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5 18:03

불면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인간들이 앓았던 증상인가 보다.

가끔씩 책 속에서 "딱" 내 마음같은 구절을 발견하면, 반갑기는 하다... 근데, 것 참...

 

"나는 애당초 불면증 환자로 태어났다. 무의식을 갈망하며 허송세월하다 죽을 것이다.

너무 세거나 상처가 생길 정도로 강하게는 말고, 적당하게 내 머리를 툭 쳐서 밤 사이에만 나를 뻗게할 수 있는 고무망치를 원하면서 하릴없는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 데이비드 베니오프의 [도둑들의 도시] 中에서

 

========================================================

 

주제가 불면증은 아니지만, 이런 구절도 발견했다. 부러운 구절...

'잠'으로 마무리되는 구절이니, 억지스럽지만 여기 나란히 올려 본다.

정약용이 처음으로 한 고을(곡산)의 수령노릇을 하러 나갈 때, 주변 벼슬아치들이 '곡산에는 머리아픈 일이 많은데 어찌 해결할 것이냐'고 참견하자, 정약용은 '정작 중요한 것은 맡은 일을 수행하는 자의 사람됨이고 착하고 정직한 마음 아니겠는가' 생각하며... 

 

"사나운 뇌성벽력은 햇빛으로 이기고, 강한 햇빛은 음음한 꽃그늘로 이기고, 향기로운 꽃그늘은 물로써 이기고, 물은 달빛으로써 이기고, 달은 해로써 이기고, 해는 밤으로써 이기고, 기나긴 밤은 잠으로써 이긴다."

-한승원의 [다산] 中에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7/05 18:03 2010/07/05 18:03
Posted by 흐린날
태그

샤이닝

2010/06/30 15:17

 2년 전 여름, 장마가 시작되면 읽으려고 공포소설(?)을 사뒀는데,

그 해 비가 쏟아질 때는 읽을 기회를 놓쳤고, 지난해도.
올 여름, 장마라고는 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던 그제 밤, 그 소설을 펼쳤다.
 
비가 내리지 않을 때 읽기로 한 건 잘한 일인 것 같다.
나이 들수록 심약해져가는 걸 느낀다.
새벽까지 읽다가 억지로 잠을 청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내 어깨에 웬 묵직한 넘 하나가 올라타있는 것처럼 온몸이 무겁다.
 
그런데 어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 너머에서 그녀는 “똑! 죽고싶다”며 울었다.
그녀가 ‘똑’ 소리를 낼 때는 정말 그녀가 자신의 몸뚱아리 일부를 ‘똑’ 부러뜨릴 것만 같이 섬뜩했다.
그녀는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울더니 전화를 끊었다.
그제 소설을 읽을 때 느꼈던 한기보다 더 차가운 무엇이 내 몸을 휘감았다.
그녀의 남편은 10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이제 그녀가 죽고 싶다며 운다.
아, 정말 내가 미치겠다...
 
오늘 새벽, 박용하라는 배우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보고
내 손가락은 한참을 우물거렸고, 낮이 돼서야 겨우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 그녀는 다시 씩씩-해져 있었/한척 했-다.
 
2권짜리 공포소설은 오늘 아침 다 읽고 덮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6/30 15:17 2010/06/30 15:17
Posted by 흐린날
태그

지루한 오후

2010/04/26 16:18

비가 온다.

사무실 창가 책상에 앉아있으니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나름 좋다.

 

일하기 싫고, 책을 읽고 싶다.

아침에 가방에 넣어가지고 온 책은 출근길에 벌써 절반을 봐버렸다.

지금 그 책을 읽어버리면,

저녁에 집에 갈 때는 읽을 게 없다.

집에 갈때까지 참아야겠다.

 

두 곳에 편지를 써야 하는데,

'써야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쓸 말이 없다.

내 삶도 지지리 지리한가 보다.

'잘있냐'로 시작해서 날씨 이야기하다가 '잘있어라'로 끝내는 편지는 쓰고싶지 않다.

 

바쁘지 않다.

마침 비도 적당히 온다.

그런데 왜, 이럴 때 '술'밖에 떠오르지 않는걸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4/26 16:18 2010/04/26 16:18
Posted by 흐린날
태그
<< PREV : [1] :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 [92] : NEXT >>

BLOG main image
by 흐린날

공지사항

카테고리

전체 (276)
일기장 (149)
기행문 (20)
좋아하는 글들 (47)
기고글들 (13)
내가찍은 세상 (45)
내가 쓴 기사 (1)
울엄니 작품 (2)

글 보관함

Total : 253892
Today : 5 Yesterday : 150