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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사라졌다.

작은 초가집이나 넓다란 사대부 집은  물론이고 임금이 있는 궁궐에도 마당이 있다. 산 속의 절집이나 도시의 공원이나 기차역 앞에도 넓다란 마당, 광장이 있다. 그런데 요즈음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날 존재했던 마당이 사라지고 있으며, 아직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좁은 마당으로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농가의 마당에서는 멍석을 펴고 농작물을 말리고 타작을 하며, 가장자리에는 짚이나 나무를 쌓아 두기도 한다. 지금쯤은 빨간 고추를 말리고 곶감을 말리고 수수를 말리는 모습을 보면 풍요와 여유를 느낄수 있으리라 본다. 그런데 농촌에도 석유를 이용한 농기계로 농사하다보니 집에서 추수를 하지 않고 들판에서 타작을 하고 건조기로 말리고, 정미소로 바로 가니 집에서 갈무리 할 일이 없다. 또 마당에 동네 아이들이 모여 숨박꼭질도 하고 고무줄 놀이도 하며 자치기를 하는 등 공동체 놀이를 하면서 함께 살아온 공간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마당에 풀들이 자라기도 하고, 놀리기 아까워 마당에 텃밭을 만들고 있다. 아니면 마당에 시멘트를 깔거나, 잔디를 심는 경우가 있다.


옛 고택들도 오래되고 관리가 부실해지며 현대 사람들에게 생활하기 불편하다보니 남아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다. 남아 있다고 해도 관광지가 되어 버스나 차량이 들락거리는 주차장이 필요하지 마당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절집도 절 마당 가까이 까지 상가가 들어서고, 대형 관광버스가 즐비하다. 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 남은 공간에는 사람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도시에 가까운 곳일수록 개발에 밀려 야금야금 깍여나가 상당히 지금은 남아 있는 공간이 넓지 않다. 

 

도시에도 도심 중간중간에 넓다란 광장들이 있었고, 기차역 앞에도 넓은 마당이 있다. 여의도에도 광활한 광장이 있어 자전거도 타고 롤라스키에트를 타고, 동원집회도 하고 그랬었다. 그런데 지금은 도시의 광장에 나무를 심어 공원화하고 길을 넓히면서 사라져 이제는 남아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거나 아주 좁아졌다. 역 앞에 넓다란 마당은 민자역사라는 사업으로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중압감도 주고 마당을 남겨 두지 않고 있다. 광장에 시민들이 나와서 집회를 하는것이 신경쓰여 광장들을 없애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본래 마당이나 광장은 모여서 놀고 소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곳인데 말이다.

오래 전부터 농촌에 마당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 요즘 공동체라는 말과 마을을 만든다는 말을 들으면서 마당을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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