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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1,2학년 영어교육 도입해도 되나 | |||||||||||||
교육부 조기영어교육 연구학교 선정 교육시민단체 반발 | |||||||||||||
2006/5/23 | |||||||||||||
김고종호 기자 kkjh@ngotimes.net | |||||||||||||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에게도 영어를 가르치겠다는 정부 계획에 시민단체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가 초등 1,2학년 조기영어교육 50개 연구학교를 선정,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가운데, 한글단체와 교육시민단체들이 교육부 앞에서 ‘초등 1,2학년 영어교육 도입 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환웅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초등 3학년 이상 영어교육을 실시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교육성과를 얼마나 거두었는지에 대해 그 어떠한 평가 작업도 진행된 적이 없다”라며 “제대로 된 조사 분석 없이 인성과 창의력을 길러야 할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로 영어교육을 확대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불행이며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자원 낭비가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대로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사무총장은 “지난 1994년 초등 3학년 이상 영어조기교육 시범실시가 도입될 때 전문가들은 거의 대부분 실패를 예상했지만 국가는 그대로 밀어붙였다”라면서 “정부의 그러한 영어교육 조장 때문에 사교육과 조기유학이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ㆍ고등학교 때 그렇게 영어공부를 해도 영어로 대화 한마디 나누지 못하는 것은 교재와 교육환경이 부실하고 교사들의 자질이 뒷받침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러한 것부터 먼저 해결해놓고 확대를 하든 뭘 하든 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회장은 “10년 전 초등 3학년 이상 영어조기교육 도입을 막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초등 3학년 학생들 영어수업을 보면 수업 내용에 적극적 참여는 못한 채 ‘해피 엔드’ ‘나이스’ 등의 단편적 단어만을 내뱉을 뿐”이라며 “하물며 1,2학년들은 오죽하겠는가”라는 말로 영어조기교육의 실패를 예상했다. 그는 특히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 이미 창씨개명을 강요당하고 있다”라며 “예쁜 한글이름보다 ‘릴리’ ‘제임스’ 따위의 영어이름으로 불리도록 교육받고 있다”라고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초등 1,2학년은 모국어가 안정되는 시기이며 한글교육이 본격화되어 맞춤법을 익히는 결정적인 시기”라며 “이때 영어교육을 도입하는 것은 모국어 교육을 위축시키고 언어 혼란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정체성의 혼란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 주장한 후, “초등 1,2학년 영어교육 도입을 즉각 중단하고 현행 초등학교 영어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평가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전국 15개 지역 3133개 초등학교의 교사 대표 3133명 역시 대표자 선언을 통해 1,2학년 조기영어교육을 중단하고 현행 초등 3~6학년 영어교육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교육부는 “그저 시범실시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연구학교 운영이 정책 도입의 신호탄이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교육부 학교정책현안추진단 영어교육혁신팀의 정양순 연구사는 “이번 초등 1,2학년 영어교육 연구학교 운영은 확대 실시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2년간 운영 후 평가 결과와 국민 여론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초등 1,2학년 영어교육 도입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 영어교육 도입 10년 동안 교육성과에 대해 그 어떠한 평가 작업도 진행된 적이 없다”는 교육단체들의 지적에 대해 정 연구사는 “교육부 차원에서 이루어진 평가는 없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도입 10년째를 맞아 현재 평가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덧붙여 “개인 학자들의 연구는 꽤 있었다”라며 “권오량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초등 영어교육의 성과가 나름대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어릴 때 시키면 잘 할 수 있긴 한걸까 교육부가 지난 1월에 발표한 ‘영어교육 활성화 5개년 계획(2006년~2010년) 종합대책’은 초등영어 확대시범실시, 초등 1,2학년 대상 영어 조기교육연구학교 운영, 경제특구 및 국제자유도시 영어몰입교육 시범실시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이렇듯 영어조기교육을 더 어린 연령대로 확대하려는 것은 ‘좀더 어릴 때 영어교육을 시키면 모국어처럼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와 함께 ‘영어조기교육은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영어교육 확대의 근거로 삼고 있는 박양우 경인교대 교수팀의 ‘초등학교 조기영어교육 확대 방안 연구’ 논문을 보면 알 수 있다.
허영주 서울유현초등학교 교사는 현재 초등 3학년 이상 영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3,4학년 수업은 놀이 중심의 수업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흥미는 느낀다”면서도 “그러나 언어의 의미를 잘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6학년으로 올라가게 되면 사실상 학습부진아ㆍ탈락자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면서 “외부 학원에서 배워온 아이들만이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초등 1,2학년의 경우에는 바른생활, 즐거운생활, 슬기로운생활 등의 통합교과과목과 함께 국어와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상황이고 주5일로 전환되면서 시수 축소 요인이 발생했는데도 영어까지 도입하게 되면 결국 창의적 재량시간이 영어수업시간으로 쓰일 것”이라며 “이는 교사가 유일하게 재량권을 발휘하여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좀더 다른 방향의 문제 제기도 존재한다. 박거용 교수는 “언어는 그 나라의 가치관이 담겨있다”라며 “영어조기교육은 우리에게 하나의 트로이목마가 되어 결국 우리는 국적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재근 사무처장은 “한국은 영어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계급이 양분화 될 것이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덧붙여 “이러한 영어조기교육 열풍을 정부가 앞장서 조장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어교육은 언제부터 해야 한다는 것일까. 박거용 교수는 “초등학교에서는 영어교육을 없애고 대신 중학교에서 회화 중심의 영어교육을 강화해 자유자재로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든 다음,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문법과 독해를 훈련시켜 대학생이 되었을 때의 원서 습득 능력을 갖추게 하자”고 제안했다. 허영주 교사도 “초등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영어를 능숙하게 교육시켜서 국제화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발상도 좋지만, 어른들이 늘려놓은 교과과정에 시름하는 아이들을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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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2일 오후 19시 4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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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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