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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은 누구의 땅인가?

예루살렘은 누구의 땅인가?

<기고> 이스라엘 점령 40주년 팔레스타인을 가다(2)

 

 

28일 일요일 동예루살렘의 거리는 어두웠다. 동예루살렘의 아랍인 지역 건물들은 40여 년 전 그 모습 그대로다. 이스라엘이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거리에 외국인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묵고 있는 크리스마스 호텔에도 투숙하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이 호텔은 점심과 저녁에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음식점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무표정한 얼굴에는 점령지 주민으로서 살아가는 고통이 고스란히 담긴 듯 했다.
  
  아침 식사 후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의 성지인 예루살렘 구 도시로 향했다. 한국 기독교인들의 성지 순례 코스로에 반드시 포함되는 곳이. 구 도시는 아랍인들이 비잔틴 제국을 격퇴한 7세기 이후 1967년까지 아랍 무슬림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1967년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토착 팔레스타인인들을 대거 추방하고 유대교 성지(통곡의 벽)를 위한 광장을 만들었다.
  
  따라서 현재 이 지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이다. 이스라엘인들도 팔레스타인인들도 구 도시를 포함한 동예루살렘만큼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스라엘은 구 도시를 둘러싸는 벽의 일부(알 아크사 모스크의 서쪽 벽, 혹은 통곡의 벽)가 다윗과 솔로몬의 성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벽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건설된 가장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이 벽에 기대어 기도를 하고 있었고, 이 벽 앞의 광장에서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 필자와 이야기를 나눈 이스라엘 군인과 함께 ⓒ프레시안

  동예루살렘에 대한 유대인들의 '의견일치'
  
  쉬고 있는 이스라엘 군인 탈 라비브(Tal Raviv)에게 말을 걸었다. 앳된 얼굴의 그는 20살이고 아버지가 45년 전에 인도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한 유대인이라고 했다. 필자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서 묻자 "나는 극단주의자가 아니다. 그러나 동예루살렘, 서안, 가자 등 점령지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권리가 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인들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대답했다. 이스라엘에서 남자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 3년, 여자는 2년 동안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해야 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유대인이라고 밝힌 모세 나츠바(Moshe Nachva)는 자신은 영적이고 종교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 방법에 대해 "모든 해결책은 신으로부터 나온다. 이스라엘은 1967년 이전으로 퇴각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아랍인들이 현재 이스라엘 국가 영역까지 달라고 주장한다. 아랍인들의 사고는 닫혀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이스라엘이 쥐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그는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영국에서 온 유대인 대학생 데이비드 킴체(David Kimche)와 그의 어머니도 "이스라엘인들이 동예루살렘, 서안, 가자에 대한 권리가 있다. 이스라엘인들은 열린 사고를 한다. 봐라! 여기에 기독교인들이 많이 오지 않느냐? 이스라엘은 모든 종교인들에 대해서 관용적인 정책을 취하고,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주장했다.
  
  필자가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을 지켜보던 한 여성이 다가왔다. 그는 1985년 호주에서 이주한 이스라엘인 수산(Susan. R)이고 직업은 여행 안내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필자가 이스라엘 군인이나 전통 복장을 한 이스라엘인들과만 이야기하는 것이 답답했던 모양이었는지 자기하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첫 마디로 "나는 이스라엘인이지만, 이스라엘의 정책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모든 분쟁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의 정책으로부터 비롯된다. 현재 팔레스타인인들은 너무 고통스럽게 지낸다. 현재 이들은 하루에 2달러 이하로 생계를 유지한다. 파타와 하마스가 내전을 하는 것도 이스라엘 탓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이스라엘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힘이 없다"고 말했다.
  
  필자가 '그럼 당신은 팔레스타인 편이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토 분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서안과 가자 전 지역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되돌려주고 1967년 이전의 경계로 이스라엘이 완전히 철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동예루살렘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되돌려 주어야하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는 "그렇지는 않다. 동예루살렘 문제는 복잡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서 매우 공정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밝힌 수산조차도 동예루살렘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가장 진보적이며 이스라엘의 정책에 비판적인 이스라엘인들조차 동예루살렘만큼은 이스라엘의 영역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현실이다. 즉 동 예루살렘 주권에 관한 한 모든 이스라엘인들은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분열 정책
  
  그날 저녁 전임 팔레스타인 무프티(팔레스타인 종교 최고지도자)이며 예루살렘 구 도시에 위치한 알아크사 모스크(메카, 메디나와 함께 이슬람교의 3대 성지)의 이맘이었던 이크라마 사브리(Dr. Ekrima Sabri)가 예루살렘 올리브산에 위치한 그의 집으로 필자를 초대했다. 그의 가족들이 모두 모였고, 우리나라의 보통 집 분위기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의 부인 나일라와 며느리 수아는 나와 가족들을 위해서 직접 팔레스타인 전통 음식들을 만들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는 음식과 과일들을 싸주기도 했다. 이러한 손님에 대한 환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전통이다.
  
▲ 필자가 이크라마 사브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레시안


  이크라마 사브리는 이번 달에 무프티 직에서 물러났다. 1994년부터 2006년까지 그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임명한 팔레스타인 종교 최고지도자였고 파타가 주도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위해 일했다. 그러나 2007년 1월 팔레스타인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가 무프티와 알아크사 모스크의 이맘을 무함마드 후세인(Mohammed Hussein)으로 교체시켰다. 그가 파타와 하마스의 분쟁에서 파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게 교체의 이유였다. 사실 그는 개인적으로 2006년 1월 의회 선거에서 하마스에게 투표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최고 종교지도자로서 심각한 분쟁 와중에서 어느 한 파벌을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이크라마 사브리는 나에게 신문 자료를 보여주며 "지난주부터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구 도시 아랍 지역, 알 아크사 모스크에서 30m도 못 미치는 지역에 유대 교회당인 시나고그를 짓기 위해 아랍인들이 거주하는 주택을 부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구 도시에 대한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루살렘 출신이며, 하마스 정당에 속한 의회 의원들인 무함마드 아부 티르(Muhamed Abu Tir), 칼리드 아라페(Khaled Arafe), 무함마드 투타(Muhamed Tutah), 무함마드 아톤(Muhamed Aton) 등이 2006년 6월 6일 이스라엘 감옥에 투옥됐다. 이스라엘은 이들에게 예루살렘 영주권을 포기하면 출옥시키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스라엘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파타 출신의 의회 의원들에게는 이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의 주권을 공고히 하고, 친 이스라엘적인 팔레스타인 인물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데 정책을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은 집권당인 하마스를 약화시키고 파타를 강화시키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전 상태로 몰아가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이크라마 사브리는 "현재 내전 상태가 고통스럽다. 오늘 가자에서 파타 대원들이 하마스 대원들을 납치했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나블루스에서는 하마스 대원들이 파타 대원을 납치했다. 통합정부가 하루 빨리 구성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그 날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의 인자하던 표정은 필자와 이야기하는 내내 어두웠다.
  
  그는 라말라 근처에 집을 갖고 있지만, 예루살렘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예루살렘에 살기 위해 600달러의 월세를 지불하고 있다. 예루살렘에 살지 않으면 거주권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은 예외 없이 거주권 박탈이라는 이스라엘의 위협에 시달리면서 하루하루 생활해나가고 있다.

 

홍미정/프레시안 기획위원,한국외대 연구교수

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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