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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싶다

지난 시절을 그리워 하는 심정은 어디서 비롯된 것 일까? 사람은 언제 지난 시절의 소회에 빠지는 건가? 그것이 퇴행을 의미하는 것인가? 기억 속에서 굵직하게 부각되는 몇 몇 순간의 잔상과 그것을 지금 다시 떠올리는 순간의 나는 어떤 모습 이던가? 그 많은 기억 속을 관통하는 한가지 사실은 그 때 난 내 모든 것을 통해 그 시간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느낌이라는 것은 몰입이 말하는 외부 세계와의 의식적인 단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단거리 달리기에 비유될 수 있을 만한 것이겠다. 또한 그것은 길에 쓰러져 잠을 자며 꿈을 꾸고 있었던 것도 아니였다. 대상을 분명하게 파악하지 못할 만한 외부의 영향 때문에 의식을 놓치고 말았던 상황은 아니였다는 말이다. 난 그 때 천천히 걷고 있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과 또한 상황 속에서 내가 해야 할일을 의식할 수 있었다. 주어진 일들은 내 자신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일들이었으며 그래서 난 여유를 가지고 주변 사람들과 즐겁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었다. 뛰는 사람들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그들은 줄 곧 뛰고 있는거다. 꿈 속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걷는 사람들이고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읽고 목소리를 느끼며 몸짓을 보며 함께 가는 사람들인 것이다. 뛰지 않고, 잠자지 않고 천천히 걷는 것은 무엇을 바라는가에 달려 있다. 영웅이 될 수 없어 소시민되겠다며 나를 합리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이들의 욕망대로 살지 않겠다는 나를 위한 용기이다.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다른 이들을 바라보며 고민하고 반성하며 자신을 세워가며 존재를 드러내고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나와 연결된 그 많은 관계의 끈들에 대해 생각해야겠다. 무엇을 묶고 끊고 이어가야 할지를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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