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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야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지난 주 PD수첩에서 보도한 공권력의 폭력을 보면서 생각 나는 게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제이슨 로러(Jason Rohrer, 인디 게임 디자이너. <여정>(Passage)을 비롯해 작지만 무거운 의미를 담은 인디게임들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게임은 모두 그의 홈페이지에서 자유롭게 다운로드해 플레이할 수 있다.)의 습작게임 <경찰의 야만>(Police Brutality)이다.

 

  게임의 방법과 목표는 간단하다.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을 막아서는 것이다.

 

<경찰의 야만>의 게임화면  게임이 시작되면 강당 앞에서 한 캐릭터가 소리를 지르고 경찰에 제압당한다. 강당의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린 붉은 캐릭터가 된다. 플레이어는 도움을 줄 마음이 있는 한 명의 녹색 캐릭터로 시작하고, 도움을 주자고 주변에 소리지를 수 있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망설이는 노란 캐릭터로 변하고, 한 번 더 소리를 지르면 도움을 줄 결심을 한 녹색 캐릭터로 변한다.

 

  녹색으로 변한 캐릭터는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그 캐릭터들을 이용하여 제압당한 보라색 캐릭터를 강당 밖으로 끌고 나가는 경찰을 막아서야 한다. 캐릭터를 클릭하고 이동할 위치를 클릭하면 캐릭터들을 이동시킬 수 있다.

 

  하지만 녹색 캐릭터도 경찰이 곁으로 다가오면 다시 겁에 질린 붉은 캐릭터로 변해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게 된다. 경찰이 멀어지면 녹색 캐릭터가 그 붉은 캐릭터에게 소리를 질러 도움을 주도록 촉구해야 한다. 하지만 소리 지르는 것이 경찰에게 들리면 경찰은 소리를 지른 사람도 찾아서 제압하고 만다. 제압된 캐릭터는 보라색 캐릭터로 변해 다시는 움직이지 못 하고 경찰에게 끌려간다.

 

  나는 플레이할 때마다 실패했다. 몇 번을 플레이해도 경찰이 그들을 끌고 나갔다. 플레이어가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들이 수적으로 훨씬 많음에도 경찰은 너무나 강력하다. 이길 수 있는 전략이 과연 있는지도 모르겠다.

 

  제이슨 로러가 이 게임을 디자인하게 된 계기는 2007년 플로리다주립대학 강당에서 일어난 진압사건의 동영상이라고 한다. 당시 강당에서는 존 케리 상원의원이 강연 중이었고, 대학의 한 학생이 질문시간에 존 케리 의원을 강하게 비난했다. 강당을 지키던 경찰이 학생을 둘러쌌고, "내가 뭘 했길래 이러느냐"며 저항하던 학생을 체포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학생을 전기충격기로 제압하는 장면이다.

 

 

  로러가 동영상을 보고 의아했던 것은, 왜 다른 학생들이 체포 당하고 전기충격기로 제압 당하는 학생을 도와주거나 적어도 그에 대해 항의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체포 당하는 학생의 "도와달라"는 소리에도 다른 학생들은 모두 쳐다보기만 했다. 로러는 자신이라면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해봤던 그의 아내는 직접 상황에 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반문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모두 얼어붙는다는 것이다.

 

<PD수첩> 방송장면  만약 내가 현장에 있었다면 당당하게 나서서 항의할 수 있었을까? 이 게임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답하지 않고 있다. 플레이어는 이미 도와줄 준비가 된 캐릭터로 시작한다. 이 게임은 '항의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항의할 수 있을까에 대해 답해주지 않는다. 로러의 아내가 말한 것처럼, 그건 '직접' 상황에 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게임은 오히려 항의의 결과가 비참한 제압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그것이 쉽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로러 역시, 게임을 디자인하면서 스스로 많은 전략을 구상해보았지만, 그 어떤 전략보다 "실제 상황에서 그것을 행동에 옮길 용기가 있기를 바란다"고 고백한다.

 

 

경찰의 야만

Police Brutality

 

디자인 및 제작/제이슨 로러

 

2008년 5월 10일 공개

 

 

자유롭게 다운로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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