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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몇년 전에 읽었는데, 이번에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다가 당신들의 대한민국 2권이 있는 것을 보고 간단히 읽어 보았다. 1권 보다 좀 더 깊고 강하게 쓰인 듯하다. 인상 깊었던 내용을 정리해 본다.
하지만 우리가 문익점, 최무선, 장영실 등에 대해 배운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것이 역사 왜곡인지 단순히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것인지 혼란스러워진다.신라사를 배울 때 김춘추·김유신 같은 정치꾼 이름은 술술 외워도, '민족의 자랑'인 에밀레종의 주조를 총관했던 8세기 후반의 뛰어난 주종 기술자 대박사 박종일이라는 이름 석 자를 배운 사람이 있는가? 고대에 '박사'라는 말은 학자뿐만 아니라 국가가 인정한 뛰어난 장인도 지칭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백제가 일본에 불교 문화를 전수했다는 것은 개화기부터 한국 민족주의의 자랑거리가 되어 교과서의 단골 메뉴이지만, 계백 장군 등 백제 정치인의 이름은 누구나 알고 있음에도 6세기 후반에 일본에 건너가 사찰 건축의 기반을 닦은 백제의 와박사 양귀문과 석마제미가 누군지는 도저히 모르는 것이다. 백제 정치사 대략을 기억하고 있어도 백제의 기와·벽돌 제조법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관심조차 없다. 노동의 역사가 아닌 지배·살육의 역사를 배웠기 때문이다.
근대사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한강의 기적'의 바탕을 마련한 것은 1960년대의 직물 수출이었는데, 대원군과 김옥균은 알아도 100여 년 전 우리나라 최초로 일본에서 근대적 염직 기술을 배워 온 안형중과 박정선 같은 기술자들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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