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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끝

 

갖고 싶은 것을 갖게 되었을 때의 행복감, 설렘, 기쁨, 기대

 

 

 

그리고 그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을 때의 지루함, 짜증, 곤욕, 귀찮음, 난처함

 

 

 

시작과 끝의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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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기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생각을 많이 의식하는 나는,

참,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가 힘들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한 번 더 고민하고 신경쓰고

그렇게 나를 한 번 씻어내고, 포장해야만 드러낼 수가 있다.

 

 

그런 내가,

다른 사람에게 당신을 드러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당신의 목소리를 내라고, 당신을 보여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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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는 것

시간이 지나면,

'사건'은 점점 희미해지고,

조금씩 잊혀져간다.

 

그러다, 문득 어떠한 계기로 그 '사건'을 기억해내고 다시 후벼파기 시작하면,

그 '사건'을 잊어버렸다는 것, 그것을 잊고 살았다는 것에 대해

자괴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

우연히,(정말로 우연히)

잊고 있었던 한 사람이 예전에 쓰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6년 전, 나와 그와 그녀가 저질렀던 끔찍한 실수를 다시 떠올려버렸다.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그 모든 게 뒤죽박죽 엉켜버렸던,

하지만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묻어버린, 

2002년 무더운 여름의 끈적끈적하고 눅눅했던 그  '사건'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고,

다 아물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떠올릴때마다 아프다.

 

잊었지만,

그걸 잊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잊고 지냈다는 이유로 또 상처를 내는,

 

하지만, 너무 오래되서,

너무 희미해져버려서,

그 사건의 '본질'에 다시 접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왜 그랬을까? 도대체 왜 그랬을까? 라는 의문만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질 뿐이다.

그 '사건'은.

 

 

 

그와, 그녀와, 나는-

 

정말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문을 열어버린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다시 생각할 여지도 없이 굉장히 명확하고 단순한 '사건'이었을런지도 모른다.

 

아무튼,

문제는,

이제 시간이 너무 흘러

그것이 정말 그랬는지, 그랬을지도 모르는지, 그러지 않았는지 판단할 수 없다는거다.

그리고 이제와서 다시 그 '사건'을 끄집어내서 캐물을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만, 그 과거의 '사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또, 그냥 이렇게 묻어버려야 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이런 과정을 6년 동안 몇 번을 반복한 것 같다.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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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골과 성골

 

 

어렸을 때 읽던 동화책부터 학교 수업시간에 봤던 역사책까지

인물들의 출신 성분은 꽤 종종 문제가 되었다.

 

눈에 '보이는' 공식화된 계급 사회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어찌됐든 나란 사람도 이 사회 안에서 어떤 맥락에서는 일정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고,

그런 나의 위치를 가름하는 기준들이 있다.

그 기준들은 내 입장에서는, 핏줄같은 거라기보다는 나의 어떤 '경험'과 '고민'들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무튼 이것들은 때때로 나를 불편하게 한다.

그리고 당연히 이것들은 내가 맺어가는 관계와 나의 행동에 있어 어떤 벽을 만들기도 한다.

 

경계에서 더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다면, 많은 위치들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일텐데,

그 많은 위치들 사이사이에는 경계선이 아닌, 벽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어쩌면 그 벽을 만드는 건 내 자신일 수도 있지만,

그 벽 앞에서 때로 나는 매우 초라해지고, 때론 타인에게 폭력적이 되기도 한다.

 

 

가끔 나는 무언가를 판단하는데 있어 상당히 많은 부분을 내 경험에 의존하는데

'경험'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인걸까 하는 고민이 늘 뒤따른다.

 

내가 경험한 것은 모두 '진실'일까?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 아닐까?

 

많은 것들이 상대적이라고 믿고 있지만,

지나친 상대적 잣대는 너무나 위태롭다.

 

 

음,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뭐였을까.

 

나의 위치의 기준.

경험.

고유한 경험이 갖는 가치.

 

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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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은,

 

 

나는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다는 것,

더구나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삭제된 역사를 알게되는 것은,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

사회에 대한 분노, 소통의 절망 때문에 상처받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 '페미니즘의 도전'(정희진)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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