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아내 폭력"은 명백히 성별화된 폭력임에도 불구하고 성별의 문제는 가장 쉽게 간과된다. 가정 폭력적 접근 방식은 왜 언제나 때리는 사람은 "남성"이고 맞는 사람은 "어성"인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남편이 스트레스 때문에 때린다면 왜 아내들은 술을 먹고도 남편을 때리지 않는지, 분노 처리 기술이 미숙하기 때문이라면 왜 그 분노를 언제나 "집안에서만" 표출하는지, 폭력 행위가 손실(형사상 제재, 이혼)보다 보상(분노발산, 타인을 통제)이 크기 때문에 사용된다면 왜 여성들은 이 방법을 쓰지 않는지, 종교와 성격 차이 등 부부 갈등 때문에 때린다면 왜 남성들은 이혼한 이후에도 전 부인을 때리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84쪽) (중략)

가해 남편과 당한 아내 모두 "피해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 경험의 간극은 세상 그 어떤 정치적 적대자들보다도 크다. 폭력 남편들에게 아내는 자신의 욕구, 요구, 의지, 이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대상 즉 남편의 권리 행사 대상이기 때문에 폭력 상황에서 인간적인 호소나 대화는 불가능하다. 폭력 남편이 자신의 푹력 행위를 반성하거나 정당화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권력이 가족이라는 정치적 구조 안에서 남편과 아내의 역할 그 자체로부터 보장되기 때문이다.(106쪽)

- 정희진,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지난 6월? 가출 아닌 가출을 했을 때 너무나 보고싶었는데 막상 찾으려니 안 보여서 읽지 못했던 이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읽는 중이다. 읽다보니 내가 엄마를 뺀 가족들과 대판 '싸웠던' 그 날의 장면들이 자꾸 떠오른다.. 다가오는 추석, 내게 명절은 가족이란 존재에 다시 떠올려보게 되는 때인듯. 너무 끈적끈적해서 뗄래야 떼지지도 않고 벗어나려해도 선뜻 벗어날 용기도 안 생기는 그런..

 

 

* 기아가 12년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이룬 날. 김상현과 최희섭이 홈런을 치고 로페즈가 잘 던지고 있는 동안 나는 극도로 높아진 일 스트레스에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쥐고 있더랬다. 칼퇴근은 하고 싶고 근데 업무는 남아있고, 내 스스로의 업무능력에 대해 회의가 먼저 찾아왔다. 집에 돌아와 기아 우승 확정 소식을 듣고 인터넷으로 오늘 경기를 다시 보니 새삼 감동이.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끼리 환호를 하던 순간 카메라에 잡힌 이종범 이대진 김상현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얼굴은 잔잔히 웃지만 그냥 웃는 것만은 아닌 듯한 표정이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가뿐한 마음으로 일 하려 했더니 뜬금없이 일에 대한 승부욕에 발동이 걸려버린 듯. 미친 듯이 끝내줄테다.

 

 

 

 

배설욕-_-;;

 

 

가을 바람이 솔솔 부는 출근길. 지난 겨울 오리가 파일을 보내줘서 날마다 들었던 이소라 앨범을 다시 꺼내 들으니 바로 감정의 과잉상태가 되어버렸다. 이어폰을 꼽고 걷던 길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