄 뿐이다.
  
  발칸 전쟁 때 독일로 이주한 외국인들, 아프리카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이주해 온 외국인들은 구조적으로 불법이라는 이유로 계속 강제 이송되고 있다. 월드컵이 끝난 후 프랑크푸르트나 함부르크, 뮌헨 경기장에서 불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새벽 3시에 경찰이 외국인등록사무소에서 나왔다며 자고 있는 사람들을 깨워 강제이송시키는 장면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설사 그 지역에서 20년을 살며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고, 어른들은 일을 한다고 해도 이들은 쫓겨나기 마련이다. 정말 지금이 우리가 '친구 되는 시간'일까?
  
  한편으로 외국인처럼 보이는 이들을 폭행하는 극우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월드컵을 3주 앞두고 전 독일 정부대변인 우베 카르스텐 헤예(Uwe Karsten Heye)는 독일을 방문하는 흑인 관광객들에게 시내 중심가에 나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신나치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브란덴부르크 같은 중소도시에는 아예 가지 않는 게 좋다. 살아 돌아오기 힘들기 때문이다"고 경고했다.
  
  작년 한 해 극우주의자들의 범죄는 25% 증가했다. 최근 에디오피아 출신 독일인이 받은 공격은 몇몇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일 뿐이다.
  
  골치 아픈 문제는 모두 잊고 즐기자?
  
  정치인들은 헤예(Heye)의 주장에 격렬히 반대하며 자국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정치인들은 다가올 행사의 어두운 면을 감추려는 기색도 역력하다. 월드컵은 경기장 신축, 기반시설 개발 등을 동반한다. 시민들의 지갑은 텅텅 비어가지만 FIFA의 욕구를 만족시킬 만큼의 개발과 공사에 투자되는 돈은 굴러들어온다. 이 때문에 월드컵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힘을 발휘한다.
  
  해결되지 않은 사회적 현안들을 덮는 데에도 월드컵은 효과적이다. 사회양극화, 실업난, 건강보험 문제, 교육문제, 연금문제, 정보 스파이 문제 등 독일 사회 내의 수많은 문제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독일의 정치엘리트들은 국가주의가 기세를 떨치기 바란다. 환호와 즐거움의 물결 속에서 그들을 압박하고 있는 사회현안들이 잊히길 바란다.
  
  어느 팀이 경기에서 이길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가운데, 국가의 빚은 점점 많아질 거란 점 하나만은 확실하다. 12개 경기장의 신축 및 재건축에 13억8000만 유로가 소요됐다. 또한 기반시설 건설과 안보유지 문제는 또다시 수십억 유로가 소요되게 만든다.
  
  또다른 중요한 사실은 평소에는 대중에게 널리 반대를 살 만하거나 진행되기 어려운 정책들이 월드컵을 이유로 속속 진행된다는 것이다. 특히 안보 문제가 그렇다. 월드컵기간 중 정부는 공공장소에 경찰과 군대를 배치할 예정이다. 이건 오히려 테러 위험을 느끼게 하는 공포심을 유발한다. 수백 개의 CCTV 카메라가 공공장소에 설치될 예정이고, 독일에서는 처음으로 무장한 군대가 공중조기경보기(AWACS)와 함께 배치된다.
  
  한편 테러에 대비하여 5000명이 넘는 의학·핵·생물학·화학무기 전문가들이 독일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유럽 15개국에서 통과된 쉥엔(Schengen) 협약은 훌리건들이 독일에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보류됐다. 베를린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훌리건 전력이 있는 이들의 DNA 샘플을 채취하기로 했다.
  
  각 경기는 6000명의 경찰 및 주변을 감시하는 비행기와 함께 진행된다. 뮌헨에서 진행될 개막전에서는 경기장 주변 60km 이내에 FIFA가 고용한 2만 명의 사설 경비업체 직원이 배치된다. 이 모든 것은 국가비상사태를 대비한 예행연습과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군중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준비는 소홀한 상태다. 12개 경기장 중 4군데가 화재 예방조치, 탈출통로 등이 월드컵을 개최하기에 부적절하다거나 미비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월드컵은 새로운 사회적 규범을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한다. 경기장과 기반시설 건설은 마감기한에 맞추기 위해 하루 10~12시간의 강행군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개인 보안업체 또한 마찬가지였다. 토, 일요일 근무는 이제 보통이고 독일에서 전통적으로 엄격한 제한을 받았던 상점 개점시간이 연장됐다.
  
  월드컵은 "극도의 비상사태" 속으로 모든 이들을 몰아넣고 있다. 축제가 끝난 뒤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돈은 부자들의 주머니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매우 값비싸고 세심하게 연출된 미디어행사가 펼쳐질 것이 예상된다. 비록 많은 수의 사람들이 경기 시청을 즐기지만, 이 '메가톤급 행사'는 의심과 회의, 그리고 불신도 함께 유발하고 있다.
  
  베를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시민 2명 중 1명만이 월드컵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선 많은 돈이 든다. 경기가 열리는 도시의 호텔들은 아직도 빈 방이 많다. FIFA의 마케팅회사인 WCAS사가 사전예약한 대부분의 방이 남아 있는 상태다. 베를린에는 4월 현재 5000~8000개에 달하는 방이 미예약 상태로 남아 있다. 올해 초 FIFA에서 계획했던 개막식은 입장권이 적게 팔려 취소됐다.
  
  5월 중순, 월드컵 마스코트인 '골레오(Goleo Ⅵ)'를 만들었던 장난감회사 니치(Nici)가 파산했다. 이미 위기였던 상태에서 이 회사는 이 사업에 500만 유로를 투자했지만, 팬들은 인형에 관심이 없었다.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자된 사업들은, 몇몇 경기를 제외한 채 대부분 대중적 외면에 직면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 예로 뮌헨에서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독일전통맥주인 바이스비어(Weissbier)도, 프랑크푸르트의 전통 사과술도 판매가 금지된다. 축구팬들은 후원업체의 상품인 코카콜라와 버드와이저만을 마실 수 있을 뿐이다.
  
  많은 이들을 더 화나게 만드는 것은 정부가 약속한 것처럼 월드컵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게 명백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월드컵으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단 몇 주의 고용에 국할될 뿐이며 급료를 받는 일도 매우 한정돼 있다. 경기장 내에 필요한 대부분의 작업은 무보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월드컵 스폰서 중 하나인 도이체 텔레콤은 3만 개의 일자리를 월드컵이 끝나는 다음 달에 없애기로 했다.
  
  월드컵은 오고 또 간다. 그리고 수백만 유로는 부자들의 주머니 속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대부분 노동자들이 그 값을 치르는 동안 이득을 보는 것은 몇몇 대중매체와 스폰서, 호텔, 카지노, 고급 레스토랑의 업자들일 것이다.

  (번역=강이현)

 

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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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업들이 인도를 파괴하고 있다

corinalis님의 ["다국적기업으로부터 쌀과 콩을 되찾아 오다"] 에 관련된 글.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를 파괴하고 있다

[그린아시아2006]인도의 세계화 저항운동을 찾아서

얼마전 인도산 콜라에서 고농도의 농약 잔여물이 검출돼 전세계에 논란을 일으켰다. '농약 콜라' 파문은 지난 8월 초 뉴델리의 과학환경센터가 인도 12개 주에서 판매되는 코카콜라와 펩시의 57개 샘플 성분을 분석해 농약 잔여물이 정부 기준치 보다 24배 높게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케랄라주는 콜라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시켰고, 일부 주는 판매만 금지시켰지만 지난 22일 케랄라주 고등법원이 코카콜라와 펩시가 음료수 생산과 판매를 재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 '농약 콜라' 논란은 인도인들에게 코카콜라 등 다국적 기업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인도인들은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자본의 세계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대전충남 '생명의 숲' 유지현 간사,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백경원 간사, 대전시민환경연구소 최유정 연구원이 인도를 다녀왔다. 이들은 인도에서 한국의 미래일지도 모를 '세계화의 암울한 그늘'과 이에 맞서는 이들의 싸움을 살펴봤다. 유지현 씨가 그 소감을 정리해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편집자>
  
  지난해 모 TV 프로그램을 통해 다국적기업에 저항하는 인도농민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후에도 종종 인도의 '농약 콜라' 파문이나 자살하는 농민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를 듣게 됐다. 이 모든 것을 누가 지배하는 것인가. 이들의 일상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세계화는 어떤 모습인가.
  
  세계화가 인도의 '마실거리'에 저지른 일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자이푸르(Jaipur)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칼라데라(kaladera) 마을이다. 이곳에 인도의 코카콜라 보틀링 공장이 있다. 자이푸르 시내에서 칼라데라 마을을 향해 외곽지역으로 벗어나자 곳곳에 코카콜라, 펩시 홍보벽화들이 눈에 띈다. 도로 표지판이 아닌 코카콜라 공장 이정표를 따라 칼라데라 마을을 찾아갔다.
  

▲ 왼쪽 : 인도의 길거리에서는 어디서나 콜라 홍보벽화를 볼 수 있다. 오른쪽: 노점상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음료수. ⓒ환경재단


  경비가 삼엄한 코카콜라 보틀링공장에 도착해 둘러보니 공장을 둘러싼 담이 꽤 높다. 공장 주위에는 곳곳에 오염된 폐수의 흔적이 있고 하수구에는 시꺼멓게 물이 말라 있다. 공장 앞쪽으로도 큰 논이 앞에 있지만 풀 한포기 찾아 볼 수 없고 메말라 있을 뿐이다. 마을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공장을 지나 마을 쪽으로 향했다.
  

▲ 코카콜라 공장 앞 하수구의 모습 ⓒ환경재단


  한적한 시골마을을 찾은 외국인이 신기했던지 여기저기서 마을주민들이 다가왔다. 우리는 그들의 삶 속에 코카콜라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물어보았지만, 아쉽게도 언어의 장벽으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인도의 시골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이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려고 마을 음료가게에서 코카콜라를 찾았지만 코카콜라는 없었다.
  
  코카콜라 공장이 있는 마을에서 코카콜라는 팔지 않는다는 것. 이유는 단지 돈 때문이다. 부유층들이 많이 사는 대도시로 나가면 코카콜라, 펩시, 미네랄워터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돈만 있으면 마실 수 있는 음료이지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물도 콜라도 돈 있는 사람만 마실 수 있는 특권이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코카콜라 공장으로 인해 물도 자유로이 마실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상태다. 물론 도시의 부유층들은 극빈층의 물 문제에 관심조차 없다. 때문에 정작 코카콜라 공장 주변의 지역민들은 콜라와 무관한 삶을 살아간다는 역설이 생겨났다.
  
  "당신은 코카콜라가 아닌 농부의 피를 마시는 것이다"
  
  바라나시에서는 최근까지도 계속 코카콜라에 반대하는 단식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라나시에서 20km 떨어진 메디간지(Mehdiganj)에 코카콜라 보틀링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후, 이 지역은 공장에서 배출되는 각종 이물질로 인한 공해, 물 부족 문제와 건강문제로 고통 받고 있었다.
  
  이 투쟁을 진행하는 록 샤미티(Lok Samiti)와 아샤 포 에듀케이션(Asha for education, 아샤) 두 단체를 만나기 위해 메디간지(Medhiganj)를 찾았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초록색 교복을 입은 어린아이들이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시는 록 샤미티 활동가 찬드리카(36). 이 분은 놀랍게도 이 지역 활동가가 아니라 남부 뱅갈로르에서 4개월 전에 이곳 바라나시로 활동을 도와주기 위해 잠시 올라온 분이었다.
  

▲ 왼쪽 : 록 샤미티에서 만든 펩시-코크 반대 스티커, 오른쪽 : 펩시, 코크 반대운동 달력. ⓒ환경재단


  록 샤미티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위해 활동하고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이다. 전국적으로 주요 활동가가 1000여 명에 이르고 참여를 희망하는 이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어 인도 내에서 이른바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2003년도에 코카콜라 공장이 마을에 들어오면서부터 코카콜라, 펩시 반대운동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활동이 되었다.
  

▲ '아샤 포 에듀케이션'의 교육 현장 ⓒ환경재단


  아샤는 록 샤미티와 함께 같은 공간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간디의 사상을 기리며 1994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아샤는 인도의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을 통해 사회 경제적 변화를 만드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들은 교육이 사회 경제적 변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 하에 교육운동에 집중해서 활동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노동을 해야 하고 이 지역에서도 사리(인도 전통옷)를 만드는 작업에 많은 아이들이 저임금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아샤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모임으로서 보다 많은 지역민들을 설득해 참여시키고 있으며 세가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당신은 무엇을 마실 것인가?
  
  인도에는 길거리에서 과일주스를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코카콜라, 펩시가 들어오고 점차 이들 기업이 음료시장을 장악하게 되면서 지역주민들이 과일주스를 마시는 대신 코카콜라를 선택하게 됐다. 자연히 주민들이 직접 만든 음료는 줄어들게 되었다.
  
  코카콜라 공장이 처음 설립될 때에는 지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의 기아나 환경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물이 부족해지고 오염되어 식수가 고갈되었고 농사도 짓기 어려워졌다. 지역민에게 제공하기로 한 일자리는 병 청소, 병 수거 등의 저임금 작업일 뿐이었고 대부분의 코카콜라 생산에는 훨씬 더 낮은 임금으로 부릴 수 있는 외부지역의 노동자들을 부려 노동 착취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
  
  공장 설립 이후 하수처리 없이 폐수를 방출해 농장 지역의 지하수에서 화학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폐수를 방출할 별도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공간마저도 부족해지자 2004년부터 지역 주민 몰래 마을로 다시 방출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역주민과 록 샤미티가 연대해 코카콜라 반대운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 마다간지 곳곳의 개천들은 오염이 심각한 상태다. ⓒ환경재단


  2004년 9월 처음 방문 시위를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도 단식투쟁 및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역민의 요구에 부응할 생각도,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하는 계획도 없는 이들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에 그치고 있다. 이들은 또 기차역 중간지점에서 시민들에게 물을 제공하며 코카콜라 반대운동을 하 는 등 시민들에게 코카콜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화가 인도의 '공기'에 저지른 일
  
  바라나시를 떠나 10시간 기차이동 후 도착한 곳은 마디아프라데시주 보팔. 보팔은 유독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해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은 도시다.
  
  '보팔 참사'는 1984년 12월 3일 새벽 미국의 다국적기업인 유니언 카바이드(Union Carbide) 사의 공장 저장탱크에서 유독가스인 메틸 이소시안염(M.I.C:Methyl Isocyanate)가스 40여 톤이 누출돼 3500명이 사망하고 60만 명이 부상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였다. 그래서 보팔 시 곳곳에서는 공동묘지가 자주 보이는데 이곳들은 모두 보팔 사고의 피해자들이 묻힌 곳이라고 한다.
  

▲ 왼쪽 : 보팔 참사를 표현한 벽화 오른쪽 : 보팔 시민의 시위 현장 ⓒ환경재단


  이 사고로 피해를 입은 보팔시민들은 유니언 카바이드사를 상대로 30억 달러의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유니언 카바이드는 89년 4억7000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형사책임을 끝까지 회피했다.
  
  삼바브나 트러스트(Sambhavna Trust)는 보팔참사 유가족의 권리 찾기, 의료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다행히 사고 이후 전 세계에서 후원이 오고 있고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찾아 오는 편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사무실 한편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자원활동가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해주신 활동가 Satinath sarangi(60)는 사고 이후에도 가스에 노출된 50만 명 가운데 2만 명이 가스노출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12만 명이 실명과 호흡곤란과 위장장애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중추신경계와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한 중병을 앓고 있는 이도 많고 유전자 돌연변이도 출현하고 있다.
  

▲ 지역주민의 요구가 쓰여 있는 벽화 ⓒ 환경재단


  사고가 발생한 공장 주변의 주민들은 지금도 오염된 물은 마시고 있으며, 현장에는 위험천만한 산업 쓰레기가 아직도 치워지지 않은 채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2001년에 유니언 카바이드사를 인수한 다우케미컬에 대해 정화작업을 요구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위험천만한 공장이 왜 이곳에 세워진 것일까. 미국, 유럽 등의 선진 국가들은 1970년대 이후 환경적으로 유해한 위험산업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다국적기업들은 엄격한 안전관리시설과 공해방지시설 등의 규제를 피해서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로 진출하게 되었다. 이윤에 굶주린 자들 때문에 힘없는 약소국들만 피해를 보고 굶주리며 죽어가고 있는 셈이다.
  
  인도의 세계화 정책
  
  보팔을 떠나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델리. 델리에서는 어느 나라보다 빈부격차가 큰 인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게 볼 수 있다. 길거리 아무 곳에서 누워 자는 노숙자, 비오는 날인데도 자그마한 몸집으로 싸이클릭샤를 힘겹게 끌고 가는 릭샤왈라가 있는가 하면 경비원이 지키고 있는 대저택에서 큰 개를 몰고 산책하는 부유해 보이는 사람이 눈에 띈다. 인도사회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20년째 인도에서 살고 있는 델리대학교 동아시아학 김도영 교수를 만났다.
  

▲ 델리대 동아시아학 김도영 교수. ⓒ 환경재단


  인도 정부의 세계화 정책은 어떠한가? 김 교수는 "힌두 우파가 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겉보기에는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이 '인디아 샤이닝(India Shining)' 정책은 소수의 기업에게만 혜택이 돌아갔고 대다수 농민들은 박탈감에 시달리며 기아와 자살은 계속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야당이던 시절 이러한 문제점을 고민하게 되었고 지금은 빈곤한 농민에 초점을 맞춘 의제를 제시하면서 국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사실 빈부격차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인도를 하나로 묶는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고도 덧붙였다.
  
  세계화에 강요되는 나 그리고 우리
  
  "우리 대부분은 우두커니 앉아서 불필요한 '개발'과 우리가 원하지 않은 상품에 의해서 지구 생태계가 산산 조각나는 것을, 생태계 종들이 유전자공학과 독물에 시달리고 삶터에서 쫓겨나는 것을, 전 세계 문화집단의 대다수가 뿌리를 뽑히고 궁핍해지고 노예로 전략하는 것을 지켜볼 뿐이다. 우리 대부분은 우두커니 앉아서 효과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새로운 규제를 꿈꾸기만 한다." - 피터 몬테규 -
  

▲칼라데라 마을주민과 함께. ⓒ 환경재단


  최근 한국에는 한미 FTA 협상을 놓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세계화의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도의 여러 도시를 찾아다니면서 본 모습들이 어쩌면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우리가 모르는 사이 겪고 있는 현재인지도. 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세계화, 부의 권력이 독점되고, 계층 간의 불평등, 지역사회의 공동체 파괴 등 개인의 삶이 초국가적 차원의 질서에 의해 더욱 크게 영향을 받는 무서운 현실이 엄습하고 있다.
  
  97년 IMF외환위기 이후 대대적 개방의 결과는 심각한 양극화와 일자리 상실이라는 엄청난 고통들이 우리 곁에 다가왔던 것을 기억한다. 더 늦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세계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우리 모두의 노력들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유지현/대전충남 생명의 숲

 

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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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다국적기업으로부터 쌀과 콩을 되찾아 오다&quot;

corinalis님의 [[디디의인권이야기] 선택할 권리, 공유할 권리] 에 관련된 글.

 

[그린아시아2006] 인도의 토종종자 지키기 운동을 보다

 

 1997년부터 인도에서는 농민들의 자살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 8월 공식 통계를 내고 지난 5년간 마하라슈트라와 안드라 프라데시, 케랄라, 카르나타카 등 4개 주에서 자살한 농민은 3600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농민단체와 NGO들은 최대 1만8000명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핵 물리학자이자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반다나 시바는 "1997년은 몬산토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인도의 종자회사들을 사들이고 이종종자와 유전자 조작 종자를 팔기 시작한 해"였다며 1992년 농업시장 개방과 함께 인도에 밀려들어온 다국적 기업들이 농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반다나 시바가 이끌고 있는 '나브다냐(Navdanya)'는 몬산토 등 다국적 종자기업의 특허 전략과 종자 획일화에 맞서 유기농 방식으로 종다양성의 확산을 추구하는 일종의 '전통농업보존운동'을 펼치고 있는 NGO다. 여성환경연대의 이안소영, 이주은진, 윤이현희 간사와 함께 지난 8월 19일부터 9일간 나브다냐의 씨앗은행과 농장, 유기농 직판장 등을 방문했다.
  
  농민들을 죽음로 몰아넣은 몬산토의 'Bt 면화'
  
  나브다냐의 활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몬산토가 생산하는 변형 종자에 대한 '유전학적인' 이해가 필수적이다. 8월 19일 인도 뉴델리에 있는 나브다냐 본부에서 만난 프리야(Preya) 간사도 한국에서 찾아온 낯선 방문객들에게 이를 이해시키려고 애를 썼다.
  

▲ 나브다냐의 활동을 설명하고 있는 프리야 씨(왼쪽). ⓒ환경재단


  몬산토가 인도 농민들에게 판매한 유전자 조작 종자의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유전자 변형 Bt 면화'다. 해충이 잘 꼬이는 면화가 스스로 천연 살충제인 'Bt 독소'를 만들도록 조작한 것이다. Bt 독소는 토양 박테리아의 하나인 Bacillus Thruigniensis(Bt)에 의해 천연적으로 생산되는 물질이다. 몬산토는 이러한 Bt 유전자를 면화에 이식해서 식물이 스스로 벌레를 죽이도록 만든 것이다.
  
  몬산토는 이 면화를 심으면 농약을 뿌릴 필요가 없다고 선전했다. 몬산토는 벌레 그림 옆에 "기르는 면화에 이런 벌레가 있나요? 걱정 마세요. 농약을 뿌릴 필요가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팜플렛을 뿌렸다. 이 선전에 넘어간 농민들은 빚을 내 면화 재배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검은콩, 하우스콩, 녹두, 참깨 등 이들이 재배하던 다양한 농작물들이 사라졌다.
  
  면화재배를 시작할 때 농민들은 성공의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Bt면화의 문제는 금방 드러났다. 오랜 시간 Bt 독소에 노출된 해충이 점차 독소에 대한 내성을 갖추게 된 것이었다. 몬산토가 Bt면화를 팔기 시작할 때부터 몇몇 과학자 단체에서 머지않아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들은 Bt 작물 재배가 확대되면 2-5년 내에 특정 해충에 대한 Bt 살충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고, 이 예측은 그대로 맞아들었다. 면화에는 여전히 해충이 꼬여들었고 농민들은 Bt면화를 기르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새로운 면화 종자가 도입된 안드라 프라데쉬 주의 와랑갈 지역과 펀잡 주의 바틴다 지역에서 자살이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농민들은 면화를 재배하면서 떠안게 된 빚을 감당해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씨앗에서 씨앗으로, 농부에서 농부에게"
  
  몬산토의 유전자 조작 작물은 인도의 농업에 두 가지 문제를 안겼다. 하나는 인도의 종자회사들을 사들인 다국적 기업들에게 인도의 농업이 근본적으로 종속되어 버린 것이고, 또 하나는 이들이 제공한 유전자 조작 작물들로 인해 인도의 식품 안전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그 때문에 나브다냐의 활동도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브다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인도의 전통적인 농업방식에 주목했다. 씨앗 은행을 만들어 사라져가는 다양한 종자를 보존하고 보다 발전된 유기농업을 보급해 식품 안전을 보장하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다. 뉴델리에서 기차로 네 시간 가량 떨어진 우타란찰 주의 데라둔 시 남부에 있는 나브다냐 씨앗은행과 농장이 그런 곳이다. 나브다냐는 각 지역에 이와 같은 씨앗 은행을 건설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지역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13개 자치주에 34개의 씨앗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 씨앗은행과 농장이 있는 나브다냐 데라둔 지부의 모습. ⓒ환경재단


  데라둔의 씨앗은행과 농장은 그 공간 자체로 '농업의 이상향'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붉은 빛이 나는 이 지방의 흙으로 지어진 연구소, 도서관, 사무실, 숙소 등의 분위기가 그렇고 이 지역에서 직접 재배한 유기농 곡식과 과일들로 식사를 하는 이들의 건강한 모습이 그렇다. 또 데라둔 중심가에서 두 시간 가량 떨어져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 밤이면 반딧불이와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외진 곳에 있지만 이곳은 나브다냐의 활동을 보고 배우기 위해 전 세계에서 찾아온 이들로 늘 북적거린다. 8월 21일 우리 일행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에도 데라둔의 농장은 홍콩과 대만 등지에서 찾아온 10여 명의 NGO 활동가들과 북유럽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나브다냐의 데라둔 씨앗은행에서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쿱딥 시바(Kupdip Shiva) 씨는 "현재 데라둔의 씨앗 은행에는 400가지 종류의 쌀과 60가지의 밀, 20가지의 콩, 7가지의 유채, 그외 15가지의 잡곡을 보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국에 있는 나브다냐 씨앗은행을 모두 합하면 나브다냐는 1200가지 종류의 쌀을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데라둔 씨앗은행에 있는 400가지 종류의 쌀은 모두 재배되고 있는 중이다.
  

▲ 왼쪽 : 데라둔 씨앗은행이 각종 씨앗을 보존하고 있는 모습. 가운데 : 항생제로 쓰이는 커리. 비자 데비의 설명에 따르면 다리 아플 때 바르면 낫는다고 하다. 오른쪽 : 락쉬가 통에서 보관하고 있는 붉은 쌀을 꺼내 보여줬다. ⓒ환경재단


  씨앗은행은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쿤딥 시바 씨는 "농민들은 씨앗은행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의 씨앗을 가지고 가서 한해 농사를 지은 후 수확할 때 가져간 씨앗의 1.25 배를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Seed to Seed, Farmers to Farmer" (씨앗에서 씨앗으로, 농부에서 농부에게)라는 씨앗 자주권의 정신을 잘 구현한 방식이기도 하다.
  

▲ 데라둔의 씨앗 은행과 농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쿤딥 시바 씨. ⓒ환경재단


  또 나브다냐는 씨앗은행과 함께하는 농민들에게 전통적인 유기농 방식으로 농사를 짓도록 하고 그 작물의 판매도 책임진다. 쿱딥 시바 씨는 "나브다냐는 직접 이들 농가에 가서 수매하고 유기농 직판장을 통해 내다팔고 있다"며 "농민들은 나브다냐와 거래했을 경우 통상 시장에서 거래했을 때보다 20% 정도 이득을 본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브다냐의 씨앗은행은 농민들의 호응이 매우 높다. 데라둔 씨앗은행에만 5000명의 농민이 거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브다냐가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쿱딥 시바 씨는 "소비자가를 일반 식품보다 조금 높게 책정하고 있다"면서 안전한 유기농 식품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높은 가격을 매겨도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멀리보면 유기농업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인도에서는 농사일을 여성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데라둔의 씨앗은행에서도 봄, 여름에는 각종 쌀과 밀, 야채를 재배하고 가을에는 씨앗을 분류하는 여성들을 여럿 만날수 있었다. 그중 올해 62세를 맞는 비자 데비(Bija Devi)는 데라둔의 농장이 생길 때부터 일해 온 최고참이다. 이곳에서는 '비자 이모'라는 뜻의 '비자 안띠'로 불린다.
  
  비자 데비는 25년 전 쯤에 인도에 화학비료가 들어온 것으로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결혼하기 전에는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다"면서 "화학비료를 쓸 때는 밭일을 할 때 손이나 발가락 등이 많이 상하지만 지금처럼 비료로 소똥을 사용할 때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혼 후 데라둔에서 소 먹일 풀을 기르면서 '유리야'라는 일종의 생장촉진제를 썼다"면서 "그 비료를 쓰면 어제 1m였던 풀들이 하룻밤새 3m로 자라 있었고 너도나도 이 비료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 풀을 소에게 먹이면 그 우유에도 '유리야'가 들어가고 그 우유를 마시는 우리 몸에도 들어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데라둔의 씨앗은행에서 가장 오래 일해온 비자 데비. ⓒ환경재단


  이곳에서는 퇴비는 물론 살충제도 직접 유기농 방식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 농장의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락쉬(Laxwi)는 직접 천연 액체 살충제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일단 소똥과 흙을 섞고 그 위에 짚을 얹는다. 이어 위에 걸려 있는 통에서 계속 물이 흘러나오게 하면 밑에 있는 퇴비가 발효되면서 그 아래 살충제로 쓸 수 있는 맑은 액체가 고이게 되는데 벌레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데라둔의 농업방식은 단순히 전통 방식을 답습한 것만은 아니다. 데라둔의 농장에는 새로운 과학기술과 전통 농업기술을 합쳐 친환경적이고도 효율적인 농업기술을 연구하는 '흙 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카담 싱(Kadam Singh) 박사는 여러 농부들로부터 각지의 흙을 수집해 성분을 분석하는 한편 각 토질에 맞는 비료를 만들어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카담 싱 박사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유기농업이 더욱 경제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작할 때는 유기농업이 어려울 수 있지만 화학비료를 쓰게 되면 갈수록 땅의 지력이 떨어져 비료의 양을 점점 늘려나가야 하지만 유기농 방식으로 하면 지력을 계속 높여 비료를 줄여나갈 수 있다"며 "멀리보면 유기농이 훨씬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이제 유기혁명(Organic Revolution)의 시대"
  
  나브다냐는 20세기에 화학비료와 종자 개량을 통해 생산량의 무한한 증대를 추구했던 녹색혁명은 이제 그 효용성을 다했다고 본다. 녹색혁명으로 인류의 빈곤과 기아가 해결된 측면도 있지만 이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기아는 더욱 심각해졌으며 종자의 다양성과 생태계를 파괴했다. 나브다냐는 이제 종자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친환경적이며 생산적인 유기농업을 하는 '유기혁명(Organic Revolution)'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혁명은 농촌만의 변화로 되는 일은 아니다. 당연히 이 곡식과 야채, 과일을 소비하는 도시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나브다냐는 도시에 유기농 직판장과 슬로 푸드 카페를 만들어 농민들이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콩과 밀, 녹두 등을 판매한다.
  

▲ 뉴델리 '딜리 하트' 안에 있는 나브다냐의 유기농 직판장. ⓒ환경재단


  23일 우리는 뉴델리의 '딜리 하트(Dili Haat)'안에 있는 유기농 매장을 방문했다. '딜리 하트'는 인도의 동대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각지의 특산물과 싸고 품질 좋은 상품으로 유명하다.
  
  뉴 델리에는 총 세 개의 나브다냐 직판장이 있는데 딜리 하트의 유기농 직판장이 델리에 생긴 첫번째 가게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쌀과 밀, 우리의 콩에 가까운 달(dals), 기장 등 곡식들과 식용기름, 천연감미료, 쿠키, 잼 등을 살 수 있다.
  
  다른 두 매장은 국립 동물원 주유소와 아살람 촉(Asharam Chowk)에 있다. 점원에 따르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유기농 생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HPCL(Hindustan Petroleum Copoaration)과 파트너십 관계를 맺었고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한국농민의 반FTA 투쟁에 인도 농민도 함께하고 싶다"
  
  뉴 델리에 딱 하나밖에 없는 슬로 푸드 카페는 대중적인 카페라기 보다 슬로 푸드 운동을 하는 홍보처의 역할이 더 큰 듯 했다. 우리가 이곳에 들렀을 때 손님은 한 사람도 없었지만 점원은 하루에 열 명 가량이 다녀간다고 말했다.
  
  슬로푸드 카페에서 우리 일행은 우연히도 동료와 회의차 이곳에 들른, '나브다냐'의 중심인물 반다나 시바를 만났다. 지난 19일 뉴델리의 나브다냐 본부를 들렀을 때 길이 엇갈려 만나지 못해 아쉬워하던 차였다.
  

▲ 뉴델리의 슬로푸드 카페에서 반다나 시바를 만났다. ⓒ환경재단


  반다나 시바에게 나브다냐의 활동이 이렇게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다. 그는 "우리가 몬산토와 같은 거대 기업에 맞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연대를 통해 쌀을, 콩을, 유채를 되찾아 왔고 앞으로 우리가 빼앗겼던 모든 것을 되찾아 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반다나 시바에게 한미 FTA로 인해 시장 개방의 위기에 놓인 한국 농업의 상황을 전했다. 반다나 시바는 "한국 농민에게는 싸울 수 있는 힘이 있지 않느냐, 지난번 한국 농민들이 홍콩에서 벌인 WTO 반대 시위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격려했다.
  
  이어 "인도는 시장을 개방하고 나서 되찾아오기 위한 싸움을 해야 했지만 아직 한국에는 시간이 있다"며 "한국 농민들의 한미 FTA 반대 투쟁에 인도의 농민들도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농업이 농민의 손을 떠나 다국적 기업에 넘어갔을 때 인도에 닥친 위기는 심각한 것이었다. 한미 FTA 협상이 진행 중인 한국에서 농업은 어느새 경제 발전을 위해 당연히 도태되어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정부는 쌀 시장은 개방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한국의 식량 자급도는 30%에 못미치는 실정이다. 단지 모두가 외면하고 있을 뿐 한국에서도 농민들의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연 인도와 한국의 농촌의 현실이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채은하/기자

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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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인권이야기] 선택할 권리, 공유할 권리

[디디의인권이야기] 선택할 권리, 공유할 권리

디디
“시간이 흐를수록 비키의 상태는 악화되었고, 그 애는 아무데서나 넘어지기 시작했어요. 꼭 그 소들이 넘어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 아이는 계속 물었어요. ‘제가 왜 이러는 걸까요, 할머니?’ … 그녀는 결국 눈이 멀었어요. 움직일 수가 없어요. 침이나 음식물을 삼킬 수도 없고요. 이런 모습을 매일 본다는 것은 생지옥이에요.”

손녀를 광우병으로 잃은 한 할머니의 말입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광우병 피해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광우병에 대한 피해를 증언하는 자리가 있었지요.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한 조안나의 어머니도 이 자리에 참석했고요. 명랑하던 10대 소녀가 병에 걸린 뒤 먹지도, 걷지도, 한 마디 말도 못한 채 고통스럽게 죽어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합니다.

광우병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철저한 대량산업시스템으로 사육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인재’라는 사실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 폐기 처리되어야 할 동물들의 뼈와 살, 뇌와 척수까지 초식동물인 소의 사료로 둔갑했고, 그걸 먹고 자란 소들의 몸 안에서는 괴-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니까요. 마치 엽기적인 상상력을 가진 만화가의 작품 같지 않나요? 텔레비전에서 보여준 미국의 소가 사육되는 환경과, 도축장의 풍경은 바로 생지옥 그것이었습니다. 어떤 생물이건 거기에서 미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거예요.

사진설명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의 물꼬를 틀 한미 FTA<출처;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www.nofta.or.kr)>


“골라 먹을 자유가 있잖아”?

미국은 우리 정부에게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라고 성화고, 정부는 이를 수락했습니다. 제대로 된 검역 시스템조차 없는 상태에서 말이죠. 들여오자마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다시 논란이 불붙기는 했지만, 참,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애당초 안전하다는 어떤 증거도 없는 먹거리를, 아니 위험의 징후로 가득한 저런 물건을 수입해서 시장에 내놓겠다니 말예요. 저들은 말합니다. “골라 먹을 자유가 있잖아”

‘골라먹을 자유’라.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얼마 전, 친구들과 밥을 먹다가 우리가 먹는 두부나 콩이 거의 예외 없이 유전자 조작 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채식을 하는 친구들은 울분을 토했고, 유전자 조작 식품이 뭐 어떻다는 건지 전혀 모르는 저도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집에 가서 신문기사들을 검색 해보니, 콩 수입량의 77%가 유전자 조작 콩이더군요. 기사는 유전자 조작 콩을 먹인 쥐의 콩팥이 작아졌고, 사산율은 55.6%나 되더라는 이야기도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사를 스크랩한 한 블로그 이용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비싸더라도 콩도 국산 콩을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두유도 즐겨 먹는데 거의 미국산이네요.” 흠…골라먹는 자유는 일단, 골라먹을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 같군요.

문제는 우리의 무지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은 유전자 조작 식품이 대체 왜 나쁜 건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이 무지가 우리의 탓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자신들이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건지 확실히 밝혀야 할 과학자와 기업들이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말입니다. 유전자 조작 산업에 뛰어든 과학자들은 ‘입증된 위험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모양인데, 이건 유전자 조작 식품들의 안전함 역시 결코 입증된 적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동물의 뼈나 뇌수를 갈아먹였을 때 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소의 몸 안에서 어떤 괴-단백질이 합성될지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 말입니다. 저들은 나방의 유전자를 감자와 결합하고, 북극 민물송어의 유전자를 딸기와 결합하고 있습니다. 물고기와 토마토의 유전자를 결합시키고, 반딧불과 옥수수의 유전자를 결합시키는 초유의 만남들이 시도되고 있는데, 소비자는 대체 그런 작업들이 무얼 의미하는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빌어먹을’ 시스템은 대체 어떤 먹거리가 유전자 조작 식품을 함유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표시해주지 않습니다.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 가장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유럽연합은 유전자 조작 작물이 포함된 가공품은 표시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고 자란 동물들의 고기, 유제품, 계란 등에 대해서는 표시하지 않는다는군요. 그럼 대체 우리가 뭘 선택할 수 있다는 걸까요?

사진설명"유전자 조작 식품을 거부하라"
<출처; www.repeatfanzine.co.uk>


가장 무시무시한 음모

하지만 가장 무시무시한 음모는 따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현재 유전자 조작 식품 산업의 85%를 지배하는 건 5개 정도의 농화학기업이래요. (그들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종자에서 식탁까지 식량 공급의 전 과정을 ‘통제’하기를 원한답니다. 기업들은 “다른 종에서 뽑은 유전자를 배아 세포에 넣어서 더 바람직한 특질이나 형질을 만든다”고 말합니다만, 과연 누구에게 바람직한 건지는 따져봐야겠지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전자 조작 식품 특허를 가진 다국적 기업 몬산토는 자사의 제초제인 ‘라운드 업’에 내성을 가진 유전자 식품 종자들을 묶어서 함께 판매하고 있다더군요. 그들이 유전자를 조작하는 이유는 콩 수확량을 늘리기 위한 게 아니라 자기네 제초제를 판매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식량생산은 과잉상태입니다. 가격 위축으로 인해 농민들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태이지요. 당연히 조금이라도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작물과 종자를 선호하겠죠. 그런 선택이 이후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생각하진 못한 채 말입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을 사용하는 농업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다국적 기업에는 거대한 이익이 돌아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종자들은 지적재산권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농민들은 해마다 몬산토로부터 종자를 다시 사야한다는 겁니다. 전 세계의 농민들이 몇백 년 동안이나 종자를 개량하고 보관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종자의 특허권을 기업이 독점하겠다니, 대체 이게 말이 되나요?

현재 협상중인 미국과의 FTA는 농산물 개방을, 그리고 지적재산권의 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FTA를 체결한다면 우리는 결코 유전자 조작 식품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유전자 조작 식품이 세계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세계는 이미 충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그것이 어떻게 유통되고 분배되느냐에 있지요. FTA, 혹은 다국적 기업이 원하는 것은, 그들 자신이 말했듯이 종자에서 식탁까지 모든 과정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않은 채 오히려 오랜 세월 인류가 습득해온 농업의 지혜를 독점하면서 그들은 단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에겐 선택의 자유가 있잖아”

선택의 자유, 선택의 권리는 알 권리, 정보를 공유할 권리와 결코 분리될 수 없습니다. FTA는 반드시 막아야 하며,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규정들이 너무나도 미비한 우리나라의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도 지금 절실합니다. 대대로 전해져 온 자연의 지혜를 모두가 공유하고, 이 땅에서 안전하게 재배된 농산물을 마음 놓고 먹으며,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요.

◎ 이 글은 게릴라 뉴스 네트워크에서 제작한 「오염, 새로운 식량과학」이라는 짧은 영상에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http://sarangbang.or.kr/bbs/view.php?board=hrweekly&id=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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