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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슬럼프'란 단어는 잘하다가 못해야 슬럼프지 꾸준히 못해왔는데 무슨 슬럼프가 있었겠어요. 프로입단 때부터 슬럼프였다가 이제 겨우 슬럼프에서 극복하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거예요. 야구 10년 차가 된 후에야 지독한 슬럼프에서 벗어나 제대로 숨을 쉬고 있는 선수한테 기억나는 슬럼프를 물어보신다면 정말 할 말이 없어요. 야구를 못했던 기억이 너무 많거든요. 팬들은 제 마음을 잘 몰라요. 말하기 쉽게 '저 선수는 LG에선 헤매다가 KIA에서 왜 이렇게 잘하지?'하며 비난도 하고,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밑바닥에서 얼마나 힘들게 생활했는지를 아는 선수들은 지금의 제 모습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줘요.

 

-스물네 살 때인가? 정말 황당한 실수를 반복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김재박 감독님이 현대 유니콘스를 맡고 계실 때인데 9회 말에 플라이 볼이 떴어요. 그런데 그걸 놓쳐버린 거예요. 다행히 게임은 이겼고 한숨 돌린다 싶었더니 다음날 경기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그 플라이 볼을 놓쳤고 경기는 제 실수로 인해 역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게임 끝나고 관중들이 다 보는 데서 타격코치님이 플라이 볼 잡는 연습을 시키시더라고요. 창피하기도 하고 너무 속상해서 연습하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어요. 2군 경기는 낮에만 하니까 야간 경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이에요. 라이트가 켜진 상태에서 공이 허공으로 뜨면 그냥 하얗게만 보이거든요. 잡을 것 같아서 서 있으면 공이 뒤로 빠지고, 정말 뭐가 팔릴 정도였죠. 그런 공을 자주 놓치면 자신감이 사라져요. 또 다시 그런 상황에 닥치면 두려운 나머지 자꾸 다른 수비수들을 쳐다보게 되고요. 한마디로 '헬프 미'인 거죠. 기사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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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중순까지만 해도 내가 전혀 모르던 존재였던 김상현 선수가 지금은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지다니. 직접 만나본 적 한번 없는데도 말이다. 내가 살아온 삶은 사실 10년간의 슬럼프' 이런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성공 스토리에 맘이 짠해지고 감정이 이입되는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 신파 스토리를 봄으로써 얻는 자기 위안? 뭐 이렇게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차원은 아니라고 믿고 싶은데. 10년 동안의 슬럼프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경지일 것 같으나, 모든 자신감이 사라지며 그냥 정말 주저앉고 싶은 순간의 느낌들은 왠지 공감이 많이 되는 듯..

 

콘트롤 씨와 콘트롤 브이가 하루에 가장 많이 누르는 자판이고, 야구기사 검색은 커녕 심지어 메일 확인할 시간도 없이 일만 하고 있는데 어느덧 내일 하루만 더 버티면 주말이라니, 이렇게 주말이 반가울 수가. 논술 학원 처음 들어갔을 때 남들에게 보여지고 싶은 나이가 이제야 되었건만, 정작 지금은 또 차라리 그 당시의 나이가 되었으면 하는 기분이 든다. 학교에서 나는 군대 '아직' 안 간 대학 4학년인데 나이는 '의외로' 많은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듯 하다.  불편함, 찝찝함, 걱정 등등. 편안함과 가벼움이 나에겐 필요한데. 그동안 배운 눈칫밥으로 '적응(!)'하려 노력하는데, '행복주'로 불리는 폭탄주를 신입 선생들이 마시는 것이 이미 기정 사실화 된채로 한편으론 '마시고 싶은 만큼만 마실 수 있는' 선택권이 또 제공되는 이 묘한(한국적 글로벌리즘/개인주의?) 분위기에 그냥 피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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