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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8
    디즈니 인어공주(1)
    이유

디즈니 인어공주

인어공주는 다리를 얻기 위해 마녀를 찾아간다. 마녀는 그녀의 목소리를 대신 받고 다리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사흘 안에 왕자와 사랑에 빠져 키스를 하지 않으면 마녀의 하녀가 되어야한다는 계약서를 써야한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 한적한 보트놀이에서 키스할 뻔도 했지만 보트가 뒤집히는 바람에(마녀 신하들의 계략으로) 실패했다. 사흘째 되는 날 왕자는 어찌된 일인지 느닷없이 등장한 바넷사란 여자랑 결혼을 발표한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바넷사는 마녀가 변신한 것이었다. 인어공주를 후원하는 동물친구들의 도움으로 바넷사는 봉변을 당하고 인어공주는 그 와중에 목소리를 되찾는다. 그리고 왕자랑 키스를 했지만 막 해가 진 뒤였다. 결국 계약에 의해 인어공주는 마녀의 하녀가 되지만, 인어공주의 아버지(용왕님?)가 그것은 차마 가슴이 아파 자신이 대신 마녀의 하인이 된다. 마녀는 용왕의 강력한 마법 덕분으로 거대한 힘을 얻지만 왕자가 사랑의 힘으로 용기를 내어 배를 몰아서 마녀의 심장을 뚫는다. 용왕님은 기뻐하며 딸에게 다리를 주고 둘의 결혼을 허락한다.

 

규민이가 반짝이와 분홍치마와 뾰족구두 세계에 입문한 후, 거기에는 온갖 그 이쁜것들과 함께 왕자와 가슴 떨리는 로맨스까지 누리고 있는 공주라는 존재가 있었다.

공주는 규민이의 꿈이다.

이 다음에 크면 나도 공주가 될 수 있을까....

 

신데렐라, 백설공주,오로라공주(나는 처음으로 이 이름을 알았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름이라는데 이거 진짜일까, 아니면 디즈니에서 만들었나.왕자이름은 필립이란다. 디즈니에서 지어낸 게 분명해.), 엘리..뭐더라 인어공주이름도 있는데(이것도 디즈니에서 만든 것 같음. 왕자이름은 에릭이라함.) 자스민 공주(알라딘과 요술램프에 나오는 공주, 이것도 디즈니에서 만든 거 같아.) 미녀와 야수의 벨 공주. 이 여섯 공주는 우리집에서 맨날 같이 산다.

 

처음에 규민이가 공주에 흥분하기 시작했을 때는, '공주'라는 것이 싫었다.

실제로 규민이는 공주놀이에서 왕자님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외로 꼬며, 나쁜 놈 앞에서는 그대로 쓰러지거나 도망치면서 왕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연기를 했다. 왕자한테 도와달라고 외칠 때도 큰소리로 외치지도 않는다. 왕...자...님...하면서 쓰러진다.

 

나는 푸르미공주라는 이야기를 지었다. 푸르미공주는 머리카락도 아주 길고, 아름답고 보석도 많고 아름다운 분홍드레스가 치렁치렁하고 뾰족유리구두를 가졌는데 요정들과 함께 칼싸움 놀이를 좋아하여서 맨날 칼싸움놀이를 하다가 왕자가 나쁜 놈의 공격을 당하자 나쁜놈을 혼내준다고....(여전히 한계가 많다.-.-;;;)

규민이는 푸르미공주를 좋아했지만, 푸르미는 오래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푸르미는 자기가 힘겹게 상상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디즈니는 요정의 마법지팡이처럼 공주들을 눈 앞에 내놓았으니.

 

 

인어공주 디즈니 만화영화를 극장에서 봤다,사실, 나는,데이트하면서.

알라딘과 자스민공주도 그랬다,사실.

그러고보니 미녀와 야수도 봤다,왠일이니.

 

인어공주 볼 때, 원작을 바꾸어서 저렇게 만든 것을 만화적 위트라고 생각했었다.

보트에서 키스하려고 했다가 뒤집혀서 못 하는 것 등. 그리고 대대적인 해피엔딩.

원작과 어떻게 다른 것이 어떠한지에 대한 생각 전혀 없었음. 원래 원작이 위대하면 자질구레한 아류가 등장하기 마련.. 한번 웃고넘어가는 이런것도 있지...뭐 대충 이런 생각.

 

그런데 여섯살 아이가 인어공주의 원작을 잘 알기도 전에 디즈니판 인어공주를 본다는 것은(만화도 아니고 책으로) ...

 

내가 어렸을 때 인어공주를 책으로 보았을때, 그 때 마녀는 이렇게 무조건 무찌르고 타도해야하는 나쁜편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녀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린 마음에도 그것은 인어공주가 '금기시 된 것을 탐하기' 때문이었다. 금기된 것을 탐할 때의 그 위험, 그럼에도 결국 저지르고 말게되는 강한 유혹. 마녀는 그것의 은밀한 중계자다. 음침한 종말을 암시하는. 무서워도 거부할 수 없는..... 그래서 자라면서 공주 캐릭터 보다 마녀 캐릭터에 더 호감을 갖게 되나봐. 그런 사람들이 디즈니의 마녀캐릭터를 만드는 것인가보다. 디즈니의 마녀 캐릭터도 공주만큼 호감은 준다. 매력의 근간은 다 사라지고 이미지만 남아서 그렇지.

아무튼지간에 무엇보다 인어공주의 백미는 마지막 비극. 왕자의 가슴을 언니들의 머리카락을 팔아 얻은 칼로 찌르느냐, 마느냐. 내가 죽는냐, 널 죽이느냐. 거기에서 왕자의 가슴을 찔렀다고 해도 좋았을 것 같다. 왕자의 피는 그의 침대에 낭자하고 인어공주는 그 피가, 이제는 저주할 다리를 물들이는 것을 바라본다고 해도 나는 인어공주를 이해할 것이다. 그직전에 가슴은 이미 터질만큼 뛰었다. 죽이든 죽든 어떤 결말에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었다.

 

 

이런 것들을 죄다 번떡이는 이미지로만 도배한 디즈니의 인어공주는 천박하고 천박하다.

 

어렸을 적에 만화 시작하기 전에 뜨는 디즈니 로고만 봐도 꿈과 희망이 부푸는 줄 알았건만, 아, 정말 싫어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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