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가 안되네...

2007/02/16 04:24

설이다.

그럼 진짜 새해가 오는거다.

원래 새해는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건데,,,

 

어렸을 적엔,

가끔 12월31일 자정에 보신각 종 치는 걸 TV로 보기도 했고,

잠 안자고 기다리다가 뭔가 각오를 하기도 했던 것 같고,

때론 술마시며 한 해를 정리하다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는데,

가끔은 깨끗한 공책에 계획을 써넣는 주접도 떨었었다.

요즘은 뒹굴뒹굴,,,

혼자 자빠져 헤롱거리다 문득 정신차려보면 해가 바뀌어있을 뿐,

감흥도 반성도 각오도, 심지어 재미도 없다.

흐흠...

 

돌이켜보면 2006년도 참 예사롭지 않은 해였는데,

2007년으로 넘어올 때는 너무 정신이 없었는지,

연말 연시 시내에 걸린 반짝이 꼬마등 한번 구경 못해보고,

벌써 음력 설이 다가오네,,,

물경 두 달이 흘러갔다.

 

2006년 초!

아~ 참말 처음 겪는 일들로 점철됐다.

여의도 천막 안에서 예수 생일날도 맞이하고,

2005년 마지막날 즈음엔 농민 열사들의 장례행렬을 보며, 천막을 정리하고,

새해 되자마자 천막을 철거하고,,,

그때도 선거를 했었지 아마.

졌고,

 

'출투'도 아니고, '출근'도 아닌 것을 하다가,

동지 한 명을 날리며 찌그러져서 다시 사무실에 채용되고,

그래도 여~엉 적응하지 못해서 주둥아리 댓발 내밀고 다니며,

이것도 불만 저것도 불만 쫑알거리다가,

급기야 2006년 절반이 넘어서자,

'그만둘까? 말까?' 오도방정을 떨다가

2006년 종반에 다다르자 날마다 휴가원을 썼다 찢었다 지랄발광을 했다.

급기야 노동자대회를 얼마 안남기고 냉큼 휴가원을 내고,

집에서 내리 자빠져 자기를 수일...

노동자대회랍시고 갔다가 술먹고 지랄하고,

드뎌 11월17일 두번째 사직서를 스르륵 냈다.

그리고는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던 동지들과 함께 '사직파동(?)'을 마무리짓자는 취지의 토론회를 했었다.

토론회 이름도 거창하게 '상근활동가가 보는 민주노총 혁신 방향'

 

12년만에 난 '상근활동가'가 아닌 게 됐다.

토론회에 와 준 동지들 모두가 감사했고, 뭔지 모를 무엇인가에 들떠 있었다.

사직서 내고도 실감이 안났는데, 토론회가 끝나고, 뒤풀이를 하며 정리가 되는 듯 했다.

술 먹다 자다가 다시 술먹다가 토하고 다시 술먹고,

또 토하고 다시 먹다가 아침 8시가 됐다.

 

참, 지지리도 궁상맞게 정리했다...

다음날 시골 집에 내려가 부모님께 예의바르게 '사직'을 고하고,

네팔로 떠났다.

안나푸루나 트레킹이랍시고, 술쳐먹으며 산자락을 싸돌아댕기다가

결국 돌아온 서울.

네팔의 기억은 금새 사라졌고, 나쁜 공기와 탁한 사람들 득실거리는 영등포.

1년만의 선거질에 일로매진했건만,

결과는 참담했고, 쪽팔릴 뿐...

 

그렇게 1년이 갔다.

하~ 참, 놔~

올해는 좀 좋았으면 좋겠다.

뭐든....

 

2005년 10월 사직에서 2006년 3월31일 복귀까지!

이거 참 진중하게 글로 정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이 어지럽기 이를 데 없어서 생각만 떠올려도 감정이 격해지기를 여러번... 결국 아직도 엉킨 실타래처럼 내 가슴속에 널부러져 있다.

 

2006년 11월 내 12년 삶을 정리하면서!

요거요거, 역시 참말로 진중하게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 어지럽기는 매한가지... 역시 여전히 머리속, 가슴속 곳곳에 쪽지들만 겹겹이 꽂혀있을 뿐이다.

 

2007년 1월 선거.

하고싶은 말 많았다. 열받는 것도 많았다.

그러나... 입이 열개라도 할말 없는 듯 해 참고 있다.

언젠가는 선거 사건에 대해서도 정리하리라...

 

이 세가지를 정리하고,

물론 머리속 뿐만 아니라, 폼나는 활자로 깔끔하게 정리해서

매캐한 가슴속까지 확~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듯 밀어내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고 내 인생의 한 장 넘어가려 했는데

지랄맞게 끝까지 청소 못하고, 내 바짓가랑이 끝에 실밥 묻듯 묻어서 날 따라다닌다...

 

이렇게 음력 설을 맞아도 되는걸까?

나, 진짜 욕 안하는데,

이런 상황이 너무 181818181818이다...

 

게으른게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는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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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6 04:24 2007/02/16 04:24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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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0 02:0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실밥과 먼지네요. 녹색테이프면 될까요? 흠..
  2. 2007/02/21 13:48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 그걸로는 안될 것 같아... 흑~ 더 강력한 뭔가가 필요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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