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

2005/08/16 14:14

질라라비 2005년 7월호에..

책 첫머리에 들어갈 글을 썼는데,,,

(2005년 7월4일)

 

6월20일부터 시작된 국회 상임위는 비정규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몸살을 앓았다.
당일 민주노총 투본대표자회의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 이후 열흘동안 국회와 민주노총은 모두 혼돈이었다. 국회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대표자들이 법안심사소위 회의실을 점거하는 바람에 회의를 열지 못했다. 날마다 회의가 몇시에 잡혔다가 몇시로 연기됐다더라, 다시 몇시로 잡혔다더라는 따위의 소식만 분주하게 전해졌다. 어쨌든 국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지 못했고, 당연히 비정규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그 시간 민주노총은 어떠했는가. '대기'중이었다. 예전에는 정문 들어가기도 쉽지 않던 바로 그 국회의 번드르한 회의실을 민주노총이 점거하고 있다고도 하고, 회의를 기어이 하겠다며 국회의원들이 들이닥쳤다고도 하고, 열린우리당이 강행처리를 하려 한다하고, '긴박'과 '비상'이 춤을 추었다. 그 와중에 민주노총 지도부는 정당 대표를 만나고 이목희를 만나러 다니느라 더욱 분주했다. 어떻게든 비정규법안이 정부와 자본가 입맛대로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이었다고 하니, 나름대로 입이 바작바작 탔을게다.
그런데 현장은? 현장은 몰랐다. 법안처리가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총파업 대기' 지침만 알았다. 내용을 모르니 간부들은 총파업을 조직해야 할지, 총파업 조직을 대기해야 할지 헷갈렸다. 그리도 비상하니 '대기'하라 했지만 그 흔한 국회 앞 집회 한번 없었다.
구지 속편하게 평가하자면, 파렴치한 비정규법안은 국회의원과 지도부가 막아냈고, 현장은 그냥 앉아서 '정부법안 철회'를 쟁취한 것인가. 민주노총은 줄곧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 쟁취'를 외쳤는데, 인권위원회 덕분에 뜽금없이 '수정안'을 갖게 된 민주노총 입장에서 보면, 정부 법안을 막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자축해야 하는 것인가.
어차피 정부의 비정규법안은 9월 국회에 다시 상정된다. 그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난 6월14일, 충주지역 레미콘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집회 현장에서 한국노총 김태환 충주지부장은 경찰의 조장과 방조아래 회사가 고용한 대체 차량에 깔려 살해당했다. 김태환열사의 머리가 처참하게 깨졌을 때도, 정부가 국회에서 비정규법안을 마음대로 처리하려한 때에도, 부자들이 산다는 강남땅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 정해지던 때에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파업명령'이 아니라 '노사정 대화'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인내력과 점잖음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 인내와 점잖은 요구가 길어질수록 현장 조합원들은 하나 둘, 수십, 수백명씩 죽어나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노동자들을 '지침'의 대상으로 만들지 말고 '파업투쟁'의 주체로 받들어야 한다.
정부와 자본가가 9월 국회에서 또 비정규법안을 가지고 흥정하다 처리해 버리면, 8백만 비정규노동자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정규직노동자들을 또 그 비정규노동자로 몰아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오로지 국회의원 탓으로 돌릴 것인가.
제발, 이제 요행을 바라지 말고 '투쟁'을 조직하자. 김태환열사의 명복만 빌지 말고 열사 정신을 계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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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6 14:14 2005/08/16 14:14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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