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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8/19
    이것은 영혼의 암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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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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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5/10/1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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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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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영혼의 암시?

"그러니까 말이야, 나는 선언하는 거지. 공식적으로 뭐 그런 얘기가 아니라, 내 내면에다가. 나는 이제부터 투잡이라고. 학교 일도 하고, 소설도 쓰고."

 

"어젯저녁 그렇게 결심하는 순간, (그 순간에 대한 묘사 잠깐 ...............) 내가 그 때 뒤돌아 있었잖아, 책꽂이 쪽 보면서. 그 때 내가 책들 보고 있었어. 필사할 책을 고르느라고. 그리고 당신에게 이 심정을 말해주고 싶었는데, 규민이가 있어서 말 못했지. 규민이가 또 우리끼리만 얘기한다고 할까봐. 그래서 참고 참다가 지금 얘기하는거야."

 

내면 선언에 이어 남편에게 선언했다.

이어 남편의 대답.

 

"어... 어젯밤 꿈에 말이야, 당신이 옆으로 앉아가지고는 다리를 꼬고 앉아가지고는 내 쪽으로 보지는 않고 뭔가를 손으로 하고 있었던가, 아무튼 나한테 눈길도 안 주고 하던 일에만 눈을 주면서 그냥 지나가는 말투로 말이야, 됐어. 그러더라구. 그래서 내가, 어디? 하면서 생각해봤는데, 신춘문예도 다 지났고, 작가의 상도 지났고, 다 지났는데, 어디 됐다는 걸까, 하면서 중앙일보? 중앙일보 문예상이 지금 때거든. 그거 상금도 많아. 그래서 내가 중앙일보?하고 물었더니, 당신이 여전히 내 쪽은 보지도 않고, 심드렁하게, 엉, 그러대. 그래서 내가 상금도 꽤 받았겠네?했더니, 여전히 심드렁하게 그럴걸,그러대. 그런 꿈을 꿨어, 어제."

 

10년 한솥밥을 먹었다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걸까.

난 글 쓰겠다,의 ㄱ 도 말 한 적 없었다.

(물론 글 써서 좋겠다, 나도 하고 싶은데, 뭐 이런 타령 나부랭이는 늘상 했지만.)

 

"아, 오늘 아침 되기 전에 간밤에 내 영혼이 당신에게 말해주었나!"

 

아무튼 이로써, 나는 주변인에게 또 선언합니다. 빈말이 되지 않도록.

소설가가 되겠다는 얘기는, 쪽팔려서 아니고요-이 나이에 무슨... 이란 생각이 자꾸 들어요. 남편은 그게 무슨 나이랑 상관있냐고 할 수 있다고 자기는 나이 생각에서 완전 벗어났다고 용기를 주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냥 무작정 쓰고 싶어요. 그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하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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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옷을 입은 아이와 분홍 옷을 입은 아이가 서있었어.

참 이쁘고 귀여웠어.

파란 옷 입은 아이가 분홍 옷 입은 아이에게 뽀뽀했어.

 

다시 이 꿈을 꾸고 싶어.

어떻게 하면 다시 꿈을 꾸지?

계속 생각하면서 다시 자야지.

 

 

분홍 옷 입은 아이가 파란 옷 입은 아이에게 그랬어.

아무한테나 뽀뽀하지마.

그 말을 들은 파란옷 아이가 분홍옷 아이한테 뽀뽀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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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남자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아주 자상하고 세련된 말투. 당장 만나보고싶은 욕구를 느끼게 하는. 연이어 다른 편지를 건네받았다. 조잡하게 프린트된 꽃무늬의 작은 수첩이었다. 

편지가 아니라 개인 수첩같았다.

수첩을 열었더니, 내가 아는 이름들이 적혀있다. 내가 아는 이 사람들을 공유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 기록 수첩. 내용을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것이 아주 유치했다. 누구누구와 ****(강남의 나이트클럽이름이라고 생각하였음)에 감, 이것 밖에 없었다. 그게 매일 매일 적혀있었다. 이런 사람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란 생각을 하면서도 이 수첩을 나에게 보낸 이가 내가 지금 짐작하고 있는 그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나는 수첩의 맨 마지막 페이지까지 공들여 넘겼다.

맨마지막에는 핸드폰 전화번호가 하나 적혀있고 그 옆에 원래의 이름이 볼펜으로 죽죽 덧그어진 후 전혀 알지 못하는 이름 하나가 적혀있었다. 볼펜으로 죽죽 그어진 속의 원래 이름을 살짝만 보고, 내가 짐작하고있었던 그 이름이 맞군, 대번에 확신하고 수첩을 접었다.

수첩을 접을 땐 어느새 이 남자를 빨리 만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

편지도 아니고, 특별히 나에 관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 이 코딱지만큼 정도 가치의 수첩을 나에게 보낸 이유는 그가 당장 나를 만나야하기 때문이라는 걸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얼른 그 핸드폰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랬더니, 몇십년만에 듣는 목소리가 나왔다. 누구라고 상대가 밝히지도 않았으나 나는 대번에 알아들었다. 그녀는 몹시도 짜증난다는 투로, 그 남자의 전화번호가 아니라 이것은 자기의 전화번호라고 대꾸했으며, 그에 대해서 자기가 아는 바는 없다고 했다. 자기가 들은 것은 사람들이 그가 (이 부분에서 나는 깜짝 놀랐는데) 자살했다고 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과외에 가야했다.(절박한 순간에 꼭 과외에 가야하는 이 구성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이런 제기랄,하고 화를 잔뜩 내면서 과외에 갔다. 수학문제를 많이도 풀었다. 무슨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으나, 약간의 짜릿한 쾌감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전화를 받았던 사람들이 무대에 서있는 양 일렬로 죽 서있었고, 스무명이 넘어보이는 할머니들이 관중인 양 맞은편에 둥그란 대형으로 앉아있었다. 할머니들은 그 남자의 실종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 할머니들이 그 남자의 실종신고를 했던 최초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 할머니들의 중구난방 증언에 이어 나의 증언 순서가 돌아왔다. 나는 입을 떼었다. "그 남자와 저는 고등학교 때 잠시 사귀었었습니다. 잠시 뿐이었고, 고등학교 졸업 후엔 거의 연락이 없었습니다. 꼽자면 한 서너번 정도 만난 것도 같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졸업한지 이십년(이 부분에서 할머니들이 티뷔 토크쇼 방청객들마냥 '오오~' '와~' '우우~'하는 괴성을 내었다)이 거의 다 되어가는데, 서너번 보았으니 거의 보지 못했던 셈입니다." 내 옆에 앉아있던 남자는 형사라고 하는데, 가래침을 연달아 뱉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역겨워 말을 못 잇고 있었으나, 내가 갖고있는 그의 수첩이 큰 단서가 될거라는 예감에 심장이 크게 쿵쿵 뛰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들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마음이 급했다. 할머니들은 어느새 하나 둘씩 방청석을 떠나고 있었고, 형사들은 오히려 나를 설득하려는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이 부분은 참으로 전형적이다). 나를 후랑스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그들이 나에게 무얼 사주려한다기보다는 내가 가야한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여기저기 테이블에 남겨있는 음식들을 죽 돌아본 후 디저트 메뉴를 하나 골랐는데, 그 돈이 있을까,하고 가방 주머니 속을 뒤져보니 후랑스 후랑 동전이 잔뜩 들어있었다.

내 옆에 어느 남자는 지금 미국에서 포르노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강수지(그는 '보라빛'이라고 불렀다)에 대해 얘기했다. 그녀는 성전환수술을 받아 남자의 성기를 몸에 달고 영화에 출연 중이라고 했다.

 

할머니들이 인상적이어서 할머니들에 대해 적어두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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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는 동성애자가 분명했는데, 다른 한 사람은 모르겠다.

커다란 갈색 천 소파 위에 눕듯이 앉아있다가 동성애자인지 아닌지 모를 남자가 몸을 일으켜 동성애 남자의 바지를 벗기고 그의 것을 입으로 애무했다. 갑자기 내 앞에서.

보라색 면 바지가 소파 아래로 떨어졌다.

그것은 장난이었다. 내가 평소에 하지 않는 짓을 지금 하는 이유는 널 놀리기 위해서야,라는 듯한. 그러나 그 남자는 동성애자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눈빛이 그랬다.

한참을 깔깔대며 그러고 있으니, 동성애자는 진정으로 흥분하여 이번엔 자기가 애무해주겠다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다른 남자는 얼른 몸을 뺐다. 아니야, 아니야, 됐어, 됐어, 하면서.

 

이 두사람은 지금 알 수 없는 이유로 날 감금하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재빨리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었다.

내가, 나, 이제 집에 가봐야돼, 하고 일어나니, 둘은 장난을 그만두고 빨리 운동화를 꿰신느라 주춤주춤하면서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하고 외쳤다. 순간 공포감이 확 밀려왔다. 나는 태연한 척 하면서, 천천히 신발 신어,하고는 마침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던졌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대머리 노인(최근에 벤 킹슬리 영화를 봐서 그런듯)과 다른 몇몇 노인들이 있었다. 그들 뒤로 들어가 엘레베이터 벽에 몸을 착 붙이고 노인들의 뒷 모습을 봤다. 모두 깡 말랐다. 그래도 목 뒷덜미가 몇 겹 접혀있었다. 노인들은 내가 일행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나의 일행을 기다리느라 엘레베이터문의 오픈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그래도 아무도 안 들어오자 다시 닫힘 버튼을 눌렀다. 문이 거의 닫힐 무렵 두 남자가 뛰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서둘러 층계로 달려내려가고 엘레베이터 문은 완전히 닫혔다.

엘레베이터는 층마다 멈추고 문을 열었다. 아무도 내리고 타지도 않았는데.

문이 열릴때마다 비상계단을 달려 내려가고 있는 그들과 마주 쳤다. 그들은 엘레베이터를 타지 않고 그냥 계속 층계를 뛰어내려갔다.

 

건물을 빠져나오니 앞에 고속도로가 펼쳐있었다.

고속도로에는 뜨거운 해때문에 이글이글 아지랭이가 잔뜩 깔려있었다.

거기에 큰 개들이 늑대처럼 어슬렁 대고 있었다.

저 개 좀 봐, 어느결에 내 옆에 선 동성애자가 말했다.

그 개는 네 다리로 걸으며 작은 다리 한 쌍을 어깨에 권투글러브를 걸친 모양처럼 늘어뜨리고 흔들흔들하며 걷고 있었다. 저게 정말 다릴까?하고 내가 물어보았다.

아지랭이 때문에 잘 안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하얀색 큰 개 한마리가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배를 드러내고 누워있었다. 허리 아래부분이 차에 깔렸는지 고개와 어깨만 좌우로 흔들 뿐 일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저기서 새끼를 낳고 있는건지도 몰라,하고 동성애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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