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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3
    이혼에 대한 단상. (6)
    동치미

이혼에 대한 단상.

어제 서부지법에 일이 있어 들렀다가 나오는 길이었다.

 

부부와 네다섯쯤 되는 아이 둘이 있었다.

엄마가 '나도 이제 편하게 살꺼야 아빠따라가!!' 라고 크게 외치면서 빠른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내 눈엔 정말 아직 너무도 어린 아이 둘이, 아빠를 바라보았다.

아빠는 ' 우리 이혼 안할꺼야' 라고 말하고,

뒤이어 아이 둘은 엄마!!!!!!!!!!!!!!!!! 외치면서 매우 빠르게 엄마를 따라 뛰어갔다.

 

난 그 뒤에 서있다가 순간 울컥 하면서 울었다.(쪽팔리다 ㅡㅡ)

그리고 공덕역까지 걸어가는 10분간(나는 그 가족을 앞질러 걷고 싶지 않아 계속 천천히 걸었다.)

그 두아이의 울음소리와, 엄마도 이제 좀 편하게 살래 아빠따라가, 를 반복하는 어머니와,

묵묵하게 뒤에서 고개를 숙인채 걷고있는 그 모습과 소리를 들어야했다.

그리고 그 뒤에서 나도 묵묵하게 눈물을 꾹꾹 참으며 나의 과거를 떠올리며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엄마는 자식들 다 키우고 이혼한다는 신념하에

철저하게 남처럼 지내면서도 결혼생활을 무려 22년동안이나 지속해왔고,

내가 성년이 되던 그해 생일에 나는 성년의 자격으로 부모님의 이혼서류에 증인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상황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생각할 수있는 시간과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다행이었을까?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어떤 두려움일까.... 궁금했다.

평범한 가족에 대한 갈망, 주위의 시선?? 고정관념... 흠....

부모님과 같이 살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

 

아마도 부모님과 함께하지 못하는 두려움이겠지... 

 

그것뿐일지도 모른다. 나도 어렸을때 그랬으니까...

 

사무실에서 결혼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 늘상 결혼 갱신제도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예를 들면 결혼해서 5년(이건 그냥 대충 정한 기준)이 지나면 부부가 함께가서 우리 더 결혼생활 합니다.

갱신신고를 한다.(뭐 신고 자체를 안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러면 결혼이 유지가 되는거고,

아니면 결혼신고는 말소되는 것이다.

 

이제는 결혼은 다녀오는게 일상다반사인 세상이 되었는데,

대충 이런 정도의 제도로 바꾸어주면 좀 좋지 않을까 ㅡ.ㅡ 

그럼. 결혼이라는 제도, 가족이라는 제도에 대한 아픔들이 좀 덜해지지 않을까...

 

주절주절.... @.@

 

 

 

------------------------------------9.25 추가

 

결혼갱신제도는 제 아이디어가 아니고 권두섭씨의 아이디어라 이를 공지합니다. 큭큭큭...

이분이 변호사라 시간을 내서 법안을 연구중이라는 말쌈도 함께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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