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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겸이가 아프고 난 후로 부쩍 엥엥거리고 밥도 잘 안 먹는다.
그런 아이에게 소리도 질러보고, 궁뎅이도 때려봤지만 안된다.
물을 줘도 밥을 줘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으로 밀쳐낸다.
"정말 굶어 죽을래?? 나도 몰라. 너 알아서 해."
꽥꽥거리는 내 소리에 성겸이는 놀랐는지 눈이 똥그래진다.
결국 성겸이을 위해 만든 생선반찬과 감자볶음을 냉장고에 넣는다.
안 먹으면 굶기라고 하는데 엄마 맘이 그런가 뭐....
"배고프다고 징징대지도 말고 혼자 놀아, 나도 내 하고 싶은대로 할테니깐."
이렇게 말하고 컴방에 왔는데 성겸이가 조용히 오더니 나에게 안아 달란다.
이럴떄 내가 야단친게 좀 후회된다.
아이가 내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나는 어쨌든 아이가 징징대거나 하면 내 하는 만큼 받아 주다가 안되면 나도 화가 난다고 감정표현을 하는 편이다.
그게 좋은 건지 아쩐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라고 무조건 받아 줘서는 안 될 것 같아서다.
분명 성겸이는 내가 사랑하는 내 아이이긴 하지만 가끔은 참을 수 없을만큼 나도 화가 날 떄가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써놓고 봐도 내 하는 말이 참....상처를 많이 주는 말인 것 같다.
흑!!
그래도 성겸인 지금 내 무릅에 앉아 컴 같이 보고 있다.
애들은 잘 잊어버리나?? 성겸아, 미안타.
해랑이를 안고 젖을 먹이는데 갑자기 사랑이가 씨~익 웃으며 다가온다.
글고는 쪼~옥 (거의 쩝쩝에 가까운) 뽀뽀를 하고 "엄마 사랑해~~"한다.
고맙고 기특한 마음 한편에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다.
요즘도 사랑이는 꽤액꽤액 조금만 제 뜻대로 안되면 그렇게 소리를 질러댄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사랑이는 요즘 글자놀이에 관심이 많다.
전보다 책읽는 것에는 소원해졌지만 글씨를 쓰거나(대부분은 동그라미나 선 모양이지만 비슷할때도 있다.)
어떤 글씨냐고 물어보는게 하루 일이다. 아는 글자를 읽기도 한다.
전에는 봄날이 오면 거리와 먼 산, 나무들에 이제 막 피어난 새순을 보면
가슴설레면서 취했었다. 아, 이 봄이 가지 않았으면...
이제는 사랑이를 보면서 이 아이의 향기를 좀더 오래 맡고 싶은
강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신경숙씨는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서 아기들의 냄새를 복숭아냄새로 표현했다.
아이를 키워보니 복숭아냄새처럼, 때론 그보다 더 달디단 냄새가 난다.
하루 볕에도 자란다는 말이 실감난다.
어느새 사랑이 키가 90센티를 지났고 몸무게도 14킬로가 넘었다.
자란다 자란다 자란다
몸 뿐 아니라 생애 첫 도약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랑이는
이제 엄마 팔베개를 하지 않고 자려고 하고 있다.
서운한 마음이다.
이렇게 하나씩 조금씩 아이의 존재는 독립해간다.
아이는 자라고 나는 늙어간다.
머리 앞부분에 흰머리가 확 띈다.
그런데 그게 싫지 않다.
평온하게 늙고 싶다.
시아버님께 쓰레기 태울 소각로 하나 만들어 달랬다가 재료비 명목으로 5만원 뜯기고(물론 우리 신랑이 줬지만), 오늘은 그 쓰레기통을 갖고 아버님이 아침부터 오셔서는 아직 안 가시고 있다.
신랑이 주어다 논 나무들을 태우기 좋게 잘라주시려고...그 좋아하시는 술도 달래서 드시면서.
점심 드시고 한잠 주무시고는 다시 일을 시작하신다.
바쁜 신랑을 대신해 일 해주시는 건 좋은데 나는 왜 이렇게 불편하고 싫을까??
내 안에 숨어있는 아이를 나는 아직 찾을 수가 없다.
아니, 사진 몇 컷이 떠오르긴 하지만 지금의 내 내적불행의 근원이
어디인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미술치료를 공부하면서 내 마음 깊은 우물 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영성수련이라는 계기도 있었다.
너무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와서 일까, 아니면 그게 습관이 되어 내몸에
일부가 되어 굳어버린걸까. 어쩌면 나는 내 안의 아이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이제 76일된 둘째 딸 해랑이는 내 팔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간은 신의 축복이라도 내린 듯하다.)
첫째 딸 사랑.
오늘은 몇 가지 짜증나는 일이 있었다.
첫째, 세 내어준 집이 다시 이사가게 되어 부동산에 몇일전에 연락했는데 이사 시기를
잘못 알고 있었다. 전화안해봤으면 한달정도 지연될 뻔 했다.
둘째, 오전에 사랑이랑 자전거 타러 나갔다 들어오다가 집 앞에서 차에 치일뻔하고 엄청난
크기의 경적소리에 너무 놀랐다. 집 앞이 버스 종점이라서 그렇다.
세째, 점심을 지으려는데 물이 나오질 않는다. 1층에서 물을 쓰면 여긴 나오지 않는다.
전화를 걸어 밥해먹으려면 물이 안나오고 애들 씻기고 있는데 물이 안나오고.. 정말 스트레스
받아서 못살겠다고 집주인 남자에게 말했다.
그 와중에 사랑이는 콧물이 흐르는데도 바지를 벗고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물장난을 하고 흠뻑 젖었다.
해랑이는 잠시도 내 팔을 떠나지 않는데 줄창 울어대는 거다.
바지 입으라는 내 말이 톤이 높아지자 사랑이가 "아기 깨잖아 조용히 해"라고 소리를 꽥~~~ 지른다.
윽. 언젠가 내가 그렇게 사랑이에게 말했었나보다. 요 몇일 계속 저 말을 내게 해댄다.
나는 또 그게 참을 수가 없어서 아~~~~~악 소리를 질렀다.
작은방으로 가서 혼잣말하며 슬퍼하는 사랑이.
이때 나는 정말이지 죽고싶다.
(시골로 가자! 아기들이랑 뛰어놀 시골로~, 그리고 급히 돈이 필요해져서 우리는 살던 집을 전세 내어줬다.
그리고 이 집으로 급히 이사를 왔다. 시골도 아닌것이 도시도 아닌것이 시골의 불편함과 도시(?)의 불편함이
공존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사람 살데가 아니었다.
벚꽃길(전군도로) 옆 이층집인 이곳은 게다가 조립식 건물이다.
대체 왜 이 집으로 이사올 생각을 했을까. 내 머리가 잠깐 돌았나보다.)
속상해진 나는 전화올 곳도 전화걸 곳도 없어 신랑한테 전화를 했다. 이러저러해서 속상하다며
말하다가 울컥 잉잉 울어버렸다. 그걸 보고 있던 사랑이는 가위로 색연필을 자르다가 그만
손가락을 다쳤다. 검지 손이 움푹 패였다.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러다 또 가슴을 친다.
사랑이는 그렇게 자기 몸을 다치게 해서 엄마가 우는 걸 보고싶지 않았던 것 같다.
관심을 다른 곳으로 끌려고 했던 것이다.
둘째를 낳고 나서 심한 우울증과 집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나는 사랑이에게 몹쓸 짓을 많이 했다.
소리 지르고 손자국이 선명하게 엉덩이를 때리고..그러다 지치면 애 앞에서 펑펑 울고...
나의 내적 불행이 사랑이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그래서 내 아픔보다 더 견딜 수 없는.
대체 무엇이냐. 대체 내 안에 어떤 소녀가 있어, 어떤 아이가 있어 이렇게 날
두들겨 패고 흔들어놓는 것이냐.
거친 말과 무시, 비난, 조롱,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부모는 자기 아이에게 그
모습을 그대로 전해준단다. 폭력의 대물림이다. 그러면서 나는 부모에게 완벽한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었고 당신들하고는 달리 살아갈 것이라는 무언의 경쟁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가족(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의존하게 되는.
그게 다 사랑받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폭력적인 가정에서는 조건있는 사랑이 보여진단다.
나는 그래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나보다.
거부당할까봐 두려웠나보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었나보다.
나는 사랑이에게서 거부당할까봐 두려운거다. 아이가 엄마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부모가 아니라고 비난받을까봐 두려운거다.
꺽꺽 울다가 문득 가엽다
.
<출처:푸름이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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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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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만든 밥과반찬을 안먹을때처럼 속상한 것 없지요. 근데 그게 '내가 널 위해서 애써 힘들여 만들었는데, 네가 안먹어?'가 되면 좀 곤란하죠.'저렇게 잘 뒹굴고 노는 애가 안먹으면 얼마나 배고플까?'그렇게 생각해봐요. 전자는 내 행동에 대해 아이에게 기대를 갖고 있는 거잖아요. 근데 후자는 아이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같아요. 일부러라도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밥안먹는게 자기가 배안고파서 안땡겨서 그렇다고 여겨져요.엄마가 서두르면 아이는 불안해해요. 억지로 먹거나 아예 안먹는 걸 무기로 삼게 되면 곤란해요. 억지로 먹으면 나중에 거식증같은걸로 발전할 수 있고 안먹는걸무기로 삼으면 엄마와 심각한 갈등생겨요..걍 지가 배고프면 먹겄지~그리 생각하시궁..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대요. 글고 지금은 동생이 뱃속에 있잖아요..많이 안아줘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화나는건 엄마지, 아이때문이 아니에요. 화는 중독이 강해서 한번 내면 계속 내요. 앞으로 배나오고 힘들어지면 겸이 말썽도 늘어나는 개월수라서 견디기 어려워요, 저는 그랬거든요. 화는 화를 먹고 자라요..이궁 넘 길어졌네요..잔소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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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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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들겠수다. 멀리가면 돌아가기 어려우니 화내는건 자제해. 화내더라도 그전에 '이러면 화나서 어떻게 할것 같아'하고 경고를 해주면 갑자기 화내는 것보다는 상처를 덜받는데..아이하고의 일상이 '대화'가 돼서 내 생각,기분,상황을 전달한다고 생각하면 화내는 일이 좀 줄어들더라. 아이가 내가 의도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만세요..그건 아이를 내 소유물로 생각하는 거나 다름없다오..나도 담이어릴때 먹는거 가지고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데,, 안먹는다고 엄청 화내고 니 맘대로해! 했더니 똥을 왕창 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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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액! 왕창 싼 똥 사진좀 찍어놓지.. 배꼽빠진다..으담이 강단있네~ 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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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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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서야 들어왔네욤. 며칠 전 차 사고 나서리 차도 병원에 난 걍 집에~!! 육아 글을 읽으니 어찌나 동감어린 눈물이 나던징... 우리 모두들 힘내자고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