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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농사

나는 흙에서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광합성을 한다는 사실만 알았지 농사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먹거리를 여성민우회 생협을 통해 매주 주문을 해서 생활해 오다가 우연히 텃밭을 가꾸게 되면서 직접 재배를 하여 먹거리를 생산하게 되었다.

농사에 매력을 느끼게 된 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고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서이다.

채소를100% 자급자족 하겠다는 것이 현재 나의 목표이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밑거름을 비롯하여 흙에 대해 알아야 하고

파종시기를 비롯하여 씨앗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각 채소마다 재배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하나씩 심어가면서 재배 방법을 차근차근 배우고 있는 중이다.

밑거름이 잘 되느냐에 따라 가을농사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아주 초보라서 이제 겨우 밭 갈고 밑거름 만드는 법을 마스터했다.

모종이나 씨앗을 심기 전엔 밭을 갈아서 퇴비와 EM효소와 복합비료를 섞고 

흙이 마르지 않도록 갈무리하여 최소 보름 동안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요즈음은 가을 농사로 바쁘다.

가을농사는 배추, 무우, 파, 갓, 알타리....그런 김장거리를 심는 거다.

지금이 김장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하는 적기이다.

그동안 내가심은 채소들은 주로 녹즙과 셀러드 및 쌈 채소여서 쓴 맛으로 인해 병충해가 거의 없었다.

상추나 양상치도 까치나 벌레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근데 배추와 알타리 같은 김장 채소는 다르다.

까치도 싹이 나오기가 무섭게 파먹고 ㅠㅠ...

온갖 작은 벌레들이 모여서 떡을 치고 새잎에 야금야금 구멍을 낸다.

너무 진액을 빨아먹어 노랗게 된 것도 있다.

가슴이 쓰리다. 농약을 칠 수도 없고. 안 칠 수도 없고.

EM효소로 잡히지가 않는 것이 동네에서 농약 안친 맛있는 배추가 우리 배추라서 벌레 총동원 다 모여 잔치 중이다.

 

생명이 없는 밭에 벌레들이 모여들어 무척 반가웠는데.... 지금은 아니다.

내 배추가 뿌리만 남고 작은 잎이 모두 없어지려는 순간이니까.

농부들이 얼마나 벌레가 미웠으면 채소 위에 농약을 팍팍 뿌리는지 이해가 간다.

나도 너 죽고 나죽자 이런 심정으로 배춧잎에 농약을 팍팍 뿌리고 싶어진다.

근데 내 자식과 부모님이 먹을 채소에 농약을 뿌릴 수가 없다.

큰모기장을 밭이랑 크기로 잘라  20cm 높이 텐트처럼 네 귀퉁이를 쫄대로 당겨 드리웠다.

EM효소에다 식초를 타고 소주를 타고 상추 쓴 걸 갈아 넣어 맛이 쓰게 만들어 뿌렸다.

옆집에서 농약을 주셔서 냄새를 처음 맡아 보았는데 냄새가 장난 아니다.

그 농약을 병에 담아 배추 밭에 군데군데 놓아두었다. 냄새 맡고 모두들 도망가라고...

이렇게 했더니 일단 까치는 안 온다.

까치는 농약 냄새에 무지 민감하고 냄새를 잘 맡는다는 사실을 나도 이제야 알았다.

배추가 쓴 상추인 것처럼 잠시 벌레들을 속였지만

배추에서 단물이 자꾸 나오니까 아침저녁으로 상추진액을 섞은 EM효소를 뿌려야만 된다.

 

가을 농사는 봄 농사에 비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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