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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3
    우리 규민이 첫 이 뺐어요.(3)
    이유

우리 규민이 첫 이 뺐어요.

 

저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당사자 규민이도 그렇고 몹시 떨리고 떨렸습니다.

 

사실 규민이는 이 빠지는 일=진짜 큰 언니가 되는 일,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 언제 이 빠지냐고 종종 묻고 굳건히 박혀있는 이를 흔들린다고 주장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막상 진짜로 이가 흔들리고 그리고 드디어 뺄 때가 되니, 몸을 뒤로 빼더군요.

 

첫니인 만큼 엄마가 빼주겠다고 나서자, 당사자인 규민이도 용기를 내어 입을 벌리는데, 남편은 3미터 쯤 뒤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소리를 빽 지릅니다(인성이가 보면 무식하다 했겠습니다.).

"아~~ 하지마, 하지마, 선생님한테 해달라고 해, 선생님한테 해달라고 해."

 

아무튼 작은 보석같은 이가 빠졌습니다. 규민이는 그것을 보석상자에 넣었구요. (제대로 지붕만 있으면 제대로 올려보고도 싶었는데..) 주위어른들은 케익을 마련하고 촛불을 켜서 축하해주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과 동시에 내심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는가 서운합니다.

영화처럼 규민이가 엄마 나 책 읽어줘,하고 걸어오는 장면 있고 컷, 하더니 그 다음엔 스무살된 여인이 긴 머리 휘날리며 고개를 돌리고 엄마,하면서 웃고 있는 장면 나올까 겁납니다.

 

유치를 뺀다는 것을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성장의 큰 획으로 본답니다.

저 옛날, 아가가 아장아장 걸으며 '순이도 밥 먹는대.'하고 입을 딱 벌리고, '순이도 학교갈래.'하고 가방을 들고 나서다가, '나도 밥 먹을래, 나도 학교 갈래,'하며 '나'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는 그 순간도 아이에게는 혁명같은 일이라고 합니다.

 

발도르프 교육론에서는 인생을 7년 주기로 나눈다고 하는데(이런 이론은 이곳저곳에서 들어본 것 같아요. 전에 돌멩이가 국선도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고 하던데.. 실제로 제 인생을 돌이켜봐도 7년 비스꾸리한 주기로 전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첫 7년, 0세부터 7세까지는 몸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업의 시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 몸 안에서 가장 단단한 것을 스스로 내보내고 그만한 단단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유치를 갈고 영구치를 내는 일을, 아이가 몸을 만드는 과업을 어느 정도 완성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 때부터 아이는 지적 작업을 시작해도 가능하다고 해석합니다. 그 전에 머리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하는 지적 작업은 아이의 몸을 만드는 과업에 방해가 되고, 결국 충실한 몸을 만들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합니다.

(아이에게 현대생활방식이 주는 여러가지 예민한 요소들이 급격하게 늘면서 아이의 유치가는 시기가 무지 빨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이것에 대한 연구는 또 다르게 진행돼야겠지요.)

 

..등의 이야기를 발도르프 교육론을 공부하면서 들은 풍월인데, 사실 7년 주기에서도 느꼈듯이, 굳이 발도르프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곰곰히 살펴보면 무엇이든 적절한 시기와 단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엉치 밑 쯤에서 갖고 있던 차에 발도르프 교육론이란 것이 맞장구를 쳐주는 것 같았습니다.

 

발도르프 교육론에서의 핵심은 성장 단계에 맞춘 교육인데, 이때 성장이란 인간 보편적 성장과 개개인 특별한 성장을 다 말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현대 교육이 인간과 인생을 망치고 있는 바로 그 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쟁, 혹은 경쟁력이 핵심인 현대 교육에서는 남들보다 더 잘 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빨리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성장이니 개개인의 성장이니 하는 것은????? 실종?????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인생 전반을 보아서) 그 시기에 맞는 것을 결국 받아들이고 느끼고 깨닫게 되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내 속에서 아직 내 것이 아닌 것을 주변에서 던져주어 받게 되면 그것은 내 겉의 헛개비로만 남습니다. 인생은 결국 살다살다보며 내내 그것들을 풀어내고 품어내고 치루는 과정 같습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을 수업시간에 만나면서, 저는 종종 이런 느낌을 받는답니다.

"아, 이 아이들은 지금 그들의 인생 전면을 가지고 여기에 있구나."

 

학교에 다녔던 그 무수한 나날들, 그 시절에 나도 내 인생 전면을 가지고 순간순간을 살았다면...이런 생각이 들면서 우리 학교 아이들이 무지 부럽습니다.

 

헤..결국 우리 학교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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