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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연합적군을 보다

전주영화제...

아마 지금까지 야외상영하는 영화를 보는게 영화제에서의 유일한 영화관람.

그것도 데이트 때문에 어쩔수 없이 봤던 영화를 다시 봤던 거지만.

다시 드는 생각이지만 역시 선택의 문제는 커플보다 솔로일때가 자유롭다...-_-

 

전주에 살지만 전주영화제를 막상 보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왜?

명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전주사람들이 콩나물국밥, 비빔밥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할수 있을까. 어쨌든 나는 그렇다. 열광하는 것도 무관심도 아닌 어정쩡함.

좋은 영화 있다면, 오 그래 가볼까 하면서도 막상 관심만 보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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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마음 먹고 볼 영화가 있었다.

실록 연합적군.

 2학년 때였던가. 전공투와 일본적군 이야기는 몇몇 선배를 통해 들어서 알 고 있었지만

사실 소상하게 들었던 것도 아니고 일본의 변혁운동이나 투쟁을 잘 알지도 못하고 그런것이

있었나 보다 하며 넘겼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사실 막연한 감정이었다고 해야할까.

 

폐막일 전날이라 꽤많은 사람이 오고가고 있고 티켓을 끊기까지 조마조마했다. 혹시라도 못보면

어쩌나해서...-_-;;; 기우였던 것같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보긴 했지만 3시간이 감당이 안되서일까.

역시나 꽉 차지는 않았다.

 

어쨋든 동행인 2명과 함께 영화를 봤다.

 

그리고.

동행인 중 한명은 눈물을 흘렸고

나는 전율을 느꼈다.

다른 한명은 영화가 끝나고 줄담배였다.

 

영화는 60년대 일본의 안보투쟁을 시작으로 전공투 노선의 형성과 소위 적군파라 불리는 연합적군 결성 그리고 훈련,  아사마 산장을 점거투쟁 그리고 체포된 이후의 연합적군의 활동까지 3시간 동안 쉴틈없이 몰아붙여 얘기한다.

 

영화는 나의 변혁운동, 우리의 변혁운동 그리고 조직은 정말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정면으로.

 

영화를 보며 그리고 영화를 봤던 세사람의 입에서 너무 많은 생각과 이야기가 나왔지만

난 지금 단한장면을 기억하게 된다.

 

영화엔 가토 3형제라는 3인물이 등장한다. 첫째 가토는 당시 20대 초반의 적군 간부였으며

자신의 두 동생들을 데리고 적군 산악훈련에 참가한다.

첫째 가토가 밝은 얼굴로 웃으면서 적군 조직원에게 소개하는 두 동생의 나이는 19, 16....

 

그러나 훈련과 이론학습 내내 지도부의 피를 말리는 자아비판(영화에선 총괄이라 칭한다) 요구(그것의 밑바탕엔 조직원 사이의 질투 등의 개인감정도 있었다고 영화는 말한다)와 끝내  집단 구타를 동원한 숙청(나는 그것을 숙청이라고 봤다)을 당한다.

 

그 속에서 첫째 가토는 연인였던 여성동지와 함께 지도부에게 총괄을 요구받는다.

여성조직원의 경우는 신성한 혁명의 장소를 연애로 더럽혔다는 이유로.

첫째 가토는 조직원들의 질시로.

집단 구타를 하며 당시 지도부의 핵심인 모리는 총괄이 되지 않는다면 구타로 기절을 시켜 기절해서 깨어나면 공산주의화가 된 혁명가가 될거라며 집단 구토를 지시한다. 여성조직원과 첫째 가토는 기절까지 가는 구타 이후 '공산주의자가 되지 못하고' 나무에 매여 사망한다.

그 와중에 둘째, 셋째 가토도 형을 구타한다. 셋째 가토는 그러나 떠나지 않는다.

 

끝없는 총괄 요구 이후의 집단 구타와 폭력, 살해가 지도부에 의해 지시되고 조직원들은 따른다.

 

영화 막바지 둘째, 셋째 가토는 끝까지 적군을 떠나지 않고, 아사마 산장 점거까지 가게된다.

경찰 투입 직전, 마지막임을 느낀 조직원들 사이에서 이전 동지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이랬으면 좋았겠다 하는 말이 나오자 셋째 가토는 눈물과 함께 악을 지른다.

"웃기는 소리하지마! 용기가 없었어! 당신(지도부중 한명)도 당신도 형(둘째 가토)도 나도 다들 용기가 없었단 말이야!"

 

아사마 산장 점거항쟁 진압 이후 역시 체포되었던 지도부 모리는 자결한다.

그의 유서중엔 "우린 용기가 없었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무엇이 용기가 없었나.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모리가 자살한 것은 일본의 사무라이들이 전쟁에 패배한다면 할복한다는 소위 사무라이 정신 때문일까, 아니면 광기에 가까웠던 순수성 때문일까.>

 

그 셋째 가토와 모리의 입에서 나온 '용기'라는 것.  그건

조직이 잘못되고 있을 때 비판하는 용기, 극단의 상황으로 갈때 조직 이데올로기 혹은 조직을 깰 수도 있다는 용기. 조직이 와해되고 없더라도 우리의 운동은 없어지지 않는다는용기, 그것이 아닐까.

 

절대 집단을 만들지 말라. 집단이 생기면 권력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권력자가 생기면 싫은 걸 싫다고 말하지 못하게 된다.

첫번째 상영이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에서 와카마츠 고지 감독이 한 이야기.

그것이 막내 가토의 입을 통해 (잘못가고 있는 조직을 비판할 혹은 잘못된 조직 이데올로기 혹은 조직을 깰)용기가 없었어라는 식으로 표현 된 거라고 생각한다.

 

조직은 뭔가. 조직을 위해 운동이 있는가. 운동을 위해 조직이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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